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이야기
생물학적으로 칠십 대, 늘 청춘 같은 마음으로 살면서 손녀들에게 최고의 할머니이기를 바라는 ‘나’이다
내가 할머니가 된 것은 12년 전 벌써 손녀만 네 명, 손자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며느리와 딸에게 통하지 않는다.
괜스레 손녀들에게 너희들“아빠 엄마에게 남동생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해 볼래”하면 “동생 있으면 귀찮아요.”한다. 요즘 애들은 참으로 이기적이다.
4학년이 된 외손녀는 동생이 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제 엄마가 이것저것 챙기며 걱정하고 과한 관심을 보이니 은근히 질투심이 생겼나 보다.
“엄마, 나는 혼자서 다 했는데, 왜 동생만 귀여워하고 예뻐해”
“너도 어려서 엄마가 얼마나 사랑했는데, 그때는 동생도 없었고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넷이 너만 사랑하고 바라보며 모두 예뻐했어!”
작은 외손녀는 “난 귀엽고 언니는 똑똑하니까”하며 관심 없는 듯 듣고 있다가 대꾸하며 제 어미 품에 안긴다.
어느 날 모녀의 이런 대화를 들으며 가슴이 짠했다. 서로가 엄마의 사랑을 더 독차지하고 싶어 하는데 저런 애들에게 언감생심 남자 동생 낳아달라고 한 내가 나쁜 할머니가 되었다.
딱히 손자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딸네 사돈댁에 면목이 없다는 이유가 크다.
사돈은 자녀가 셋, 가운데 아들 위아래도 딸을 두었다. 유교 집안에 대를 이어야 하는데 아들이 없으니 죄송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사돈이 눈치를 주거나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사위가 워낙 일찍 부모 곁을 떠나 시골에서 도시로 유학을 왔기에 부모에 대한 감정이 덤덤하다.
성격상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사돈은 가까이 사는 맏딸과 사위가 아들처럼 사돈댁을 자주 드나들며 보살펴 드려서 우리 사위도 매형을 믿고 의지하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이 고마울 따름이다.
만약 우리 사위를 닮은 손주가 있다면 성격은 덤덤하니 좋겠지만 표현을 잘하지 않아 딸은 자녀 교육이 답답하고 엄청 힘들 것이다.
다행히 손녀들은 눈치 빠르고 감정이 풍부해 표현력이 좋다.
감정이 풍부한 것은 나와도 잘 통한다. 예를 들어 제 어미는 간식을 많이 못 먹게 하는데 단짠단짠을 좋아하는 아이들 입에 맞게 떡볶이나 햄 종류로 간식을 해주고, 때때로 초코렛,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무슨 맛인지 대화를 나누고 표정을 짓게 한다. 그리고 끝에 “엄마에게 비밀이다”를 꼭 약속한다. 아이들에게 하얀 거짓말을 가르치고 있으니 이것 또한 나쁜 할머니가 된 것이다.
그러나 딸은 귀신같이 안다. 아이들이 우리 집에 왔다 간 날은 저녁밥을 잘 먹지 않으니 할머니네 집에서 뭘 먹었냐고 물으면 시시콜콜 이야기하는가 보다. 제 아범처럼 별 표현이 없으면 대충 넘어 갈 수도 있을텐데...
나쁜 할머니는 변함없이 아이들에게 접근한다. 태권도 끝나고 오는 애들을 기다렸다가 집에 데려와 간식을 먹이고 싸 보내고 한다.
어느 날 딸이 전화했다. 애들에게 너무 그렇게 하지 말라고, 그리고 싸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화를 끊으며 매우 섭섭했다. 제 자식 위해서 그러는데 너무 야속했다. 그래도 아이들 보면 젤리를 한두 개 주머니에 넣어 주며 가면서 먹으라고 한다.
딸의 양육은 길에서 뭘 먹는 것은 금지다. 나는 왜 이렇게 딸하고 반대 적인 행위를 하며 아이들을 혼란하게 할까? 딸은 주 양육자가 누구냐고 항의하기도 하지만 아이들만 보면 뭐든지 내주고 싶은 할머니 맘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이래저래 나는 자칭 나쁜 할머니다.
또 가끔 업어주고 싶을 때가 있다. 아마도 내가 어려서 많이 업히지 못해서일까?
올해 일학년 된 작은 손녀를 업어보자고 하니 “다 컸는데 왜 업어주느냐”고 해서
“나 등이 시려서 체온을 느끼고 싶다.”며 “어부바 하자” 하니 제 엄마 눈치를 보며 업힌다. 등에 업힌 손녀는 쑥스러운지 등에 착 붙지 않고 조금 버티기는 하지만 좋기는 한가보다. 이 또한 아이들을 눈치를 보게 하는 나쁜 할머니이다.
딸은 할머니 허리 아프니 빨리 내리라고 하지만 묵직한 아이를 업고 있으면 아이 어렸을때가 생각나 기분이 좋아지고 내가 너희를 이렇게 업어 키웠다는 자부심으로 좋은 할머니가 되는 기분이다.
좋고 나쁘고 내 기준의 표현이지만 넘치는 아이들 사랑은 나의 자녀를 키울 때 해주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것을 내리사랑이란 불변의 법칙으로 내 만족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은 다른 할머니들처럼 주름도 없고 머리 모양도 빠글빠글 하지 않고 항상예쁘게 하고 있어서 젊은 할머니라고 한다. 그리고 글도 잘 쓰는 우리 할머니가 좋단다. 나는 자칭 나쁜 할머니인데 고맙다. 얘들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