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못 들여도, 마음은 들여버렸다
처음엔
문이 바깥에서 잠기는 줄 알았다.
누가 나를 밀어냈다고,
나를 이 고요한 섬에
남겨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문은 바깥에서 잠긴 게 아니라,
내 안에서 잠근 문이었다.
올해 봄.
햇살이 부드러워지던 어느 날,
마당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처음엔 도망치기 바빴다.
사람이 무서운 듯,
가까이 가기만 해도 후다닥 달아났다.
나는 몇 번인가
조심스럽게 먹이를 내놨다.
그리고 어느 날,
살짝, 손끝으로 쓰다듬어보았다.
놀랍게도
그 이후로 그 애는 나를 따랐다.
신기했다.
그리고, 좋았다.
무언가가 나를 보고 따라온다는 사실이.
그애는 몸을 부비고,
내 다리에 올라타고,
내가 어디로 가든 졸졸 쫓아왔다.
걷기도 힘들 정도로,
문을 닫기 어려울 정도로.
앞발을 내 다리에 얹고
얼굴을 스치듯 비비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 봤다.
"괜찮아, 나는 너를 좋아해"
그 애는 말 없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조금 버거웠다.
내 마음이
무너지고 있던 그 시기,
그 애는 나를 아무 조건 없이 따랐다.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주는 존재.
그게, 고마웠다.
하지만 현실은
늘 나를 다시 세웠다.
철문은 우리 사이를 가로막았고,
부모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동물은 안 돼."
"털, 냄새, 기생충."
"귀찮게 하지마."
나는 나 자신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인데,
고양이를 돌보는 건
욕심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미안함.
감당할 수 없다는 자책감.
그 모든 것이
뒤셖여 남았다.
그래도 말이지.
그 애가 나를 의지해줬다는 것만으로
살짝, 숨이 트였다.
그게 아주 작은
아기 고양이일지라도.
그 애는
문 안으로는 들어오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내 마음 속에는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했던 존재였다.
문은 여전히
안에서 잠긴 채다.
하지만 그 애는
문 앞 어딘가에 조용히 기대어 있다.
기다리지 않더라도,
언제나처럼 거기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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