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민요 사랑 / 권분자

산문

by 권작가

민요를 배우며.jpg


민요 사랑


권분자


손녀를 데리고 민요를 배우러간다 나는 오래전에 기능보유자가 되었지만,

직접 손녀를 가르치기는 어렵기에 손녀의 손을 잡고 선생님을 찾아간다.

“이이파알 처엉추운에에~”

아이는 뜻 모를 곡조를 흥얼흥얼 잘도 따라한다.

손녀의 목소리에서 내가 즐겨듣던 옛 가락이 다시 피어난다.

목청의 피로를 견뎌가며, 오래된 가락을 몸에 새기던 시절이 떠오른다.

강둑길을 걸으며 부르던 그 가락은 나의 오래된 위로였다.

수많은 날들을 지나오면서 느낀 건 민요야말로 우리네 삶이라는 것….

집요한 슬픔이 뒤엉켜 휘도는 곡조는 구슬퍼서 더 흥겨웠다.

아이는 청춘가의 애틋함도, 아리랑의 고갯길도 모르지만,

흙을 밟아야 흙냄새를 알듯이,

언젠가 자기 삶의 굽이에서 저 가락을 한 번쯤 불러볼 날이 올 지도 모른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인데도 아이와 나는 버스를 타고 내린 뒤

우산을 쓰고 다시 한 정류장을 걷는다.

손녀는 내 손을 꼭 잡고 나를 따라 걷는다.

아직은 가락보다 동요에 마음을 더 두는 아이지만,

언젠가는 소리에 마음을 더 기울일 날이 올 것이다.

세상은 눈부시게 진보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감싸주는 소리는 여전히 사람의 입에서 나온다.

AI의 시대,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은 노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먼 미래 이 아이가 ‘청춘가’를 부르며 나를 떠올릴 것이라는 걸 알기에….

아이와 손을 맞잡고 미래를 향해 조용히 걸어간다.












keyword
이전 06화모기 채 / 권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