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일정준수는 좌우가 대칭인 정규분포가 아니다. 일정이 계획보다 단축되는 경우보다 일정이 계획보다 지연되는 경우가 훨씬 많은 비대칭 분포이다. 계획보다 지연되는 프로젝트의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단축하는 기간보다 지연되는 기간도 훨씬 길다.
그림. 납기준수 프로젝트 분포
이 때문에 납기가 지연된 프로젝트는 자주 접하지만 납기를 단축하는 프로젝트는 보기 힘들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일정에 겸손해야 한다. ‘내 사전에 납기지연은 없다’식의 막무가내식으로 계획하면 큰 낭패를 보기 쉽다. 프로젝트 일정 지연이 많은 이유는 빨리 끝날 이유보다 지연될 이유가 많기 때문이다.
빨리 끝낼 수 있는데 빨리 끝내지 않는 이유는?
프로젝트 일정을 단축하려면 팀원들이 맡은 업무를 계획보다 빨리 끝내야 한다. 맡은 업무를 계획보다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계획보다 생산성을 높이거나 계획수립시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 계획보다 생산성을 높이기 힘든 이유는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할 때 팀원의 헌신을 고려하지 않는다.’를 참조하기 바란다. 맡은 업무를 빨리 끝내는 다른 방법은 확보한 여유를 소진하지 않는 것이다. 여유를 사용하지 않는 만큼 납기는 단축된다. 팀원들이 맡은 업무를 빨리 끝내기 어려운 이유는 ‘여유를 소진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① 맡은 업무를 빨리 끝냈을 때 인센티브가 없다.
프로젝트 납기를 단축했을 때 프로젝트 팀을 보상하는 경우는 있어도 프로젝트 진행 중에 개인들이 맡은 업무를 계획보다 빨리 끝낸다고 팀원을 보상하는 일은 드물다. 금전적인 보상은 아니어도 관리자의 칭찬과 동료들의 존중이 있을 수 있는데 그건 그럴 만한 성과가 있읉때 이야기다. 여유 있는 일정에서 여유를 고려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업무를 했다고 그 사람을 칭찬하거나 존중하지 않는다. 할 일을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계획보다 업무를 빨리 끝내는 인센티브가 없을 때 대처는 두 가지다. 인센티브가 없어도 여유를 사용하지 않고 업무를 빨리 끝내거나, 여유를 사용하고 계획대로 끝내는 것이다. 주어진 여유를 소진하지 않고 빨리 끝내는 사람도 있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런 사람은 많지 않다. 조직문화에 따라 그런 사람들이 많은 조직이 있을 수 있지만 스타트업처럼 조직의 규모가 작고, 조직의 성장이 개인과 직결될 때에 가능하다.
② 목표에 따라 일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회사 내 후배에게 업무를 부탁하면 ‘언제까지 하면 되나요?’라고 나에게 물어보는 후배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반대로 그 후배에게 ‘언제까지 끝낼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고 싶고 실제로 묻기도 한다. 그 후배는 달성 가능한 일정보다 달성해야 하는 일정에 익숙해진 상태이다. 나는 후배에게 가능한 일정을 물어보고 문제가 없으면 그렇게 하세요 라고 말하고 싶다. 만일 후배의 답변이 내가 생각하는 마감일보다 늦다면 후배와 의논하여 범위를 조정하거나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도 있다. 후배의 의견을 듣지 않고 내가 후배에게 전달할 수 있는 양심적인 일정은 ‘최대한 늦출 수 있는 일정’이다. 아니면 ‘가능한 한 빨리 부탁해요’라는 두리뭉실하고 원론적으로 말하거나‘최대한 늦출 수 있는 일정’에서 버퍼를 제외한 일정을 말할 수밖에 없다.
여유 있는 일정에 맞추다 보면 업무착수를 늦게 하거나 업무강도를 낮춘다. 이는 학교 다닐 때 시험일이 임박해야 긴장감을 가지고 시험공부를 하고, 마감일이 다 되어야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내용이다. 여유시간을 소비하고 마감에 임박해서 일하는 것을 ‘학생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③ 빨리 끝난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팀원이 계획보다 업무를 빨리 끝내도 그 사실을 외부에 공유하지 않으면 업무를 빨리 끝낸 의미가 없다. 특정인이 빨리 끝낸 결과물을 다른 누군가가 계획보다 빨리 활용하지 않으면 빨리 끝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팀원이 계획보다 빨리 끝난 업무를 공유하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빨리 끝난 업무를 알릴 필요를 못 느낄 수도 있고, 다음번에도 비슷한 업무를 빨리 끝내라고 요청받을 것이 부담될 수도 있다. 또는 동시에 많은 일을 진행 중인 것처럼 보이길 원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그 일을 완료하고 나면 일시적으로 다른 일이 없는 경우에도 일찍 끝난 일을 알리지 않을 수 있다.
프로젝트가 지연되기 쉬운 이유는?
맡은 일을 빨리 끝내는 것을 제외하고 남은 경우의 수는 제때 끝나거나 늦게 끝나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지연되기 쉬운 이유는 지연되는 경우의 수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제때 끝나는 경우의 수는 일자를 기준으로 하면 1 개다. 1개월을 기준으로 제때 끝냈다고 쳐도 30개밖에 안된다). 맡은 일을 빨리 끝내지 않는 이유는 능동적이고 주관적이지만, 지연되는 이유는 수동적이고 객관적이다.
① 선행작업 중 하나만 지연되어도 후행작업이 지연된다.
특정 작업을 착수할 조건으로 선행작업의 완료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작업을 착수하기 위해 세 개의 작업을 끝내야 한다면 그중 한 개의 작업만 지연되어도 후행작업이 지연된다. 따라서 선행작업의 개수가 많을수록 후행 작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완성도 높은 통합테스트를 착수하기 위해서는 모든 프로그램의 개발과 단위테스트가 끝나야 하기 때문에 개발물량이 많아질수록 통합테스트 착수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선행작업들이 모두 끝나야 후행작업을 착수하지만, 선행작업중 하나만 지연되어도 후행작업이 지연된다. 즉 개별작업의 빠른 완료가 프로젝트 납기단축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지만, 개별작업의 지연이 프로젝트 납기지연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프로젝트 팀원 모두가 선한 사람이고 작업을 빨리 끝내려고 노력한다고 가정해도 업무가 빨리 끝날 가능성과 지연될 가능성은 반반이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앞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프로젝트가 지연될 가능성이 절반보다 높아진다. 팀원 간 업무의 상호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프로젝트가 지연될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② 변동은 나쁜 쪽으로만 작용한다.
비행기 도착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는 기후, 이륙준비, 공황의 상황 등이 있지만 주로 지연에 영향을 주는 변동이 많다. 비행기가 빨리 도착해야 1시간 이내이지만, 늦어지면 하루를 넘기기도 한다.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이다. 프로젝트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내부와 외부의 많은 변수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변수들은 일정지연에 더 잦고 더 큰 영향을 미친다.
③ 프로젝트 계획이 처음부터 달성하기 힘들었다.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처음부터 프로젝트의 일정준수 가능성이 낮았을 수도 있다. 이 경우는 지연될 프로젝트가 지연된 것이다. 다만 납기지연의 원인을 이해관계자마다 다르게 해석할 뿐이다.
④ 프로젝트 후반부로 갈수록 어려운 일이 많아진다.
프로젝트 지연가능성은 프로젝트 후반부로 갈수록 높아진다. 개발단계까지는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어도 통합테스트부터 몰랐던 이슈가 발생하고 그 이슈의 해결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간단한 이슈들은 그때그때 바로 해결하지만, 해결이 어려운 복잡한 이슈일수록 해결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그 이슈 해결을 위해 계획된 업무를 지연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슈해결도 적정 시기가 있다. 그 시기를 놓치면 그 이슈와 관련된 업무가 많아져 이슈해결이 복잡해지고 이슈해결 시간도 오래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