[퇴직 후 새 인생 개척 소시민 이야기] 사회복지법인 룸비니 석중균 이사
▷2018년 6월 30일 공무원 명예퇴직
▷2019년 5월 31일 부천 사회복지법인 룸비니 상임이사 취임
▷2020년 3월 5일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취득
65세 이상 고령인구 증가와 사회의 다원화로 종교계에도 사회복지 관련 일자리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종교계 사회복지법인들은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노인복지관, 종합사회복지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사회복지시설을 위탁받아 대행 운영하고 있다.
여기엔 청년부터 은퇴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종사자로 일하고 있다. 공직 은퇴 후 사회복지법인 상임이사로 제2의 인생을 탄탄하게 일궈가고 있는 석중균씨(64)를 지난 13일 만났다. 그로부터 인생2막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쓴이 말)
▶ 퇴직 당시 소감과 그동안을 되돌아보며 한 말씀?
직장생활에 쫓기다 보니 퇴직에 대한 걱정보다는, 퇴직하면 그냥 놀 수는 없고 100만 원 내외 일자리는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만 하고 지내다가 막상 퇴직이 눈앞에 다가오니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었어요.
저는 기술직이라 그 분야 자격증, 즉 기계조립산업기사, 기계설계·시공 등 건설관련 기술자격증, 소방기술관련 자격증, 건설기술경력증 등 여러 개를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 취업과 연계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었어요. 퇴직을 앞두고 몇몇 지인들로부터 자기들 회사에 와 달라는 제안도 있었지만,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어요.
퇴직하면 적은 보수라도 받으며 봉사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을까 찾던 중에 주변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면 복지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취득과정을 문의한 결과 출석 수업이나 온라인 강좌 모두 현실적으로 시간 할애가 어려워 퇴직 후로 미루게 됐어요. 퇴직하고 좀 쉬면서 평생교육원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과정에 입문하면서 사회복지업무로 제2의 인생길로 접어들게 된 계기가 됐어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사회복지법인 상임이사직을 맡게 되셨나요?
부천에 소재한 대한불교조계종 석왕사 창건주이면서 룸비니 사회복지법인 설립 후 현재 법인 이사장으로 계시는 분이 영담스님입니다. 제가 1986년 석왕사 청년회원으로 활동할 때 석왕사 주지스님이셨어요. 그때 인연이 인맥이 됐어요.
사회복지사 자격증 공부를 하던 중 우연히 행사장에서 이사장님을 만났는데 퇴직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물으셨어요. 사회복지 분야 공부하고 있다고 했더니 '퇴직하고도 열심히 공부하면 좋지요'라는 말씀을 듣고 헤어졌어요. 며칠 뒤 한번 보자는 연락이 왔어요. 법인 사무국장이 공석인데 사회복지사 공부도 하고 행정 경험도 있으니 함께 일해 보자고 하셨어요.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오게 됐지요.
▶ 사회복지법인 룸비니는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요?
룸비니는 주사무소가 부천에 소재해 있고 1990년 설립돼 32년이 지난 현재 아동·청소년·장애인·노인·다문화 등의 지역복지 사업을 실천하기 위하여 부천·시흥·김포지역에서 장애인복지시설, 노인종합복지시설, 종합사회복지시설, 어린이집,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작은도서관, 사회체육시설 등을 직영하거나 대행 운영하는 법인이에요.
▶ 상임이사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상임이사는 법인 이사장으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아 법인과 시설의 운영관리를 총괄해요. 조직·인사·예산·복무·노사업무 등 법인 전체 관리와 시설 이용자들에게 질 높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설 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또 법인 사무실이 사찰 내에 있어 사찰 행사나 재산관리, 행정업무 등을 지원하기도 해요.
▶ 인생 후배들이 이 일을 해보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미리 해야 할까요?
제가 가지고 있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대학교 정규과정 이외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수강할 수 있고, 출석 수업과 온라인 수강 2가지 방법이 있어요. 전공에 상관없이 2년제 이상의 전문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면 이론 16과목과 실습 1과목을 이수하는데 3학기가 소요돼요. 실습은 현장실습 160시간을 이수해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어요.
▶ 재직 중 힘든 일이 있었다면?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어디든지 어려움은 있어요. 법인에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지자체로부터 수탁받은 시설 1개소가 운영상 문제로 행정처분의 위기에 처했었어요. 처분의 수위에 따라 향후 5년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탁이 없게 되면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될 수도 있었지요.
그때 공직 경험을 살려 문제점을 신속히 파악한 후 자치단체 지적사항을 적극 수용하고 문제점 해소와 대안 제시, 소통을 통해 정말 힘든 과정을 이겨내며 난제를 해결했어요. 그 후 시설 운영 전반에 대해 재점검함으로써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어요.
▶ 이 직종만의 매력은 뭔가요?
고령화 시대를 맞아 복지 욕구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요. 지방자치단체 예산 또한 복지예산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민간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정년 제한이 없어 건강하다면 평생직장처럼 다닐 수 있다는 게 매력이지요. 사회복지사가 근무할 수 있는 분야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서 청소년, 아동, 노인, 장애인, 다문화 등으로 계속 확장하고 있어요. 다양한 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직종이기도 하지요.
다만,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탁받은 시설이나 전액 보조금을 지원받는 시설의 경우 일반 종사자의 경우 정년이 60세이고, 시설장의 정년은 65세이나 정치권에서 법 개정을 통해 정년을 연장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어요. 사회복지시설 은퇴 후에는 정년이 없는 민간 복지시설로 갈 수도 있어요.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복지법인도 시설마다 급여와 근무환경이 각기 다르다 보니 직원들은 근무조건이 좋은 곳에서 근무하고 싶어 해요. 그러나 장기 근무자로 인해 직원들 사이에서 다소 불만의 소리가 나오기도 했어요.
순환보직 인사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해와 협조를 구하여 인사이동을 한 결과 조직 사기가 올라갔고, 더불어 시설환경까지 개선되는 효과를 얻어 2022년도 보건복지부 시설 운영 평가에서 모든 시설이 'A등급'을 받는 쾌거를 이루어냈지요.
▶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월 급여는 평균 400만 원 정도 돼요. 퇴직 초기 100만 원 내외를 생각했었는데 엄청나게 행복한 거죠. 이런 기회를 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늘 감사하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인생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재직 중에 성공적인 직장생활 비결을 후배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신뢰받는 인생 선배가 되면 좋겠어요. 퇴직 후 길거리에서 마주친 후배와 인사라도 나누고 지나가면 성공한 인생이고, 소주 한 잔 나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겠지요. 최소한 후배들이 외면하거나 피해 가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해결하려는 마음이 없으면 「법과 제도」만 보이고, 해결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면 「방법」이 보인다'는 말을 곱씹으며 모든 일에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면 후에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걸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