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아이들의 작은 변화에는 금세 눈이 간다.
투정이 늘어난 거 보니 어금니가 올라오고 있다거나,
얼마 전까진 하지 못하던 것들을 해낸다거나
어제와 다른 표정 하나까지도 마음에 잡아두곤 한다.
하지만 사실 우리 집에서 시간의 흐름에 속절없이 가장 변한 사람은
어쩌면 아이들이 아니라 남편일지도 모른다.
신혼 초에 남편은 잠을 잘 때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던 사람이었다. 혹시라도 출장이나 장거리 운전을 하게 될 때 아주 간혹 코를 골더라도, 그 코골이 시작의 찰나에 자기 소리에 놀라 깨곤 했다.
‘나 방금 코 골았지?’ 하며 머쓱하게 웃고는 다시 잠에 들던 남자였다.
그러다 첫째가 생기고, 야경증이었던 첫째 덕에 우리 부부는 언제나 수면 부족에 허덕였다.
나는 두통을 달고 살았고, 남편은 잔 것 같지도 않은 밤을 지나 한껏 내려온 눈꺼풀을 올리고, 흐린 정신을 붙잡고 매일 성실히 출근했다.
둘째가 생기고 비좁아진 침대만큼이나 남편의 피곤도 쌓여간 걸까.
이제 코골이는 남편의 디폴트가 되었다.
기차소리 같기도 하고, 공장 돌아가는 소리 같기도 한 코 고는 소리는 더이상 자기 귀에도 들리지 않는지, 더는 놀라 깨지도 않는다.
그 소리는 이제 우리 집 밤의 기본 배경음악이 되어버렸다.
왜 아빠들은 항상 코를 골고, 소파에 잠들어 있는 모습일까.
가장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와 책임감은
아마 집에 와서야 슬며시 내려놓게 되나보다.
하루종일 힘주었던 힘이 풀어지고,
긴장과 부담을 그제서야 내려놓나보다.
이제 어느덧 결혼 10년 차를 향해 가고 있는,
어엿한 한 가정의 가장이 된 남편.
그런 남편의 늘어나는 체중과 디폴트가 되어버린 코골이, 몇 주째 떨어지지 않는 감기가 이제 그저 안쓰럽다.
아이들에게 옮아 시작된 감기가
아이들은 씻은 듯 나아도 혼자 여전히 감기와 씨름 중일 때, 사실 조금은 답답했다.
분리수거 하나 부탁하기도 미안해지게 왜 기침은 떨어지질 않는 건지..
시끄러운 코 고는 소리에 잠을 못 이룰 것 같아 툭툭 치며 깨워볼까 하다, 오늘 밤은 가만히 두기로 한다.
매일매일 똑같은 자리를 지켜내는 그 성실함으로,
두 아이의 아빠로 사는 책임감으로,
애쓰고 돌아온 하루 끝에서
두 다리 뻗고 자는 이 시간만큼은 편히 지켜주자고.
오늘도
정말 고생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