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흐르는 것들이 내게 남긴 것들
섬에 머문 지
꽤 오래되었다.
처음엔 외로웠고,
그다음엔 고요했고,
그다음엔... 익숙해졌다.
잠잠한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리는 이곳에서,
나는 자주
무언가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 멀어짐이
오히려 나를 더 깊숙이 데려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세상의 속도에서
한 걸음 비껴선 삶.
내 안에서 천천히 무너지고,
다시 자라는 감정들이 있었다.
이곳의 시간은
아주 느리게 흐른다.
해가 떠오르면
아침 일찍 일어나할 일들을 하고,
해가 저물면
하늘도, 바다도, 나도
서서히 어두워진다.
가끔,
감정이 북받쳐 올 때가 있다.
그 감정이 어디서 온 것인지,
왜 그날따라
그리운 것들이 많은지는 알 수 없지만-
바다는 그 모든 이유 없는 마음조차
조용히 받아주는 것 같았다.
섬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늘 내 곁에 있었다.
파도가 밀려왔다 떠내려가고,
내 안에서 흐릿해졌던 감정들도,
파도처럼되돌아왔다.
그 반복 속에서
나도 조금씩,
내 마음을 밀어냈다 되찾는다.
바다는
기억을 오래 품는다.
내가 모르는 아주 깊은 곳.
나를 숨죽이도록 아프게 하는 기억을
파도처럼 밀려와 때리기도 한다.
"그렇게 살아간다는 건
때로는 견디는 일이라는 걸,
이곳에서 나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배운다."
조용히,
아주 천천히.
내 안은 아직도 겨울이지만
때때로 봄이 찾아오며,
나는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봄이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계절이 있었으면 좋겠다.
조용히 마음이 자라는,
따뜻하고 느린-
봄 같은 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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