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부규 Feb 17. 2024

첫 번째 트라우마, 두 번째... 세 번째?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불현듯 떠오르는 아픈 추억

트라우마!


저도 있습니다.
제가 아주 어릴 때 집에서 키우던 백구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저와 그 녀석이 아주 좋은 친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래도 애틋한 마음은 있었나 봅니다.


옛날에 쥐 잡기 운동한다며 쥐약과 밥풀떼기를 썩어 쥐가 다닐 만한 곳에 두었었는데 그걸 백구가 먹었는지 낑낑대며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보니 어느새 마루 아래로 기어 들어가 앉아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쥐약을 먹은 것 같다고 하더군요.


한 손으로 마루 끝을 잡고 오른손은 땅바닥을 짚고서는 백구를 바라보는데 섬찟한 눈빛을 보았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백구를 불러 보았지만 뱃속의 고통 때문에 낑낑대기만 했습니다. 점점 기운이 쇠약해져 들고 있던 머리를 땅바닥에 떨구었습니다. 옆에 있던 어른들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낑낑거리는 백구의 절규를 고스란히 마음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 죽어가는 백구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고통 속에 죽어가면서 어둠 속의  눈빛은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본 무서운 눈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첫 번째 트라우마가 되었습니다.


그와 똑같은 눈빛을 2010년에 또 보았습니다.

두 번째 트라우마입니다.

두 가지 사건이 묘하게 겹치더군요.


우울증으로 고통받던 여직원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휴직을 낼 수 없을 만큼 여러 차례 쉬었습니다. 쉴 수 있는 기간을 최대로 썼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휴직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휴직신청서를 쓰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인사담당 직원과 옥신각신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누군가 궁금하여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너무나 무서운 눈빛이었습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은 쥐약을 먹고 낑낑대며 나를 쳐다보던 백구의 눈빛과 닮아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그 트라우마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부서장이 나서서 잘 타이르고 타일러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가까운 아파트 상가 옥상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 소식은 또 저에게 강렬한 트라우마가 되었습니다.


두 사건은 극적으로 겹치며 저의 마음속 깊은 곳에 죽을 때까지 자리 잡고 있겠지요. 슬픈 소식은 더더욱 마음속 깊숙이 파고듭니다. 아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뿐 어떤 조치도 할 수 없습니다. 그냥 마음속 깊이 묻어두는 겁니다.


끄집어내고 싶지 않지만, 또 언제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특이한 사건으로 겹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세 번째 트라우마는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작가의 이전글 지역마다 다른 이사 풍속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