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억으로는 중학생 시절부터 불면증은 늘 나와 함께 했다.
밤이 되면 맑아지는 눈과 머리로 시험기간에는 거의 밤을 새운 적이 많았고,
평소에는 심야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불면증이 거의 사라졌다. 아이들과 함께 일찍 잠에 들어버린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하고 달라진 건, ‘1시간’ 뿐이다.
유치원 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1시간 일찍 집을 나서 등교를 하고,
방과 후 프로그램을 마치고 1시간 일찍 하교를 한다.
그 앞당겨진 1시간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오전 간식이 있었던 유치원과는 달리
점심때까지 배고프지 않도록
아침을 챙겨 보내야 하는 이른 시간의 분주함이 들어간다.
아이가 하교하고 나서는
매일 챙겨야 하는 가정통신문과 알림장을 확인한다.
혼자 책을 읽는 즐거움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터라,
하교하고 동생이 없는 조용한 틈에 읽을 책들을
도서관에서 미리 빌려다 놓는다.
저녁을 먹이고는
다음 날 일찍 일어나야 하니
잠자리에서도 재촉하듯 아이를 부르고,
책을 읽어주다 보면
나의 하루도 끝이 보인다.
잠든 아이들 사이에 세로 누워
다음 날 먹일 아침 메뉴를 생각하다
어느샌가 잠이 든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보다 더 빨리 찾아오는 하교 시간에 맞춰
잰걸음으로 할 일을 끝내고,
초보 학부모라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신경 쓰다 보면
저녁 무렵이면 방전이 되어간다.
그래서인지,
더 이상 걱정을 오래 붙잡고 있을 힘도 남아있지 않다.
나의 고질병이었던 불면증은,
학부모라는 이름 앞에서 맥을 못 추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교할 때마다 엄마 얼굴을 찾아 두리번대다,
눈이 마주치고 말간 얼굴로 달려오는 아이를 보면
지금의 종종거림과 수고로움이 ‘기꺼움’이 된다.
너의 1학년 생활이
불안함보다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기를,
새로운 친구들과의 시간이 웃음으로 채워지기를,
학교라는 곳이 점점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오늘도
기꺼이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