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새 인생 개척 소시민] 대학 생활관 시설관리담당 구황삼 님
◈ 2024년 6월 말 공무원 정년퇴직 (36년 재직)
◈ 2024년 7월 22일 ○○대학교 생활관(기숙사) 시설관리직 취업
◈ 자격증 : 소방안전관리자(1급, 2023년), 가스 일반시설안전관리자(2023.11월)
은퇴 후 재취업 사례를 살펴보면, 인맥을 통해 순탄하게 취업한 경우, 인맥 없이 원하는 업종에서 경험을 쌓아 위험 부담을 줄이며 창업한 경우, 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해 취업의 문을 두드린 경우가 있었다. 세 번째 경우에는 자격증에 인맥까지 갖추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은퇴자 구황삼(62)은 자격증 두 개만으로 인맥 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두 개의 자격증과 더불어 행정 경험까지 갖추고 있어 대학교 생활관에서 꼭 필요한 인재였다. 1년 이상 지난 지금은 마치 현역처럼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 은퇴 후 소감 한 말씀 부탁합니다.
"정년퇴직하고 나니까 홀가분하고 시원섭섭했어요. 그래도 수입이 줄어들고 그동안 씀씀이도 있었으니까, 당장 불안했지만,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인생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취업하기 전까지 시간이 있을 때 그동안 가족 넷이서 국내 여행은 여러 차례 갔었지만, 해외여행은 하지 못해서 이참에 거금을 들여서 유럽 여행을 갔다 왔죠. 또 국내 역사 유적을 돌며 문화유산 탐방도 하고, 동네 탁구장에서 한 달에 여덟 번 하는 개인지도까지 받으면서 탁구를 배웠고, 토 · 일요일이면 지인들과 등산도 하면서 취미활동에도 열심이었죠.
다른 사람들은 우울증이 왔다고 하던데 저는 그런 건 없었어요.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걸 퇴직 후에 새로 시작하며 배우려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업무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현직에 있을 때 은퇴 후 취미 생활할 수 있는 것에 투자와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거예요. 이걸 퇴직 후에 새로 시작하며 배우려고 하니까 의욕만큼 몸이 따라주질 않았어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퇴직을 앞두고 누구나 고민이 있을 거예요. 저도 1톤 화물을 해볼까 준비했는데 눈 건강이 좋지 않아 고민하다 2023년도에 소방안전관리자와 가스일반시설 안전관리자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2024년 상반기 퇴직 후 워크넷(고용노동부. 현재는 고용24)과 잡알리오, 사람인 등 일자리 구직 누리집을 들락거렸어요. 10여 개 기관과 시설에 지원서를 넣었던 것 같아요. 건물 관리회사, 복지관 등에 시설관리로 지원했는데 연락도 없었어요.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거죠. 초등학교와 중학교 야간 당직도 지원했었는데 면접은 봤지만 모두 떨어졌어요. 경쟁이 치열하더라고요.
그러다 워크넷에서 ○○대학교의 구인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지원자가 상당히 많았지만, 운이 좋아 취업으로 이어졌어요. 제가 현재의 자리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제 생각이지만 하는 일이 시설관리이지만 업무처리를 위해 행정업무가 필요해서 선택된 것 같아요. 또 한 가지는 공고에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은 필수라고 하였기에 지원자 모두가 가지고 있는 자격증이었을 것이고, 추가로 가스 일반시설안전관리자 자격증과 행정 경력이 가점 요인이 된 것 같아요.
인생 2막 재취업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자격증이에요. 은퇴 후에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을 취득하고 더불어서 가스안전관리자를 준비했어요. 가스에 대해서는 백지상태라서 화학 공식부터 외우기 시작했어요. 유튜브에 가스안전관리자 관련 동영상이 많아요. 저도 1개월 정도 기본적인 것만 유튜브에서 배웠어요. 기본은 터득했다고 생각했는데 교육원에 들어가서 강의를 들어보니까 기초가 없어서 조금 어려웠어요. 기숙사 생활하면서 열심히 했어요. 아슬아슬하게 60점을 넘은 것 같아요. 가스 사용시설안전관리자 교육(324,000원)을 신청하려고 2023년 3월에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이버 교육원 누리집에 들어갔더니 1년 교육 시간이 마감돼 버렸어요. 더 비싸지만 어쩔 수 없이 11월에 있는 일반시설안전관리자 교육(1,016,000원)을 신청해서 교육받았어요. 또 다른 방법은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 가스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도 돼요. 가스기능사와 가스안전관리자는 비슷한 성격의 자격증으로 인정해 줘요."
- 지금 하시는 일 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대학교 제1생활관 시설관리를 하고 있어요. 주5일제 근무이고 근무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데 저는 08시 30분쯤 조금 일찍 출근해서 생활관 내 시설을 돌아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거의 그럴 일은 없지만, 혹시라도 뭐든 보수해야 할 게 있는지를 확인하는 거죠. 직접적인 시설관리는 위탁회사에서 하고 있어요. 저는 시설관리를 하는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생활관을 관리하는 겁니다.
시설물 관리는 소방 관련 업무가 의외로 많아요. 이러한 소방업무와 시설 보수 등 외부 업체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으면 업체 선정 및 윗분들의 결재를 득하고 해당 업무를 진행해요. 격주로 시설관리와 관련한 정기적인 회의도 하고 있죠. 하는 일은 주로 행정업무입니다."
- 은퇴 후에 나만의 건강 비결이 있으시다면?
"60대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성인병 약을 먹는 게 없지만, 나이가 있으니 가끔 몸 여기저기서 돈 달라고 하네요. 2021년도에 양쪽 눈 백내장 수술을 했어요. 수면은 보통 10시 이전에 하고 6시에 일어나면 국민 체조로 스트레칭해요. 토·일요일과 공휴일은 주로 궁궐 탐방과 삼성산 등산하는 정도로 하고 있는 게 전부예요."
- 60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 하나와 앞으로의 인생에서 어떻게 보완해 나갈 계획인지?
"베이비 붐 세대의 특징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직장 생활하는 동안 일이 모든 것에 우선이고 일에만 매몰되었던 것 같아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과도한 책임감으로 직장 생활을 했어요. 가정은 항상 후순위였고 가족과의 여행 등 행사는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또 시간이 맞지 않으면 또 다음으로 미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꼭 그렇게 해야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함께하는 아내와 가족을 우선에 두고 생활하려고 해요."
- 이 직종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생활관 시설관리 업무가 공직 생활과 일하는 방식이 비슷해서 아직도 업무상으로는 현역인 것 같은 기분이에요. 다만 언제라도 이 직업을 그만둘 수 있다는 부담 없는 마음에 생계 수단이 아닌 내 생을 더 풍요롭게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좋아요. 또 젊은 학생들하고 생활하다 보니까 약간 마음이 젊어지는 것 같아서 더 좋고요."
- 월 평균 수입은 어느 정도 되나요?
"정년퇴직 후 재취업이니까 사회 초년생과 같은 보수 정도로 최저임금(2025년 시급 10,030원, 월급 2,096,270원)보다 조금 더 많이 받고 있어요."
- 현재 두 분 월평균 생활비는 얼마인가요?
"지난 9월 KB금융지주 보고서에 의하면 적정 노후생활비가 350만 원 정도 되는 것으로 발표되었어요. 우리는 아내와 둘만 사는 게 아니고 직장 다니는 애들 둘 포함 넷이서 사는 거라서 약간 다른 상황인데 보고서의 생활비보다는 더 드는 것 같아요."
- 이 직종의 전망과 앞으로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 계획인가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생활관이 약 2년 후 폐관 예정이어서 그때까지는 근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눈높이만 낮추면 현재의 경력이 도움은 될 것 같고, 재취업도 가능할 것 같지만 너무 얽매이지 않고 순리대로 생활하면서 그때 가서 생각해 보려고요.
소방안전관리자의 전망은 좋지만,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해당 자격증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요. 취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 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떤 준비를 미리 해야 할까요?
"인생 2막은 최소한 퇴직 5년 전부터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개인사업이나 재취업을 준비하는데 여유를 가지고 방향성 있게 하는 것이 좋겠어요. 그리고 저와 같은 시설관리 직종에서 일할 계획이라면 전기 자격증이 가장 인기가 있어요. 에너지 관련 자격증도 취업에 도움이 돼요.
저는 이 직종에 취업하려고 했던 게 아니고, 1톤 화물 운송을 하려고 준비했고, 그것만 믿고 있다가 갑자기 눈 수술을 하게 되어서 운전이 어려워 시설관리로 방향을 틀다 보니 의외로 바빴어요. 전기 관련 자격증, 소방안전관리자, 가스안전관리자 등 3가지는 시설관리로 취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필수 자격증이라 생각해요."
- 은퇴 후 평소 인생 후배들에게 이 얘기는 꼭 해주고 싶다고 하는 현실 조언?
"은퇴 전부터 취미를 특기로 할 수 있는 내공을 길렀으면 좋겠어요. 내공이 있으면 퇴직 후 시간을 투자하기에 부담이 없고, 퇴직하고 나서 배우려면 시간과 비용이 현역 때보다 많이 들고 여건 또한 좋지 않아요.
또 은퇴 후에 봉사활동 하나 정도 하면서 사는 것도 하루하루가 채워지는 느낌이에요. 저는 창경궁에서 '우리궁궐지킴이'라고 궁 해설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2021년도에 (사)한국의 재발견이라는 단체에서 1년 정도 교육받았어요. 격주로 토요일이면 나가서 오전과 오후에 각 1회씩 관람객들을 모시고 1시간 정도 창경궁 전각을 설명해 줘요. 해설 이외의 시간은 창경궁 사랑방에서 해설이나 문화유산과 관련한 정보도 교류하면서 약 7시간 정도 대기하다 집에 돌아오면 저녁 6시입니다. 이런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순수하게 무료로 봉사할 때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충만해집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현재까지 총 64화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전 인터뷰 기사가 궁금하시면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책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2999879)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