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감정에 대하여

바람과 바다와 나 사이의 무언가

by 김봄

가끔은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없다.

슬픔이라기엔 너무 조용하고,

기쁨이라기엔 어딘가 쓸쓸한 마음이 머문다.




그럴 땐

바람을 오래 바라본다.


풀잎을 스치는 바람,

물결 위로 흐르는 공기.


그 안엔 말이 되지 않는 마음이

조용히 실려 있는 것만 같아서.


잠시라도, 그 감정을
흘려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마음이 고요할수록
나는 나를 더 느낄 수 있다."


바람과 바다 사이,

말없이 앉아 있는 시간.


파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안엔 수천 가지의 감정이 밀려온다.

그 조용한 감정들이 가슴 안에서 작은 물결처럼 번져간다.


우리는 살아가며,

감정에도 자꾸 이름표를 붙이려 한다.

슬픔, 외로움, 사랑, 그리움...


하지만 이 바람 같은 마음도,

그저 이름 없이 있어도 괜찮다는 걸,

나는 이 섬에서 배워간다.




"감정은 꼭 이름이 없어도 된다. "


그냥 그 자리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살아 있게 하니까.




그렇게 나는, 오늘도
이름 모를 마음 하나를
조용히 안고 하루를 살아간다.


이름이 없다고 해서

그 마음이 덜 소중한 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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