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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호 Oct 24. 2020

상품개발과 의사결정

의사결정이란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회를 잡기 위하여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상품개발의 의사결정은 목표고객, 상품기능, 가격, 개발일정, 마케팅 전략 등 대부분 기회추구와 관련되어 있다. 대안을 분석하고 최선의 안을 도출하는 역랑은 상품관리자와 프로젝트 관리자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이다. 


1) 의사결정의 대상 및 특징 


상품개발 의사결정의 대상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로 나누어진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는 상품관리자가 리딩하는 의사결정 영역이고,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프로젝트 관리자의  영역이고,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는 상품마케터의 영역이다. 

상품개발 의사결정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의사결정 영역이 서로 관련되어 있다.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는 상호 연관되어 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는 나머지 의사결정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 대부분 개인이 아닌 그룹이 의사결정 한다.

각 영역의 의사결정을 리딩하는 역할자는 다른 영역의 이해관계자와 협의하여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기획심의, 설계검토, 출시심의와 같이 그룹 의사결정을 공식화하기 위한 협의체를 운영한다.


- 의사결정 과정을 프로세스로 정의한다. 

상품개발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조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수를 최소화 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정의하여 적용한다. 상품개발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정형화된 보고서를 작성하여 이해관계자들과 협의한다. 


- 계획에 대한 결정과 변경에 대한 결정으로 구분된다. 

상품개발 계획이나 목표에 대한 결정 못지 않게 변경에 대한 결정도 중요하다. 목표를 변경할 타이밍을 놓치거나 잘못 변경하면 잘못 계획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변경으로 인한 부작용이 작을 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상품출시 이후 가격을 포함한 상품 포지셔닝 변경은 부작용이 많다.


- 상품개발의 불확실성이 의사결정 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기존 시장에 없는 상품을 개발할 때에는 의사결정시 참조할 데이터가 없어 직관에 많이 의존한다. 반면 기존에 출시된 상품을 개선하는 상품을 개발할 때에는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2) 의사결정의 유형별 고려사항 


의사결정의 유형별로 상품개발시 고려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정형적(programmed)결정, 비정형적(non programmed)결정 

정형적 결정은 반복적 업무의 일상적인 결정을 의미하고, 비 정형적 결정은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업무의 복잡한 의사결정을 의미한다. 비정형적 업무를 정형적인 업무로 판단하여 일상적인 의사결정을 하면 안된다. 예를 들어  상품개선을 위한 개발 우선순위 결정과 신상품 개발의 개발 우선순위 결정은 다르다. 


개인 의사결정, 집단 의사결정 

의사결정 주체에 따라 개인 의사결정과 집단 의사결정으로 나눌 수 있다. 상품개발시 개인 의사결정은 주로 리스크가 낮은 의사결정에 적용하고 집단 의사결정은 리스크가 높은 의사결정에 적용한다.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면 그 사람이 리스크가 높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좋지만 역량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 하기도 힘들고 항상 올바른 의사결정을 한다는 보장도 없기에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집단 의사결정을 선호한다.  


집단 의사결정의 대표적인 부작용에는 집단 양극화(Group Polarization)와 집단사고(Group think)가 있다. 집단 양극화는 집단 토의 후에 개인들이 양극단으로 이원화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사회 정치적 이슈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하다 보면 중간은 없어지고 양극화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토의를 통해 집단 양극화가 발생하는 이유는 토의과정에서 선택적으로 정보를 선택하고 해석하여 토의전보다 개인 의견에 대한 확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상품개발 과정에서 집단 양극화는 주로 대립되는 이해관계 때문에 발생한다. 상품혁신을 추구하는 조직과 재무건전성 또는 재무안전성을 추구하는 조직, 완벽한 품질을 주장하는 조직과 빠른 출시를 주장하는 조직간에 이러한 양극화가 발생한다. 상품관리자는 사안에 대한 입장을 결정한 후 이해관계자 또는 경영층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백데이터를 준비하여 양극화 상황이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집단사고는 동일한 목소리를 강요하는 조직의 분위기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현상으로 주로` 응집력 높은 조직에서 발생한다. 단일조직(예:QA, 디자인)은 해당조직의 이해관계, 조직내 위상 때문에 집단사고가 발생한다. 단일조직의 집단사고는 상품관리자가 조정을 시도 후 여의치 않으면 빨리 해당부서의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 특정조직의 이해관계는 다른 조직에서 조절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교차기능팀(CFT) 전체가 집단사고에 빠지면 매우 위험하다. 긴박한 상황에서 경영층이 지지하는 상품을 개발할 때 이런 집단사고에 빠지기 쉽다. 교차기능팀이 집단사고에 빠지면 모두가 상품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판단하기 힘들다.  


확정적 의사결정, 반복적 의사결정 

확정적 의사결정은 시간과 비용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한번의 완벽한 결정을 추구하며 분석할 데이터가 충분한 상황에 적용한다. 반복적 의사결정은 분석데이터가 부족하여 실행을 통해 의사결정의 반복하여 완성도를 높여나간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품개발 초기엔 반복적인 의사결정을 추구하고 불확실성이 낮아지는 시점에서 의사결정을 확정한다. 검토정보가 충분하고 검토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합리성에 기반한 확정적 의사결정이 바람직하다. 반복적 의사결정을 적용해도 최종 확정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는 확정적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3) 의사결정 프로세스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문제정의 → 대안개발 → 대안분석 → 의사결정 → 실행 과 피드백’의 순서로 진행된다. 의사결정의 중요도에 따라 일부 프로세스는 생략하거나 통합하여 진행할 수 있다. 신상품 개발의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의 의사결정에 대해서만 이하에서 설명할 프로세스를 모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사결정의 함정, 2008>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파레토법칙처럼 20퍼센트의 의사결정이 80퍼센트의 영향을 끼친다. 나머지 30퍼센트의 의사결정에서는 15퍼센트의 영향을, 50퍼센트의 의사결정은 5퍼센트의 영향을 끼친다.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는 의사결정의 주체인 상품관리자와 프로젝트 관리자의 ‘몰입’과 ‘소통’이 중요하다. 몰입은 의사결정의 문제정의 및 대안개발에 대한 판단의 깊이를 더하고 소통은 대안개발과 대안평가에 대한 판단의 넓이를 더한다<디시전 메이킹, 2011>


① 문제정의

문제정의는 의사결정의 첫번째 단계이다. 의사결정의 유형은 새로운 기회를 찾거나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상품관리자는 주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한 의사결정을 하고 프로젝트 관리자는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결정을 주로 한다. 문제정의를 잘못하면 잘못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안개발과 대안평가에 집중하게 된다. 마치, 어디로 갈지 모르거나 도착지를 잘못 설정하고 열심히 노를 젓는 배와 같다. 문제 정의시 발생하기 쉬운 오류는 다음과 같다.


불확실성을 과소평가한다

상품개발 도중 미래의 성과가 나쁠 것으로 예상할 때 현시점에서 필요한 조치를 결정하기 위해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상품관리자가 매출과 수익성에 대해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지거나, 프로젝트 관리자가 ‘나는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가질 때 잘못된 문제를 정의하거나 문제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객관적 사실보다는 개인적 경험에 의존한다

사람들은 외부 관점(객관적 데이터)은 과소평가하고 내부 관점(의욕, 생산성에 대한 주관적 판단)은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의사결정을 내릴까?, 2010>. 입시생을 둔 부모가 객관적으로는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가기 힘들지만 주관적으로는 그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고 믿는 현상이다. 외부 관점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자기자신은 주변의 사람들과 다르거나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납기추정은 잘 하지만 본인이 수행하는 업무의 납기추정에 실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품개발에 성공한 경험이 있는 상품관리자나 프로젝트 관리자가 과거의 힘들었던 경험과 운을 망각하고 성공한 결과만 기억한다면 미래에 대해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지기 쉽다. 성공의 경험이 많은 상품관리자나 경영층일수록  상품기획의 문제점을 제시해도 새로운 의사결정도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다. 


재능이 성공을 가져오는 업무도 있지만 재능과 운이 합쳐야 성공을 가져올 수도 있다. 운만으로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도박의 영역이다. 재능이 성공을 결정하는 업무는 상품개발의 엔지니어링 영역이 대표적이다. 엔지니어링 업무는 운에 좌우되지 않는다. 재능과 운이 성공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예는 상품 포지셔닝이다. 따라서 상품관리자는 성공에 겸손해야 한다. 


운이 작용하는 영역에서는 ‘평균수렴’의 법칙이 작용한다. 예를 들어 3할을 치는 야구선수들의 시즌초반 타율의 편차는 크지만 시즌종료시점에서는 편차가 크지 않다. 상품관리자가 이전의 성공에 취해있다는 것은 시즌초반 4할5푼을 치는 선수가 시즌종료까지 그 기록이 지속된다고 믿는 것과 같다. 4할을 넘긴 타자는 오히려 2할 초반의 타율에 대비해야 한다. 그게 과학이다. 


자기 확신이 강한 프로젝트 관리자도 마찬가지이다. 프로젝트 생산성이 낮거나 공정진척률이 낮다는 객관적인 적신호를 제시해도, 개인의 판단이나 경험에 근거하여 낮은 생산성은 학습효과로 커버할 수 있고 낮은 공정진척률은 진척률 평가기준이 잘못되어 실제보다 나쁘게 보인다는 식으로 문제를 과소평가한다.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근본 원인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어설픈 진단을 내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는 오류다. 상품이 시장에서 실패하는 경우 다양한 핑계를 댈 수 있다. 상품관리자, 프로젝트 관리자, 상품마케터는 상품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특히 프로젝트 관리자는 프로젝트 진행도중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을 잘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정지연의 원인을 ‘인력 부족’이라고 쉽게 판단해서는 안된다. 일정지연이 인력 부족에 기인한 것일 수 있지만, 근본 원인은 팀워크 부족, 관리 부재, 프로세스 비효율 때문일 수도 있다.


너무 광범위한 문제 혹은 너무 작은 문제를 제기한다

너무 광범위한 문제를 제기하면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지고, 너무 작은 문제는 의사결정 과정을 수행하기에 비효율적이다. 비정형적이고 리스크가 높은 의사결정 문제를 정의해야 한다. 정형적이고 리스크가 낮은 의사결정은 일상의 업무로 수행하면 된다. 


 대안개발


대안개발은 식별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회를 추구하기 위해 대안을 찾는 단계이다.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몰입이 필요하다. 특히 기회를 추구하는 상품기획의 대안개발은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관리의 대안개발보다 창의성을 요구한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대안 중에서는 적합한 대안이 없을 때가 많다. 훌륭한 대안은 몰입의 결과이다.  대안 개발시 유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양자택일 구도

처음부터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양자택일의 구도를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다. 양자택일의 구도에서는 둘 중 어느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 먼저 두 개 모두를 선택할 수는 없는지 생각해야 한다. 양자택일의 구도는 의사결정은 쉬워 보이지만,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기 쉽다. 엘리베이터 회사에서 느린 엘리베이터 속도 때문에 고객의 불만의 커지자 속도와 원가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내 거울을 설치하여 고객의 관심을 속도에서 거울로 돌려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의사결정의 함정, 2008>. 상품개발에서는 납기와 품질이 대표적인 양자택일 구도이다. 좋은 대안은 납기와 품질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품질을 위해 납기를 희생하거나, 납기를 선택하여 품질을 희생하는 식의 단순한 대안은 아무나 제기할 수 있다. 다른 대안으로 상품기능 축소나 우수인력 투입도 생각해야 한다. 


정답을 정한 후 대안 개발 

시간에 쫓긴 의사결정을 할때 의사결정 안을 결정한 뒤 보고서 작성을 위한 들러리 대안들을 개발할 수 있다. 보고서 작성자 또는 경영층이 선호하는 대안이 있을 때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선호하는 대안은 있을 수 있지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분석과정을 통해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 


대안개발과 대안분석을 동시에 수행 

대안개발과 대안의 장단점 분석이 머리속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안개발과 대안분석을 구분하는 것이 좋다. 대안도출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 후 대안분석을 수행해야 한다. 물론 간단한 의사결정은 대안도출과 장단점 분석을 동시에 수행해도 무방하다.  


너무 많은 대안 개발 

대안 스크리닝 시점에서는 가능한 대안을 모두 발굴해야 하지만, 대안 분석 관점에서 많은 대안은 부담이 된다. 3~5개 정도로 대안을 압축하여 분석하는 것이 좋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대안만 개발

대부분의 문제들은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논리적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한두 가지 대안이 있다. 예를 들어, 지연된 일정을 만회하기 위해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은 자원을 추가하거나 잔업을 하는 것이다. 평범한 대안만 발굴하는  것은 그만큼 몰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나 기회에 대한 간절함이 없는 상태에서는 좋은 대안이 떠오를 수 없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혼자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이 몰입에 좋다. 점심식사 후 30분정도 정도 걷다 보면 사무실에서 떠오르지 않았던 대안들이 생각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문제는 몇 일 동안 시간을 두고 고민하면 더욱 정리가 잘 된다.


③ 대안분석


대안분석은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를 정리하는 단계이다.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는 ‘가중치’, ‘평가항목’, ‘평가결과’로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납기준수를 위한 대안분석의 평가항목은 ‘품질, 예산, 일정’이고 평가결과는 품질은 ‘대/중/소’로 예산과 일정은 계량화 할 수 있다. 평가결과는 5점척도를 적용 할 수 있다.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는 대안분석단계에서 완성된다. 다음단계인 의사결정 단계에서는 대안분석 결과를 검토하고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구한다. 


대안분석 단계에서 평가결과를 계량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목표시장별 매력도를 분석할 때 시장의 크기, 성장률, 점유율을 평가항목으로 결정하는 것은 직관적이지만 계량화하기는 힘들다. 계량화가 힘든 상황에서는 대,중,소와 같은 범례를 사용하여 대안들을 분석할 수 있다. 

대안분석시 유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의사결정의 함정, 2008>.


장단점 비교의 함정

주어진 대안들의 장점과 단점 비교는 대안을 직관적으로 쉽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다. 장단점 비교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잘못된 의사결정을 유도할 수 있다.


첫째, 장점과 단점의 항목에는 우선순위가 없다. 따라서 장점이나 단점의 숫자가 많은 것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쉽다. 예를 들어 장점은 한 가지이고 단점이 네 가지인 장단점 비교표를 보는 사람에게는 장점보다 단점이 돋보인다. 그러나 하나의 장점이 사소한 네 가지의 단점보다 중요할 수 있다. 


둘째, 2~3가지 대안에 집중하여 다른 대안을 배제한다. 장단점 비교시 대안들을 많이 설정하면 판단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보통 두 개의 대안을 놓고 비교한다. 의사결정자가 미리 선호하는 답을 정해놓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장단점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표면적인 분석만 하기 쉽다. 장단점 비교시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장점이나 단점만 나열하기 때문에 형식적인 대안평가에 그치기 쉽다.


중복되거나 과다한 평가기준 수립

대안을 평가하기 위한 평가기준은 중복되지 않아야 하며, 항목별 상세화 수준이나 평가항목 수를 맞추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정 관련한 평가항목은 하나이면서 원가 관련한 평가항목을 인건비, 경비, 재료비 등으로 세분화한다면 원가에 대한 평가기준이 많이 반영될 것이다. 이런 오류는 평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평가항목을 많이 만들 때 발생한다.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평가항목을 그룹별로 평가항목의 개수를 비슷하게 하는 것이 좋다. 또한 평가기준을 너무 많이 도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보통 7~10개의 항목이면 대안을 평가하기 위한 항목으로 적합하다.


평가항목 중요도(가중치)를 주관적으로 결정

대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평가항목별로 가중치를 부여해야 하는데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중요도를 정하면 잘못된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다. 평가항목의 가중치는 항목별 쌍대비교를 적용하는 것이 좋다. 표*는 퇴직 이후 삶의 의사결정을 위해 돈, 건강, 가족, 친구의 가중치를 결정한 예이다. 

쌍대비교는 N개의 평가항목이 있을 때 두 개의 평가항목을 선정하여 두 가지중 보다 중요한 항목에 1점을 부여하고 두 가지 항목이 비슷하면 0.5점을 부여하여 특정 평가항목이 받은 점수를 더해 가중치를 결정한다. 아래 표는 열의 관점에서 중요도를 평가해 점수를 기록하였다. 


상품기획의 의사결정시 평가항목과 가중치를 조직의 표준으로 정의할 수 있는데 평가항목은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도 평가 가중치는 상품의 유형, 조직내부/외부의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재무상황이 좋을 때 매출 불확실성에 대한 가중치와 재무상황이 좋지 않을 때 매출 불확실성에 대한 가중치는 달라야 한다. 


정량적 정보에 지나친 의존

100퍼센트 정량적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하기는 힘들뿐 아니라 정량적 평가만을 고집하다 보면 혁신적인 대안을 놓칠 수 있다.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대안을 제외해서는 안된다. 정량적 분석을 강조하는 조직문화에서는 데이터가 있다는 이유로 중요도 낮은 평가항목을 선택하기 쉽다. 


배제기준을 고려하지 않음

특정 평가기준은 아예 대안 자체를 무효로 만들 수도 있다. 의사결정 사안에 따라 배제기준이 있는지 검토한 다음 이를 적용해서 불필요한 대안을 검토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 보호와 같은 컴플라이언스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대안은 제외해야 한다. 


④ 의사결정


상품개발의 주요 의사결정은 대부분 회의체에서 보고서를 검토하면서 이루어 진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두고는 유관부서 실무자와 사전협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종 의사결정시 유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침묵이 동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의사결정 안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침묵한다고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표면으로 드러난 대립은 해결할 수 있지만 숨겨진 이해관계는 의사결정을 실행할 때  장애요인이 된다. 의사결정 회의를 주관하는 관리자는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 내용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히포(Highest Paid Person's Opinion)가 정확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히포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층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약어이다. 상품개발 과정에서 히포가 큰 목소리를 내면 그대로 따라가기 쉽다. 잘 들리지 않지만 우선적으로 따라야 할 것은 고객의 소리이다.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2014>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큰 목소리를 낸다. 이런 상황과 마주칠 때 우리는 "데이터가 있다면 데이터에 따르자. 각자 의견이 다르다면 내 의견대로 하자"라는 말을 즐겨 인용한다. 히포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을 멈추고 나면 여러분은 실력주의를 만들어내기 시작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의 질적 수준이지 누가 말했느냐가 아니다"


조직은 이익추구보다 손실회피를 우선한다.

동일한 규모의 수익을 얻는 것과 손실을 보는 것은 같지 않다. 동일한 규모의 손실로 인한 고통은 수익보다 2.5배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상품관리자가 기댓값이 0보다 크다고 상품개발에 투자하는 결정을 해서는 안된다.   


최종 의사결정 전 위험을 점검한다


의사결정 결과를 실행하기 전에 위험을 점검해야 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갔을 때 상품이 실패한 원인을 상상해 보는 것도 좋다. 이러한 활동을 사후평가(post mortem)에 비유하여 사전평가(pre mortem)라고 한다.  


의사결정 위험을 점검할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의사결정안의 실행을 힘들게 만들거나, 실행효과를 약하게 만드는 조직 내부 및 외부의 요인은 없는가?

• 의사결정안이 직관에 부합하는가? 불안한 요소는 없는가?

• 의사결정 내용을 실행하기 위한 자원을 확보하였는가?


시간의 압박 속에 내리는 의사결정에 유의한다

상품개발 도중 시간에 쫓겨 긴급한 의사결정을 하면 의사결정의 품질이 낮아지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시간에 쫓기면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그 결과 심각한 오류를 포함한 의사결정을 하기 쉽다. 계획된 상품기획 업무는 시간이 부족한 경우는 드물지만 고객요청으로 긴급하게 상품기능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는 다르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긴급한 상황에서 의사결정 하는 경우가 많다. 


긴급한 의사결정시엔 시급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시급성이 외부에 있지 않고 내부에 있다면 정치적인 이유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긴급한 의사결정에도 의사결정 목표, 의사결정 대안, 의사결정 기준의 적정성을 확인해야 한다. 

시간의 압박 속에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현재 이해관계자의 압박에 맞서는 부담과 부실한 의사결정이 주는 미래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때로는 현상유지도 방안이다

의사결정자가 반드시 무엇인가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 현상유지를 처음부터 배제하지 말고, 최종 의사결정 할 수 있는 대안 중에 한 가지로 고려해야 한다.


관리자의 편견을 배제한다.

관리자의 대표적인 편견은 과거의 경험이나 처음 접한 정보에 현혹되어 자신의 의견을 계속 고집하는 것이다.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하는데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리자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보를 의도적・선택적으로 선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결정 시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없고 그것을 무시해서는 안되지만, 그것에 너무 집착해서도 안된다. 


의사결정 근거를 기록한다

별도의 보고서를 여러 사람들이 검토하고 의사결정을 한다면 보고서에 의사결정 근거가 담겨있다. 의사결정과 관련된 별도의 문서나 결재가 없다면 상품관리자나 프로젝트 관리자는 의사결정의 근거와 결과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상품 출시 후 교훈으로 정리하거나, 추후 유사한 의사결정시 활용하기 위함이다. 기록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의사결정의 목표

• 의사결정의 유발인자(문제, 기회)

• 의사결정 기준들(중요도)

• 대안 및 평가결과

• 의사결정 결과


모든 대안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좋지 않은 대안만 있지만 더 이상 대안을 만들어낼 수 없는 상황은 이전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잘못 수행했기 때문일 수 있다. 또 주어진 프로젝트 상황에서는 더 나은 대안이 없다고 스스로 잘못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의사결정을 위한 충분한 기간이 주어졌는데, 이런 저런 핑계로 의사결정을 미룰 때 흔히 나타난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구분한다.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X가 Y를 초래하는 인과관계이다. 반대로 X와 Y가 비례관계에 있는 것은 상관관계이다. 광고와 매출증가는 인과관계일수도 있고 상관관계 일수도 있다.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판단하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⑤ 실행과 피드백


실행은 의사결정한 내용을 이행하는 프로세스이고, 피드백은 이행하는 과정에서 계획 대비 실적을 모니터링하여 문제점을 보완하는 프로세스이다. 실행과 피드백 프로세스에서 유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일관된 추진과 유연한 대응

의사결정 한 내용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암초를 만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의사결정의 큰 방향을 바꾸거나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러 사람이 고민 끝에 결정한 내용이므로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젝트에서 이것저것 기웃거리다 보면 아무것도 안될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하게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방향을 바꿀 결단력도 있어야 한다.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만 자존심 때문에 선택한 대안이 최적안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정보만을 찾아서는 안된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관리자들은 문제해결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과민반응을 하게 되고 다시 무리한 의사결정을 계속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한다.


남 탓하지 말기

실행이 잘 되지 않는 경우 상품관리자나 프로젝트관리자는 외부로 그 원인을 돌려서는 안된다.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자세로 실행해야 한다. 물론 많은 항목이 이해관계자의 지원이 있어야 실행할 수 있는데, 그런 협조를 얻어내는 것 자체가 관리자가 할 일이다.


이행사항 정기점검

중요한 의사결정이 자체의 동력으로 움직이기까지는 많은 보살핌과 관심이 필요하다. 인공위성이 대기권을 벗어나 본 궤도에 도달할 때까지 몸체 대부분을 태우듯이 중요한 의사결정도 초기 이행이 힘들다. 매일 혹은 매주 진행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을 독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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