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감춰진 마음들

썰물이 빠진 자리에서 마주한 나

by 김봄


"물이 빠진 자리, 갯펄은 오래 감춰둔 이야기를 꺼낸다."


바다가 한 발 물러서면,
그 속에 숨겨졌던 것들이 드러난다.


외로움은 바위처럼 단단히 굳어 있었고,
뒤처졌다는 감각은
해초처럼 엉켜 발목을 감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해내야 했던 날들의 무게는
검고 무거운 갯펄처럼 바닥에 깔려 있었다.




반복되는 하루,
같은 길, 같은 바람, 같은 풍경.
그 안에서 나는 조금씩 무너졌다.


아픔은 모래알처럼 고르게 퍼져
발 디딜 곳마다 스며들었고,


무기력은 바닷물처럼 밀려와
내 마음을 잠식했다.


자기부정은 파도처럼
날 다시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무너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던 마음들도 있었다.


겉으론 멀쩡하게 서 있었지만,

속은 이미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로 가득했다.


부끄러움, 후회, 원망,

그리고 작고 사소한 미련들.


그 마음들을 마주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때로는 숨이 막히고,

때로는 시선조차 두기 어려웠다.




그런데 바다는 늘,
썰물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밀물이 돌아와 모든 것을 덮으면
드러났던 부끄러움과 상처도
잠시 물속에 잠긴다.


그 사이 바다는 조금씩
스스로를 씻고, 새로워진다.




나도 그 순환 속에 있다.
내 마음이 드러나고,
다시 덮이고,


그 과정에서 아주 조금은
가벼워지고 새로워진다.


"썰물은 나를 드러냈고,
밀물은 잠시 나를 쉬게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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