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는 글

by 고봉만


작년, 그러니까 2025년 연말, 우리 가족은 새해 첫 일출을 보러 가자는 약속을 했다. 2025년 1월 1일에는 해가 구름에 가려져 해돋이를 즐길 수 없었기에 2026년 떠오를 첫 일출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일출 명소는 바로 우리 집 뒤에 우뚝 솟아있는 인왕산이다. 새벽 6시 30분쯤 출발하면 일출 시간에 맞춰 기차바위에 도착할 수 있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산에 오른다. 우리 가족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일찍 잠들었다가 눈곱만 떼어낸 채 출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만 하루에 와장창 깨져버린다.

병오년 첫날부터 서울을 덮친 한파주의보 때문이다.


아아. 이렇게 나의 새해 첫 다짐이 또다시 처참히 실패하고야 말았다. 쩝. 사실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다. 뭐든 흘러가는 데로 놔두지 않으면 안 되는 모양이다. 그렇게 나는 또 얼렁뚱땅 2026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2024년 1월 1일 일출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이제는 해가 바뀌는 것이 마냥 설레고 기쁘지 않다. 언젠가부터 그렇게 되었다. 오히려 기분이 언짢기도 하다. 그것의 이유는 명확하다. 이룬 것도 없이 나이만 먹어서 그렇다(어느덧 서른일곱 살이 되었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작년 한 해 동안 나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이뤘다. 말로만 노력했던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고, 필라테스라는 운동을 시도했으며, 브런치 작가 신청에 합격해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소박하지만, 내 실행력에 이 정도면 기특할 정도로 많이 해냈다.


2026년에도 이루고 싶은 것, 소망하는 것을 이것저것 적어 스토리에 업로드했지만, 내가 현재 가장 바라는 것은 이 사회로부터의, 이 피로감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사실 복잡한 일도 아니다. 지극히 간단명료하다. 많은 돈과 건강만 있으면 된다. 가장 보편적이며 가장 간절함과 동시에 가장 이루기 힘든 소망이다. 아직 짧은 생애지만 내 일평생 노력 없이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살아왔건만, 그러지 못해 1월 2일이면 여지없이 출근을 해야만 한다. 오늘도 변함없이 출근을 해서 뭣 때문에 잠시 화가 났지만 한 템포 쉬고 침착하게 대처했다. 하. 잘했다, 나. 이런 것만 늘고 있다.


해가 바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신년 운세다. 나는 사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올해는 주로 앱이나 챗GPT로 사주를 봤다. 그런데 또 잘 믿진 않는다. 사주에 의하면 2026년부터 대운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믿지 않는다. 긍정적인 글을 보고 좋은 기분만 느낀다. 어찌 운명이 정해진 방향으로 흘러가겠는가. 내 삶에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권태로운 하루가 쌓이고 쌓여서 변덕스러운 1년을 완성시킨다. 인생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기에. 그렇게 무탈하게 흘러가다가 이따금씩 큰일이 찾아오면 그 순간을 잘 다독여서 또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며 산다. 누군가에게는 '무탈'이라는 것이 가장 간절할지도 모르니까. 언제 떠날지 모를 이 마음의 평화를 사랑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을 주신다면 그것이야말로 운명이라 믿고 소중히 받아들이겠나이다. 하하하. 복권 당첨되게 해 주세요.


좌우지간.

이 글 안에 계시는, 또 밖에 계시는 분들.

뭐든 다 어떻게든 흘러갈 거예요. 무리하지 마세요. 잘 될 거예요. 아프지 마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한마디를 적기 위해 주절주절 떠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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