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미국 FDA와 한국 식약처는 안전성을 인정했다
단맛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로 슈가를 가능하게 만든 주역 중 하나가 바로 알룰로스입니다. 알룰로스는 설탕의 70% 단맛을 내면서 칼로리는 0~0.2 kcal/g에 불과해 일명 ‘꿈의 당’으로도 불립니다. 한국과 미국은 일찍이 이를 안전한 식품 원료로 승인했지만, 유럽 식품안전청은 현재까지도 그 안전성을 면밀히 심사하고 있습니다.
알룰로스가 유럽 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유럽연합의 ‘노블 푸드(Novel Food)’ 규제 때문입니다. 유럽은 1997년 5월 이전까지 역내에서 소비 이력이 확인되지 않은 모든 새로운 식품을 노블 푸드로 분류하며, 여기에 해당하면 독성학적 안전성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대사 영향까지 증명해야 하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유럽은 ‘저칼로리’라는 당장의 이득보다, 수십 년간 섭취했을 때 인간의 효소 시스템이나 장내 유익균에 어떤 변화를 줄지를 더 고려합니다. 예를 들어 클렙시엘라 균의 증식 가능성에 대해 보수적 접근을 취하는데요. 클렙시엘라 균은 장내 미생물 중 하나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폐렴, 요로감염, 패혈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입니다. 항생제에 강한 ‘슈퍼박테리아’로 변신하기 쉬운 균주로 유명합니다.
대다수의 유익균은 알룰로스를 먹지 못하는데, 클렙시엘라 같은 특정 유해균들은 알룰로스를 에너지원으로 삼아 증식할 수 있다는 가설이 일부 연구에서 제기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2018년부터 알룰로스에 대한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나, 여전히 “데이터 보완”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혈당’에 집중할 때, 유럽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라는 더 넓은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입니다.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으면 안전하다고 보는 미국식 사고와 달리, 유럽은 안전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전 예방 원칙을 고수합니다.
케토 및 저탄수화물 식이가 유행하는 미국에서는 주로 아이스크림, 단백질 바, 음료에서 알룰로스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콜라, 소주, 소스, 과자, 젤리와 같은 제품에 알룰로스가 들어갑니다. 알룰로스는 설탕과 달리 섭취 후 혈당 수치를 거의 높이지 않기 때문에 당뇨 환자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최적의 대안입니다.
알룰로스와 비슷한 대체당에는 스테비아와 에리스리톨이 있는데요. 이 둘은 유럽에서 허용된 대체당입니다. 알룰로스에는 스테비아의 인공적인 쓴맛이나 에리스리톨의 화한 맛이 거의 없습니다.
알룰로스는 설탕과 물리적 성질이 비슷해 요리에도 적합하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단당류인 설탕과 유사한 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어, 열을 가하면 설탕처럼 갈색으로 변하고, 특유의 고소한 향을 냅니다. 설탕은 열을 가하면 갈색으로 변하며 풍미가 깊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를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화라고 하는데, 대다수 대체당은 이 기능이 없습니다. 알룰로스는 베이킹이나 갈비찜처럼 색깔과 향이 중요한 요리에 최적이라고 할 수 있죠.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알룰로스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바로 대량 섭취를 했을 때인데요. 알룰로스는 약 70~80%가 소장에서 흡수되어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나머지는 대장으로 내려갑니다. 한꺼번에 알룰로스를 너무 많이 먹으면 복부 팽만감, 가스, 설사,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6315886/
경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연구팀의 위 연구에 따르면, 알룰로스는 타 대체당에 비해 내성이 높은 편이지만 단회 섭취량이 체중 1kg당 0.5g을 초과할 경우 설사와 같은 소화기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루 전체로는 1kg당 0.9g을 넘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60kg 성인 기준 1회 섭취량이 24g을 넘지 않는 것이 좋고, 하루 총합으로는 54g을 넘기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알룰로스가 들어간 제로 에이드나 음료의 경우, 한 캔(350ml)에 약 10~20g 정도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 섭취량이 일반적인 탄산음료 2~3캔을 넘어서면 안 되는 것이지요.
알룰로스 제품이 유행하면서, 과다 섭취 시 발생하는 복통이나 설사에 대한 민원이 우리나라에서도 늘어났는데요. 현재 ‘에리스리톨’ 같은 당알코올류는 “과량 섭취 시 설사를 일으킬 수 있음”이라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하지만 알룰로스는 당류의 일종인 희소당으로 분류되어 있어 아직 이런 의무 조항이 없습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실제 부작용 사례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알룰로스 제품에도 주의 문구 표시를 의무화하거나 권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알룰로스는 설탕의 단맛과 물리적 특성을 그대로 구현하면서도 혈당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뇨 환자와 다이어터들에게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하지만 아직 수십 년의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고, 특히 유럽에서 특정 유해균이 알룰로스를 에너지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경각심은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