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처럼, 내 안의 감정도 드러날 때가 있다
물이 한소끔 빠질 때면,
내 마음의 물결도 조용히 안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눈을 감으면
속에 감춰두었던 마음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마치 썰물에 드러난 갯벌처럼.
꼭꼭 감춰져 있던 내면이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단단한 바위,
넓게 펼쳐진 모래,
어지럽게 흩어진 해초들,
흑갈색의 질척한 갯펄.
그 모든 것들이
다 내 안에 있다.
다 내 안에 있다.
무너지지 않으려
버텼던 마음들,
잘게 부숴
삼켜버린 감정들,
널부러져
정리되지 못한 기억들,
남에게 보일까 감춰두었던
질퍽하고 부끄러운 마음들까지.
다 내 안에 있다.
다 내 안에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가끔은 조용한 기쁨이 피어난다.
해삼을 건져 올릴 때의 놀라움,
소라를 집었을 때의 조심스러운 기쁨,
전복을 땄을 때의 작은 환희.
그 모든 순간도,
사실은
내 안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다.
물이 빠지기 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지저분하고 말끔하지 않더라도,
그 안엔 분명
나를 살게 했던 순간들이 있었다는 걸.
그 모든 것이,
다 내 안에 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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