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의 크리스마스 선물

by 고봉만


작년 이맘때 즈음의 일이다.

그날은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핑계로 회사에서 조기퇴근 공지가 내려온 날이다.


그 당시에 나는 운동이라는 걸 하고 있었다(무려 6개월이나 다녔던). 나날이 불어나는 뱃살 때문에 고민이 많던 시기에, 사촌언니로부터 필라테스 학원을 추천받았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학원에 가는 날이었다. 그러나 조기퇴근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공강 시간이 주어졌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우연히 들어간 그 카페는 어느 대학교 앞에 있는 이디야 커피였다. 1층은 계산을 하고 음료를 픽업하는 카운터가 전부였고, 2층에 테이블이 펼쳐져 있는 구조였다. 계산대 앞에는 사장님으로 예상되는 4~50대 여성분이 혼자 계셨다. 이른 저녁 시간대라 커피 대신 베리베리 스트로베리, 그런 느낌의 이름을 가진 따뜻한 차를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힘차게 울기 시작한 진동벨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준비된 음료가 픽업대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나를 기다리고 계시던 사장님께 진동벨을 건넸고, 2층으로 곧장 돌아가려던 순간이었다. "선물을 하나 줄게요." 산타로 변신한 사장님이 픽업대 위에 올려놓은 것은 작은 스티커 꾸러미였다. 정확히 떠오르진 않으나 반찬통처럼 보이는 케이스에 귀여운 캐릭터 스티커가 잔뜩 누워있었다. 사장님은 그중 신중하게 고른 두 장의 스티커를 나에게 쓰윽 밀어주셨다.


2층으로 올라와 한동안은 스티커를 만지작거렸다. 음료와 함께 사진도 찍었다. 작은 스티커 두장이 '참 잘했어요' 도장처럼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마른하늘에 산타가 툭 떨어져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 갔다면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 어린아이가 된 기분. 아이를 사랑하는 어른에게서 달콤한 사탕을 선물 받은 기분. 그런 기분에 사로잡혔다. 작은 사건 하나로 나의 하루가 마치 동화처럼 흘러갔다.


아마도 몇 해 전 생일날에도 나는 비슷한 일을 겪었다. 회사 동료가 챙겨준 선물 꾸러미 안에 함께 들어있던 스티커. 집을 좋아하는 캐릭터 스티커. 그 스티커가 그랬다. 두 스티커는 현재 내 사무실 파티션에 나란히 사이좋게 붙어있다. 운동을 그만두게 된 이후로 그 대학가는 발길을 거의 끊었지만, 이맘때가 되니 문득 생각이 나 글로 옮겨보게 되었다.



사소한 일에도 이토록 마음이 가득 찰 수가 있나. 배려받은 것처럼 뒤통수가 간지러울 수 있나. 이런 걸 소확행이라고 하는 걸까. 누군가의 작은 다정함이 오늘날 내 사무실 한편에 달라붙어서 이따금씩 어금니를 씰룩거리게 만든다. 내가 귀엽고 무해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으나. 행복이란 그런 것 아닐까. 작은 추억을 떠올리며 현재를 살게 하는 것.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가와 나를 꼭 안아주고 떠나는 것. 나도 누군가에겐 그런 사람이었으면. 카페 사장님처럼 상냥하고 다정한 순간으로 남아있더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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