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지원 프로그램에서 탄산음료를 제외시키는 미국
SNAP은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저소득층 식품 지원 프로그램으로, 흔히 푸드 스탬프라는 옛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예전에는 종이 쿠폰을 지급했지만, 이제는 EBT라는 직불카드 형태의 카드를 지급합니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가구원 수와 소득에 따른 혜택 금액이 카드로 자동 입금되는 방식으로, 대형 마트부터 동네 편의점, 일부 전통시장까지 'SNAP 로고'가 붙은 곳이라면 어디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때, SNAP 지원에서 탄산음료를 제외시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 정책인 MAHA(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의 건강 정책)의 핵심 정책 중 하나입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탄산음료를 ‘독’에 비유하며, 납세자의 돈으로 국민의 만성 질환을 유발하는 음식을 사게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를 통해 의료 재정 절감을 목표로 하죠. 저소득층이 정크 푸드를 먹고 병에 걸리면, 결국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 보장 제도의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논리입니다. 사실, MAHA 정책에는 일반 탄산음료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콜라, 에너지 드링크, 사탕 등을 제외시키는 것 또한 포함됩니다. 일부 주에서는 과즙 함량이 50% 미만인 주스까지 금지 품목에 넣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것이 빈곤층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낙인을 찍는 행위라고 비판합니다. 부유층은 자기 돈으로 무엇이든 사 먹는데, 가난한 사람만 정부가 장바구니를 검열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미국의 저소득층은 탄산음료 선호도가 강합니다. 1달러당 얻을 수 있는 칼로리가 콜라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죠. 또한 같은 돈을 냈을 때, 콜라를 사면 물보다 3~4배나 많은 양을 마실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선하고 영양가 있는 식품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거나,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접근할 수 없는 저소득 지역(식품 사막)의 마트에서는 대용량 탄산음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죠.
미국 농무부의 기본 규칙은 "SNAP으로는 탄산음료를 포함한 거의 모든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다"입니다. 이 규칙은 전국에 똑같이 적용되지만, 몇몇 주가 ‘우리 주는 예외로 해달라’며 ‘웨이버’를 신청했습니다. 주로 트럼프 행정부의 MAHA 정책에 적극 동조하는 공화당 성향의 주지사들이 먼저 이 웨이버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았습니다. 네브래스카, 아이오와, 인디애나, 텍사스, 플로리다, 웨스트버지니아 등이 있으며, 이 웨이버는 대부분 2026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2월, 향후 5년간 총 500억 달러를 50개 주 전체에 배분하여 농촌 지역의 의료 시스템을 현대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약 1370억 달러 규모의 농촌 지역의 메디케이드 예산 삭감에 대한 보완책 성격이 강한데요. 이 기금은 농촌 지역의 병원 폐쇄를 막고, 의료 인력을 확충하며, 원격 의료와 같은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데 쓰입니다.
기금의 절반인 250억 달러는 모든 주에 균등하게 배분되지만, 나머지 절반은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를 얼마나 잘 따르느냐에 따라 차등적으로 배분됩니다. 가공식품 규제, 학교 급식 개선, 환경 독소 제거 등과 같은 MAHA 정책을 주 정책에 반영하는 주가 더 많은 예산을 가져가게 되는 것이죠.
이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거액의 예산을 지렛대 삼아 각 주 정부가 MAHA 아젠다를 수용하도록 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SNAP 지원에서 탄산음료를 금지하는 것은 주 정부의 MAHA 아젠다 충성도를 측정하는 시험대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NAP의 탄산음료 금지 논란은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보건 책임이 맞붙는 상징적인 사례인데요. 최근 한국에서도 설탕이 든 음료에 설탕세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설탕세 또한 미국의 SNAP 사례와 정확히 일치하는 논쟁 지점을 공유합니다. 그 적절한 균형점이 어디인지 함께 고민해 볼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