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을 읽고
휴머노이드가 보급화된 세상. 경마장 기수로 제작된 휴머노이드 콜리는 낙마 사고로 인해 폐기처분을 앞둔 상황에서 연재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연재는 로봇 제작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고등학생이다. 그녀는 우연한 계기로 하반신이 망가진 기수 로봇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를 집으로 데리고 와 새로운 다리를 주고, 콜리라는 이름을 붙인다. 연재는 과거에 배우로 활동하다가 남편과의 사별 이후 생계유지를 위해 식당을 개업한 엄마 보경과, 하반신 마비로 인해 휠체어 생활을 하는 언니 은혜와 함께 살고 있다. 연재와 은혜, 그리고 콜리는 죽음을 앞둔 경주마 투데이의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하기 위한 연대를 결성한다.
독서가 마음에 위로가 된다는 것이 이런 뜻이었구나. 울컥울컥 치솟는 눈물을 참아내느라 혼났다. 이야기는 각 인물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을 한 꺼풀씩 벗겨내며 잔잔하게 흘러간다. 콜리, 연재, 보경, 은혜, 복희 등등.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건드리고, 때로는 보듬고 치유하기 위해 아름답게 연대한다. 사건이 전개됨에 따라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점들이 드러나며 다양한 감수성을 자극했다.
인물들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상처를 위해 고요히 투쟁했지만, 결핍을 극복하는 일에 능숙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든 일이 처음이고, 처음이 주는 생소함 앞에 난처하고, 조언을 구할 사람은 없고, 그렇기에 견고해 보이는 이 담벼락이 온전히 나에게만 주어진 인생의 높이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관계의 거미줄 속에서 성장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겪는다. 고통과 감정을 모르는 휴머노이드 콜리는 인간들 틈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그들에게 새로운 사유의 기회를 열어준다. 오타 투성이었던 문장들을 하나씩 교정해 주는 역할을 했달까. 내면의 실타래란, 어쩌면 겉모습만 보고 엉망진창 엉겨있다고 지레짐작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막연하고, 때로는 상처받고 있다는 자각조차 지나칠 때가 많다. 그러나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영영 풀지 못할 만큼 꽁꽁 묶여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트랙 위에 놓여 경주마처럼 앞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 레이스인지 뒤를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누구도 베팅하지 않는 경기에서 우승하기 위해 나를 혹사시키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어쩌면 생각지도 못했던 기수의 무게가 나를 짓눌러 다리를 빠르게 망가뜨리고, 나를 향해 질책의 채찍을 휘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망가진 다리로는 어떤 곳이든 달릴 수 없다. 다리가 온전해야 내가 원하는 속도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무조건적인 레이스는 걷는 것조차, 어쩌면 서있는 것조차 불가능으로 만든다. 적절한 타이밍에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지금의 레이스가 당신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면, 잠시 고삐를 놓고 하늘을 바라보기를.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을 지켜보며 당신만의 리듬을 되찾길 바란다는 말을 함께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