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안에 옮겨 심으려고 가꾼 어린 식물들
농부의 손길을 빌려 神이 쓰는 빼곡한 명부같다
잡초 뽑아내다가 가꾸어야 할 싹도 간혹 뽑혀나간다
어릴 때 일찍 떠난 사촌 동생도
앞집 소꿉놀이하던 친구도 뽑혀 나가더니
중등 시절 친구까지도 뽑혔다
옮겨심기 전 무럭무럭 자라는 그것들에게서
왜 축축하고 비릿한 냄새가 나지?
드문드문 뽑히고 뽑히어 일찍 떠나간 이름들
그 와중에도 나는 뽑히어 도시로 떠나왔다
일모작 삶을 영위하면서 숱한 걸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모작 삶을 살아가는 예순의 나이
받침이 없어 찢어지기 쉬운 발끝 왜 이리 조심스러운가
늦가을 지나 겨울로 접어들면
곁눈질에 능한 신은 명부를 힐끗 넘겨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