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24 북클럽 구독 1개월 차
시간이 남아도는 휴일과 주말이면 이불속에서 에세이들을 읽곤 합니다. 작년까지 잘 쓰던 리디북스 e북 리더기가 고장 난 이후 예스 24 크레마 그랑데를 구입해서 한 달 동안 쓰는 중인데요. 이번 달은 2권의 소설과 1권의 심리책, 6권의 에세이를 완독 했습니다. 북클럽에서 확 끌리는 책들을 그때그때 다운로드하여서 읽은 터라 한 달간의 멘탈 상태가 제목에 그대로 묻어났는데요. 앞으로는 소설과 경제 도서의 비중을 차차 늘려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거두절미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1월의 추천 책들을 한 번 모아봤습니다.
절대적 빈곤은 아니지만 대체로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생생한 일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고, 조금이라도 저렴한 식재료를 사기 위해 시장과 마트를 샅샅이 뒤지고, 일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꾸밈없이 담담하게 써 내려갔습니다. 프리랜서 출판 편집자의 업무 루틴과 출판계의 근무 환경을 엿볼 수 있었던 점도 흥미로웠고, 직장 생활과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내용들이 도움이 됐어요. 또한 각자의 가난을 더 많이 얘기하고 써 내려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크게 와닿았던 책이었습니다.
겨울에 읽기 좋은 따뜻한 소설입니다. 청파동 골목의 한 편의점 속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은 내용인데요. 마음씨 넉넉한 사장님과 서울역 노숙자 출신 직원 '독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진열된 상품도 얼마 없고 말 그대로 불편하기 짝이 없는 편의점이지만, 저마다의 고민과 희로애락을 안고 사는 단골손님들과 직원들로 훈훈하게 채워집니다. 지치고 고단한 세상살이 속 인정과 사람 냄새가 넘치는 곳에서 위로를 얻고 싶다면 <불편한 편의점>을 꼭 읽어보세요.
사람만 바뀔 뿐 똑같은 굴레에서 계속 헛돌기만 하는 인간관계가 고민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례가 크게 도움이 됐는데요. 나만 어려운 게 아니었구나 공감이 되기도 하고, 안 좋은 패턴을 반복하는 원인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었어요. 순응형과 돌봄 형, 방어형, 지배형으로 분류되는 관계의 종류와 행복한 관계를 위한 건강한 바운더리 형성에 대한 내용도 기억에 남습니다. 단순한 위로가 아닌 냉철한 분석과 과학적인 접근으로 관계와 심리를 읽어나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삼각 커피 작가님의 그림 에세이를 읽고 나면 항상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동글동글 예쁜 그림들과 함께 적힌 일과 인간관계에 대한 소소한 생각들이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그림 작가와 자영업을 하며 살아가는 솔직한 일상 이야기도 재밌고, 집순이 생활과 경제적인 고민, 연애에 대한 내용들은 특히 공감이 됐습니다. 제목처럼 딱 살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 애매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데요. 별다를 것 없이 반복되는 일상이라도 작가님처럼 건강하게, 나다운 삶으로 꾸려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직장인들의 번아웃과 무기력증을 다룬 책입니다. 해야 할 업무를 계속 미루고, 만사가 귀찮고, 쌓여가는 업무를 봐도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 경험들… 회사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은 겪어봤을 텐데요. 회사만 가면 왜 이렇게 늘어지고 피곤한 지부터 나의 심리상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기술들까지를 종합적으로 다뤘습니다. 회사에서 하는 모든 행동에는 원인이 있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번아웃에도 해결방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 나뿐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가족'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저에게는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복잡하고 어려워지는 게 가족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사회가 정한 정상 가족에 대한 맹점을 짚어내고 부모, 형제 등 각 구성원들과의 관계들을 작가의 시각으로 해석한 이 책이 흥미로웠습니다. 개인을 둘러싼 가족이 결혼과 출산으로 또 확장됨에 따라 가족에 대한 생각은 다각화되는 것 같아요. 가족이라는 무게에서 벗어나 인류애적인 시각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들을 받아들일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전가옥에서 발행하는 책들은 웬만해선 빠짐없이 읽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한국형 단편 SF소설 콘셉트로 매번 참신한 소재의 공모작 들을 묶어서 출간하기 때문인데요. 이 책에선 넘쳐나는 사랑 이야기에 새로움을 더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선정했다고 해요. 게임 캐릭터들의 사랑부터 로봇의 사랑, 인공지능이 매칭 해주는 소개팅 등 4차 산업혁명과 SF의 요소를 담아낸 5편의 소설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 읽은 후에는 절절하고 슬프면서도 때로는 달달하고, 섬뜩하고, 또 익숙하기도 한 다채로움이 사랑이라는 게 크게 와닿았어요.
불안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안고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인 것 같아요. 시도 때도 없이 불안이 찾아올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데요. 이 책의 시인은 불안할 때마다 무언가를 버립니다. 포장지와 라면 봉지, 아이스크림 껍데기부터 바지, 오래된 글 등 다양한 사연이 있는 것들을 하나씩 비워나갑니다. '버리기와 기록하기'로 불안과 타협하고 잘 헤어지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인데요. 고민이 많아 머리가 무거울 때 방청소를 하면 개운해지는 것처럼, 의식적으로 버리는 연습을 하는 것도 불안에 대처하는 좋은 방안 같아요.
방송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일상, 일, 사랑 등의 이야기를 담백하고 유쾌하게 써 내려간 산문집입니다. 서울로 상경을 했을 때부터 방송업에 몸담아 일하고, 친구와 함께 옥탑방에서 복닥복닥 살아가는 이야기를 느끼하지 않고 솔직하게 풀어냈어요. 월급으로는 월세와 생활비도 빠듯하지만, 가장 사랑하는 방송 일을 즐겁게 해 나가는 생활을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지옥'이라고 표현했던 부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한 편의 시트콤처럼 통통 튀었고 읽는 내내 즐겁고 짠하고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