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속도가 늦어 불안해질 때, 벚꽃을 보세요

by 작은 마음 수집가


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가장 먼저 꽃을 핀 나무가 하나 있다.

해가 가장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은 덕분인지, 다른 나무들이 아직 앙상한 가지를 보일 때 홀로 하얗게 팝콘을 터뜨렸다.

8살 아이는 그 나무를 '나의 최애 나무'로 점찍었다.

등하굣길마다 그 나무 아래서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곤 했다.


아이는 그 나무가 언제까지나 그렇게 예쁠 줄 알았나 보다. 신나서 나무 주위를 뛰어다니며, 다른 친구들에게 "우리 집 앞 벚꽃이 제일 먼저 폈어!"라며 자랑하고 싶어 했으니까.



그리고 바로 어제.

아이의 기대와는 달리, 다른 나무들이 이제 막 수줍게 분홍빛 기지개를 켜며 만개를 향해 갈 때, 아이의 나무는 이미 꽃비를 내리고 있었다.

바닥에 가득 떨어진 하얀 꽃잎들을 보며 아이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엄마, 왜 이 나무는 벌써 꽃이 다 졌어?"


아이의 질문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이 나무는 꽃이 가장 먼저 피었잖아.

그래서 먼저 봄을 지나고 있는 걸 거야.

꽃은 다 각자 피는 순서가 다르니까."


사실 아이는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지만,

그래도 하얀 꽃잎들이 수 놓인 길을 밟으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나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아이에게 다시 한번 나직이 읊조렸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언제나 빠르지 않아도 돼.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피어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