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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부신세실 Jun 04. 2024

“얘들아~ 아이스크림 사러 가자”

기계치가 터치 문화 속으로.

평소에는 남편이 사다주던 햄버거인데 그날은 손녀와 햄버거를 사러 갔다. 6살 손녀와 나는 햄버거 종류가 화면에 나오는 기기 앞에 섰다.

“할머니 할 수 있어요?”

“응 해보지 않았지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뭐 먹을래?” 

손가락으로 터치하며 메뉴 선택을 누르고 음료수를 고르는데 뭘 잘못 눌렀는지 화면이 초기화 되었다. 처음부터 카드를 꽂고 다시 시작하려는데 ‘시간 오버’가 뜬다. 뒤에서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양보를 하고 주문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손놀림이 얼마나 빠른지 눈이 따라가지 못했다. 다시 순서가 되어 시도하는데 손녀가 자기가 해본다고 한다. 

손녀가 깡충 뛰면서 터치 나도 터치 또 손녀가 깡충 터치, 겨우 햄버거와 음료,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테이블에 앉아 맛있게 먹으며, 다른 손님들이 삽시간에 주문을 마치는 것을 보면서 나의 손가락을 비빈다. ‘곰 손가락’피식 웃었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주변이 온통 디지털제품이기에 배우지 않아도 어른들이 하는 것을 보고 쉽게 터득한 것 같다. 손녀가 이해를 빨리하고 화면을 터치하는 것도 익숙하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출세했다며 칭찬을 해주고, 터치 문화에 익숙해야 현대를 살아가기 편리하다고 한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시니어 일자리 활동가로 00평생 학습관 안내 테스크에 근무를 하게 되었다. 학습관 현관에는 처음 보는 기기가 설치되었다. 학습관 관계자는 나에게 기기 사용법을 설명 해주었다. 그 기기는 키오스크라는 것이고 병원이나 영화관, 교통편을 예약할 수 있고 주민등초본도 뗄 수 있는 편리한 기기였다. 

설명을 듣고 시험을 해보았다. 도움을 받아 두 번 정도 해보고 혼자서 할 수 있었다.

그것은 교육용 키오스크라서 몇 번이고 반복 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나의 업무도 한 가지가 추가 되었다. 매일 서너 차례 키오스크의 작동이 잘 되는지 체크 해보라는 것이다. 

나에겐 참으로 즐거운 업무 중 하나였다. 매일 비행기 티켓 예매로 좌석도 선택하여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하고, 보고 싶은 영화를 예배하고 햄버거를 주문하며 혼자 잘도 놀았다. 뿐만 아니리, 키오스크를 낯설어 하며 쳐다보는 분들에게 가르쳐 주기도 했다.


 나는 기계치라 생활에 꼭 필요한 세탁기나, 전자레인지, 선풍기 이외의 기계 조작은 남편에게 맡긴다. 에어컨도 커지 않고 부채질을 한다. 자연 바람이 좋다. 하물며 TV도 혼자 있을 때는 켜지를 않는다. 별로 즐겨 보지도 않지만 지상방송이 많고 외부입력, 나가기, 오케이, 등 버튼이 많아 잘 못 건드리면 엉뚱한 채널이 켜져 번거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전자기계와 친해져야 한다.

 다니는 수영장에도 매달 재등록을 하는 날에는 키오스크로 수강비를 결제해야 한다. 한 번은 아쿠아로빅을 마치고 재등록을 하기 위해 안내 데스크에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그러나 직원은 키오스크로 해야 한다면서 기계 앞으로 나를 데려갔다. 카드 준비를 하라면서 사용법 설명을 하려고 하기에 얼른,  

“저 할 수 있는데요. 다른데서 해봤어요.”라고 했다.

직원은“해 보시겠어요?”하며 옆에서 지켜본다.

화면에 시작을 누르고 수강 종목이 나오면 나에게 해당되는 수영장을 터치. 그리고 회원증 인식기에 회원증을 댄다. 이름과 생년월일 아쿠아로빅 수강시간이 화면에 나온다. 맞으면 오케이를 누른다. 그리고 결제카드 주입구에 카드를 꽂으면 수강비 000원이 표시되고 다시 결제를 누르면 재등록 완료. 카드와 영수증이 나오면 끝이다. 

터치가 빠르지 못할 뿐 느리게라도 하는 것을 지켜보던 직원이 엄지 척을 내보이며 

“잘 하시네요. 어머니 같은 분만 있으면 저희가 덜 바쁘고 고마운데,”하며 칭찬을 해준다.

인력의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키오스크를 설치했을 터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낯설어 하며 안내 테스크에서 재등록을 하려하니 카드로 결재하시는 분들을 위해 일일이 직원들이 설명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생긴다. 아직은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다 보니 오히려 직원들의 수고가 더 많다. 기계사용 초창기이기에 그럴 것이라 생각되지만 업무를 보다가 일어나 로비로 가서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설명해 주며 결제해 드린다. 귀찮을 법도 한데 항상 친절하다. 목이 아플 것 같아 음료수라고 사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재등록 삼일간은 로비가 분주하다 수영, 아쿠아로빅, 헬스, 그 외 프로그램의 수강결제를 하기 때문이다.  

또 키오스크 기계 옆 테이블에는 핸드폰 활용법을 알려주는 시니어 활동가 세 분이 자리 잡고 있고 배우려는 분과 옆에서 구경하는 분들로 어수선하다. 

이렇게 디지털 기계의 편리한 활용법 교육을 해주고 있다. 이곳 수영장뿐만 아니라 지차체 동사무소에서도 키오스크로 필요한 서류를 출력 할 수 있다. 기계에서 출력하면 창구에서 하는 것 보다 비용도 저렴하다. 

식당에서도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고  음식은 로봇이 갖다 준다. 편리한 면도 있지만 왠지 어색하다. 사람이 직접 음식을 갖다 주며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해외여행 갈 때 특히 동유럽이나 이스라엘은 본인이 직접 컴퓨터로 입국심사를 작성했었다. 영어를 한국어로 변환시켜서 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문화에 아주 문외한은 아닌 것을 자부한다. 다만 새로운 버전으로 자주 업그레이드되어 따라가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익숙할 만하면 또 배워야하고 자주 사용 안하면 잊어버려서 해매고 이런 일상의 반복을 하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려면 늘 배우고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손녀들에게 할머니도 스스로 할 수 있음을 보여 줘야겠다.

오늘부터 수영장 재등록 하는 날이니 깜박 잊기 전에 서둘러 등록하고, 돌아오는 길에 손주들을 불러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야겠다.

“얘들아, 아이스크림 사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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