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할머니2

나서기쟁이

by 강부신세실

결혼 초에 새로운 도전으로 주부교실 미용교육을 도전했다. 남자아이를 낳으면 머리 커트로 해주고 딸을 낳으면 파마를 해서 예쁜 머리를 해주고 싶었다.

아니 더 오래전 초등학교 때 동네 아이들을 모아 놓고 학교 놀이를 할 때 쉬는 시간이라 하고는 여자아이들 머리를 묶어 올림머리를 해주거나 여러가닥 땋아서 멋을 내주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솜씨가 좋다면 미용기술을 배우면 잘하겠다고 칭찬했다.

그런 아련한 기억을 상기하며 열심히 배워 입문, 기초반을 수료하고는 임신이 되어 배움을 하차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남편의 머리를 커트해주고 싶다고 하니 핑계를 대며 거절한다. 못 믿어웠던 가보다.

그런데 야채 행상을 하며 어렵게 사는 젊은 여인네가 자기 시어머니랑 아이들 머리를 손질해 달라고 한다. 남편의 머리를 커트 해주고 싶다고 할 때와는 다르게 겁이났다. 잘 할 수 있을까 용기를 내기로 하고 약속을 했다.

아이 커트는 적당히 잘 된 것 같은데 파마는 쉽지 않았다 감은 롯트가 자꾸 처지고 고무줄 감는 것이 당기는지 불편해 하셨다. 그렇게 처음 해본 파마 그 할머니와 며느리는 잘 됐다고 고마워 했다. 미장원 보다 장시간을 걸렸지만 공짜라는 것에 만족한 것 같다

이렇게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도 머리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단정한 머리모양으로 나를 스스로 평가하는 고약한 성격이다. 그래서 손녀들도 앞머리가 자라, 눈을 가리게 되면 내가 답답해서 잘라 주곤한다.

“내가 알아서 할텐데, 엄마가 먼저 나서지 말아 주면 좋겠어요.”한다

“ 앞머리만 자른게 아니고. 뒷머리도 잘랐네 ”딸은 질색을 한다.

아이들의 용모까지 내 스타일을 유지시키려 하니 아무것도 모르는 손녀들은 중간에서 멀쑥한 표정을 한다. 할머니가 예쁘게 해준다고 하니 싫으면서도 할머니 말을 따르지만, 제 엄마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눈치로 알기에 아이들이 곤란해지는 것이다. 나는 나쁜 할머니가 된 것이다.

머리 뿐 만이 아니라 손 발 톱도 잘라주고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

가끔씩 용의 검사를 하는 날이면 아이들이 엄마한테 손톱을 자르겠다고 한다. 제 엄마는 손발톱을 네일 비트돌돌이로 갈아주고 짧지 않게 해준다. 그래야 손톱 모양이 가름하고 예쁘다고 큐티클 도구를 사용하는데, 나는 깔끔해야 한다며 둥굴게 생긴 그대로 짧게 자르니 아이들은 할머니가 잘라주면 아프단다.

또 한 번은 내 머리 파마 하는데 큰아이가 미장원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데려 갔다. 몇 년 전에 제 엄마가 부탁해서 데리고 간 미장원과 무엇이 다른지 궁굼해서 따라 왔다가 할머니의 꼬드김에 파마까지 했다. 그 때는 이름 있는 미용실 예약을 하고 갔고 처음이라 신기해했었는데, 내가 다니는 동네 미용실은 아주머니 할머니들의 단골집으로, 간식으로 강냉이 한 바구니와 단골손님이 싸온 고구마, 귤 등을 먹으며 무료한 파마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아이는 강냉이를 먹으며 얌전히 있었다.

그렇게 파마가 끝나고 집에 데려다 주니 딸이 난리가 났다 아이들은 머리카락이 연하서 좋은 파마약을 써여 하는데 아무데서나 했다며 “엄마는 정말 못 말려”라며 호통을 친다.

아이는 무서워서 제 방으로가 문을 닫고는 울고 있는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괜찮아, 예쁘잖아”아이를 달래며

“ 엄마가 너 한데 화내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상의 없이 파마해줘서 그런 거야”말해 주었다.

내가 간다고 나가도 화가 난 딸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렇게 얘들을 예쁘게 해주고 싶은 나의 욕심이 정말 나쁜 할머니로 돌변하고 있다.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지 반성을 했다

우리 딸 초등학교 때 내가 파마를 해주는데, 졸음을 참지 못하는 아이에게 소파에 수건을 펴놓고 머리를 기대게 하고 파마를 해주던 극성 엄마, 그 엄마가 할머니가 되었으니‘제 버릇 개 주겠나’ 딸이 초등학교 때 예쁘고 단정하게 빗은 머리, 예쁜 옷을 입고 다녀서 동네 엄마들이 옷 작아지면 달라고 했을 정도였고, 학교에서는 살짝 옷의 상표를 까보는 선생님도 있었다고 딸이 이야기 해 준적도 있었다.

큰 외손녀는 편안한 바지를 옷을 즐겨 입는다. 자켓은 지퍼를 채우지 않고 다녀서

“ 네 엄마는 옛날이 예쁘게 하고 다녔는데”하며 앨범을 꺼내 보여주면 한참 쳐다본다.

“ 엄마가 나 닮은 것 같애”한다.

“ 네가 엄마 닮은 거야”

할머니는 너희들이 예쁘게 하고 다녔으면 좋겠어. 언제 보아도 예쁜 우리 손녀들 똑똑하며 슬기롭고 배려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매일 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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