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미래에 가장 먼저 사라질 능력을 가르치는가?

입시지옥과 사교육 병폐를 끝낼 'KBP 의무화' 혁명(3)

by 아하

입시지옥과 사교육 병폐를 끝낼 'KBP 의무화' 혁명 (3부)


드디어 공개된 ‘수술 계획서’, 병을 고칠 수 있을까?


지난 2부에서는 ‘사탐 런’, ‘확통 런’과 같이 미래에 필요한 공부를 할수록 오히려 불리해지는 우리 입시 제도의 심각한 모순을 살펴보았습니다. 마치 환자의 병은 깊어지는데, 엉뚱한 곳만 처방하는 상황과 같았죠.


이러한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마침내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이라는 대대적인 ‘수술 계획서’를 내놓았습니다. 이 계획서는 과연 우리 교육의 오랜 병폐를 뿌리 뽑을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수술의 부작용만 키우는 미완의 대책에 그치게 될까요? 이번 3부에서는 2025년, 즉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부터 적용될 새로운 입시 제도를 한 꺼풀씩 벗겨보며 그 명과 암을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2028 대입 개편안 해부: 무엇이 어떻게 바뀌나?


새로운 입시 제도는 크게 세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째, ‘통합형 수능’이 도입됩니다.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이전까지 학생들을 괴롭혔던 국어, 수학, 탐구 영역의 ‘선택과목’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이제 모든 수험생은 문·이과 구분 없이 똑같은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2부에서 다뤘던 ‘사탐 런’, ‘확통 런’과 같은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입니다. 이제 탐구 영역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모두 필수로 응시해야 합니다.


둘째, 내신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뀝니다.


1등급을 받기 위해 반 친구들을 경쟁자로만 봐야 했던 교실의 살벌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조치입니다. 기존에는 상위 4% 학생까지만 1등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 상위 10%까지 1등급을 받게 됩니다. 학생들의 과도한 경쟁 부담을 줄이고, 토론과 협력 학습이 살아나는 교실을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셋째, ‘고교학점제’와의 연계가 강화됩니다.


수능 시험과 내신 등급의 영향력이 다소 줄어드는 대신, 학생이 고등학교 3년간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 어떤 노력을 했는지가 중요해집니다. 대학들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생이 어떤 심화 과목을 선택해 이수했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훨씬 더 비중 있게 평가하게 될 것입니다. ‘하루의 시험’이 아니라 ‘3년의 과정’을 보겠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뜨거운 감자: 수능에서 사라진 ‘심화수학’


이번 개편안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분은 바로 ‘심화수학’(미적분Ⅱ, 기하)이 수능 출제 범위에서 빠진 것입니다. 이 과목들은 AI, 반도체, 우주항공 등 미래 첨단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교육부의 입장: “심화수학은 사교육을 유발하는 주범입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과도한 학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외했습니다. 꼭 필요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고교학점제’를 통해 배우면 되고, 대학은 학생부 평가로 충분히 그 역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계의 반발: “이것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입니다! ‘미적분Ⅱ’와 ‘기하’는 이공계 대학 교육을 받기 위한 ‘필수 교양’이지, 일부 학생만 배우는 ‘심화’ 과목이 아닙니다. 수능에서 기초 학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대학 신입생에게 고등학교 수학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국가적 낭비가 발생할 겁니다. 이는 대한민국 과학 기술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학계의 한 인사는 “문·이과 유불리라는 실체도 불분명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국가 경쟁력의 근간을 흔드는 결정을 내렸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입시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스스로 깎아 먹는 위험한 결정이라는 위기감이 과학계 전반에 퍼져 있습니다.


예견된 부작용: ‘풍선 효과’는 막을 수 있을까?


새로운 입시 제도는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또 다른 문제들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마치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져 나오는 ‘풍선 효과’처럼 말입니다.


1. 경쟁의 이동: ‘수능 학원’에서 ‘면접·컨설팅 학원’으로


수능의 변별력이 약화되고 내신 1등급 받기가 쉬워지면서, 상위권 대학들은 학생을 가려내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학생부 서류 평가’와 ‘대학별 심층 면접’입니다. 결국 입시 경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큽니다. ‘수능 일타강사’의 시대가 저물고, ‘면접 일타강사’, ‘학생부 컨설팅 전문가’가 판치는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 교사의 90% 이상이 사교육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2. 고교 서열화 심화: ‘특목고·자사고 전성시대’의 도래?


내신 5등급제는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특목고·자사고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이전 9등급제에서는 이 학교 학생들도 치열한 경쟁 탓에 3~4등급을 받기 일쑤였지만, 이제는 더 많은 학생이 1등급을 받게 됩니다. 일반고 학생과 똑같이 ‘내신 1등급’을 받았지만, 학생부에는 훨씬 더 수준 높은 심화 과목 이수 기록이 담기게 되니,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일반고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입니다.


3. 고교학점제의 역설: ‘꿈’ 대신 ‘등급’을 좇는 아이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맞춰 주도적으로 과목을 선택하라는 취지이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습니다. 내신 등급이 여전히 중요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흥미나 적성보다는 등급을 잘 받기 쉬운 과목, 즉 수강생이 많아 1등급을 받기 유리한 ‘인기 과목’으로만 쏠릴 위험이 큽니다. 이는 고교학점제의 근본 철학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위태로운 타협


2028 대입 개편안은 교육의 이상을 담은 청사진이라기보다는, 여러 사회적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한 ‘정치적 타협’의 산물에 가깝습니다. 사교육 부담을 줄여달라는 학부모의 요구와 우수한 학생을 뽑고 싶은 대학의 요구, ‘깜깜이 전형’을 불신하는 여론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한 결과물인 셈입니다.


이러한 타협 속에서 나타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국가가 주도하는 시험인 수능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학생을 평가하는 권한과 책임이 개별 대학으로 넘어갔다는 점입니다. 특히 ‘심화수학’이 빠지면서, 이공계열 대학들은 이제 수능 점수만으로는 학생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대학들은 학생부에 기록된 3년간의 과정을 더욱 정교하게 분석하고, 자체적인 심층 면접을 개발하는 등 스스로 학생을 가려낼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이는 결국 대학 서열에 따른 평가 역량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재정과 인력이 풍부한 상위권 대학들은 더 정교한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우수 인재를 선점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들은 변별력이 약화된 평가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 간 경쟁을 줄이려던 개혁이, 역설적으로 대학 간의 서열화를 더 굳건히 할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2028 개편안은 분명 낡은 시스템의 일부를 허물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AI 시대를 헤쳐나갈 튼튼한 새 집을 지었다기보다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임시로 엮어 만든 ‘불안정한 모델하우스’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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