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컴퓨터를 혈관을 통해 연결하는 방법?

‘최소 침습’으로 여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시대

몸이 마비된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 개발 중에 있습니다. 바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BCI)입니다. 뉴럴 링크는 가장 대표적인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인데요. 두개골을 직접 열고 뇌 조직에 전극을 직접적으로 심는 방식이므로, 뇌 조직 손상의 우려가 있어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릅니다.



1.jpg 픽사베이


그렇다고 뇌에 직접적인 연결을 하지 않는다면, 효과가 미미하게 되기 쉽습니다. 머리에 전용 모자를 쓰는 방식인 EEG는 안전하지만 두개골에 막혀 신호가 흐릿합니다. 전기가 뼈를 통과하면서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에, 정확히 뇌의 어느 지점에서 나온 신호인지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를 절충하는 ‘최소 침습 방식’이 있습니다. 혈관을 통해 뇌에 접근하는 방식인 ‘스텐트로드’인데요. 가슴이나 목의 혈관을 통해 전극이 달린 '스텐트'를 삽입한 뒤, 뇌의 운동 피질 근처 혈관까지 이동시킵니다. 이는 수술이라는 위험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일반인보다는 루게릭병이나 중증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 중인 기술입니다.


사지가 마비된 환자가 생각만으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온라인 쇼핑을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혈관 안에 자리 잡은 그물망 모양의 전극이 환자가 "팔을 움직이고 싶다"고 생각할 때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포착합니다. 이 신호는 가슴 피부 밑에 심어진 전송 장치를 통해 무선으로 컴퓨터나 태블릿에 전달됩니다. 싱크론과 같은 기업이 이미 해당 기술에 대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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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BCI는 주로 실험실에서 거대한 장비에 연결되어야 했지만, 싱크론의 방식은 집에서 환자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PC와 연결된다는 점이 획기적입니다. 전통적인 뇌 이식보다 안전하고 회복 시간이 짧아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2023년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이식을 받은 환자들은 12개월 이상 장치를 사용했음에도 혈전이나 기기 이동 같은 큰 부작용 없이 안정적인 신호를 유지했습니다.


60대 루게릭병 환자 필립 오키프는 2021년, 세계 최초로 BCI를 이용해 "Hello, world!"라는 트윗을 게시했습니다. 생각만으로 화면의 커서를 움직이고 클릭하여 글자를 입력한 것입니다. 싱크론의 CEO인 토마스 옥슬리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실제 환자가 생각만으로 게시물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2024년 9월, 싱크론은 아마존과 협력하여 자사 BCI 장치를 알렉사와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마비 환자가 음성이나 손을 쓰지 않고 생각만으로 스마트 홈 기기를 제어하는 실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아래 영상은 64세의 루게릭병 환자인 마크가 자신의 생각만으로 알렉사를 조작하여 집안 환경을 제어하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ADYQj90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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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한계점도 많습니다. 싱크론은 혈관 벽 너머에서 신호를 읽기 때문에 뇌에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뉴럴링크만큼 촘촘하고 미세한 신호를 잡지는 못합니다. 현재는 클릭, 드래그, 스크롤 같은 기본 동작은 훌륭히 수행하지만, 아주 빠른 타이핑이나 정교한 그래픽 작업, 복잡한 로봇 팔 조작 등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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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싱크론의 장치 이식에 성공한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호주를 합해 10여 명 수준입니다. 수천, 수만 명에게 이식했을 때도 모든 혈관 구조에서 안전할지, 10년 이상 장기간 사용했을 때 혈관 내벽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릅니다. 비용 또한 수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가의 시술이므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큰 장벽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BCI의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는 기술의 빠른 진화 속도에 있습니다. 이 기술이 더 안전해진다면 장애 극복을 넘어 일반인의 능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진화하게 될 것입니다. 2026년에는 임상 대상자가 백 명 단위로 확대될 예정인데요. 이것이 진정한 상용화의 서막이 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습니다.



사진 출처 : https://www.medicaldesignandoutsourcing.com/synchron-stentrode-neuroscience-director-peter-yoo-brain-implant-bci-technology-appl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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