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와 명절 차례, 계속되어야 하는가?
사회 전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새로 정립해야
올해는 저희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37년째입니다.
그동안 30년이 넘도록 우리 4남매는 제사와 차례를 빠짐없이 챙겨 왔었습니다. 30년이 훌쩍 넘은 어느 시점에 제사를 폐지한다는 집안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가 신문기사와 방송을 타기 시작했었습니다. 우리 집안도 10대 때부터 30년 이상 제사를 지내왔으니 할 만큼 했다는 생각, 그리고 자식과 며느리들의 수고를 덜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4남매 합의하에 폐지하기로 했었습니다. 30년 이상 부모님을 모신다는 미명하에 제사와 차례를 지켜왔지만, 세월이 갈수록 형식에 그치고, 부모님을 그리는 마음은 점점 옅어져 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며칠 후 맏이인 형이 꿈에 어머니가 나타났다며 자기는 기존에 하던 대로 계속하겠다고 당초 합의를 뒤집었습니다. 나머지 3남매는 애초에 합의한 대로 하지 않겠다고 했지요.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맏이인 형을 제외하고 3남매는 형집에서 하는 제사와 차례에 참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일 때문에 4남매간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주지 않는 동생들이 야속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이제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리는 것보다 살아있는 자식들과 며느리들이 겪을 수고로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논란이 많을 수도 있지만 처음에 우리 4남매가 합의한 것도 그런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두 분의 마음을 지금도 저는 느낍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두 분이 꿈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꿈이 전부는 아니지만, 애타게 찾는 작은 아들의 마음이 하늘에 닿아서 꿈속에서 한 마디라도 해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한 마디만 해주신다면 저도 형한테 당당히 할 말이 생길 겁니다.
하늘에 계신 부모님들도 동생 3남매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생존하셨을 때 두 분의 성정이 남을 많이 배려하시는 분들이었기에 우리 자식들과 또 한 번도 보지 못한 며느리들의 힘든 노동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시고 그만 두라 하셨을 겁니다.
제사와 차례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후손들이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행위이겠지요. 그리고 그 행위는 타성에 젖어 연례행사처럼 치러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제사 전통은 이 시점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진지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새로 정립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