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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채 / 권분자

산문

by 권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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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채


권분자



"천장에 붙어있는 머리통들 이젠 신물이 난다니까요.

내 허벅지에 빨대를 꽂은 놈을 피투성이로 만들어버렸어요.

번번이 느꼈지만, 내가 진짜 살해자라는 게 실감이 나요."

"끔찍하다거나 역겹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

그래, 좋아, 이제 남은 건 모든 일의 원흉과 만나는 거야.

싫어도 그렇게 해야만 생과 사, 우주의 법칙이 해결되는 거야."

"작은 몸 터트리고 나서 오히려 나 자신이 역겨울 뿐이었어요.

생각해 보면 난 너무 이기적이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마디 하겠는데요.

당신이었다고 해도 그 놈을 죽였을 거라고요.

사는데 방해만 될 뿐이라니까요."

"자, 그럼 말 돌리지 말고 나를 보고 진실만 말해.

이제 지독한 게임도 끝내야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하늘을 오르는 건 그다지 모양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계단으로 올라갔고요.

어차피 꼭대기에 다다랐으니까

흡혈하는 주둥이 후려칠 일만 남았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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