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첫날밤
가끔 인도가 너무 그리워지면 인도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인도영화를 본다.
국내에 있는 인도 음식점에 가면 가격도 비싸고 만족스럽지 못한 식사에 실망을 한다.
물론 현지 음식이 아니거니와 현지화하는 과정에서 타협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짜이 티랑 라씨는
너무나도 아쉽다.
이제 인도음식 맛집을 찾아야 하는 걱정이 없는 현지로 왔다. 큰 가방이 전혀 무겁지 않다.
얼른 가벼운 발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벌써 짜이 배달꾼(짜이 왈라)들이 이리저리 보인다.
첫 여행 때 기차 안에서 만났던 왈라들의 "짜~이. 짜~이"하던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바라나시에서 악기 배울 때 선생님이 매번 주시던 짜이 티, 강가를 바라보며 새벽에 마시던 짜이 티.
그리움의 냄새, 맛 , 소리가 들렸다.
얇디얇은 소주잔 크기의 플라스틱 잔에 넘치기 직전의 짜이를 가득 담아 내손에 건넨다.
그 뜨거운 음료를 목에 얼른 부어 버린다. 그 갈색의 음료는 내 혀를 만나며 생강의 톡 쏘는 맛과 설탕의 달달함, 우유의 부드러움이 만나 내 혀를 자극하고 내 마음을 달랜다. 나마스테 인디아! 그래 난 이게 너무 그리웠다.
그래서 또 왔다. 비록 9년이 지났지만.
빠하르 간지(여행자 거리가 있는 곳) 메인 블록에서 한 블록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내 숙소는 화려한
네온 불빛 간판에 들이 모여있다. 빗물이 고여있는 물웅덩이 사이로 깜박이는 불밫사이에는 길거리의 슬픔과
아픔을 다 알고 있는 듯한 개들만이 쳐다보고 있다.
소똥과 흙탕물이 한대 섞여 질퍽한 땅은 이미 내 슬리퍼와 다리를 검게 만들어 놓았지만 기분은 최고로 신났기에 아무렇지 않게 거리를 걸어 다녔다. 여긴 인도다. 더러운 게 더 이상 더럽지 않다.
식당으로 가볍게 발길이 향한다.
늦은 저녁을 찾아 걸어가는 내 시선은 한 곳에 머물지 못했다. 길거리 전체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꾸물거리고 있었기에 내 눈동자는 방황하는 이방인의 시선과 호기심의 눈길로 가득 차 있었다.
점점 배가 고파졌다. 늦은 저녁이었지만 식당의 불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고 기름에 튀기는 냄새는 저 멀리 밖에서도 알 수가 있었다.
보통의 인도인과는 다른 모습의 네팔 청년으로 보이는 까만 얼굴의 작은 눈 긴 코에 허름한 셔츠를 입은 그 청년은 은색의 큰 바구니를 계속 이리저리 움직이며 수증기를 쐬어주고 있었다. 냄새는 고기 냄새가 낫는데
인도에 파는 만두였다. 인도에도 사모사라고 하는 튀긴 만두가 있다. 근데 이건 찐만두라 한국같이 느껴졌다.
인도에 웬만두인가 생각이 들었지만 중국의 만두가 전 세계로 뻗어감은 두말할 것도 없으리.
본 식사를 하기 전 입가심으로 만두 몇 개를 먹었는데 그 모습이 신기했는지 자꾸 주위에서 쳐다봤다.
배에서 위장에 무엇이든 넣으라는 소리도 어느새 줄어들었고 드디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식당들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조금 걷다 보니 이번에는 커리냄새와 튀김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그렇게 고소한 냄새를 쫒아 어느 로컬 식당으로 들어갔다.
낡은 책상을 식탁으로 은빛 스테인리스 접시, 하나는 구부러지고 하나는 이가 빠진 포크와 기름때가 쌓여 검게 변한 환풍기, 시멘트인지 숯인지 모를 바닥 페인트칠이 몇 번이나 벗겨졌는지 여러 문양을 만들어낸 벽부터 너무나 완벽한 배경 속에 외국인의 모습들은 낯설지도 않은 주인장은 자리를 안내하곤 이내 자신의 할 일인 빵 튀기는 곳으로 가버렸다.
현지인들도 자신들의 식사에 빠져 소란스러움은 그 어느 때보다 식욕과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었다.
자, 이제 짜파티와 카레의 파티다.
주인에게 주문을 하고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나니 어느새 콩 카레와 사모사(인도식 튀긴 삼각 만두), 짜파티가 나왔다.
10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첫날 첫 만찬을 완벽하게 끝내고 잠자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