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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Jun 15. 2023

마, 우리 형 돌아왔다아이가


 이럴 수가!

 일 다 끝내니깐 6시 반이네?

 평일 야구 경기는 6시 반에 시작이다, 

 야구장 가는 데만 1시간이라니. 

 경기의 절반을 그대로 놓치겠네.

 친구의 급작스러운 제안으로 고척 스카이돔에 방문하는 걸 전날에 계획하게 되었는데, 일하느라고 늦게 가게 되다니……. 살다 보니 직관 야구 경기의 절반을 챙기지 못하는 날도 생기는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하철을 잘못 탔다.

 구로역을 기점으로 인천행으로 향하는 기차와, 천안으로 가는 기차로 나뉜다. 서울에 올라온 지 3달도 되지 않은, 고척 자체를 처음 가는 나로서는 이 사실 자체를 몰랐기에, 천안행 열차에 탔다는 개념조차 없었다. 1호선을 탔으니, 조금 있다가 고척 스카이돔이 위치한 구일역에 알아서 도착하리라 믿었던 거다. 그렇기에 구로역에서 내려서 인천행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맡겼다가 구일역에 내려야 야구장에 도착할 수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시간을 하염없이 흘려보내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경기장에 들어간 순간.

 (참고로 야구장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진행 상황을 찾아보지도 않았다)     


 경기 스코어는 1:0.

 롯데 자이언츠가 앞서고 있었다.     


 2023년 5월 26일 금요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키움의 후라도와 롯데의 스트레일리의 엄청난 명품 투수전이 이루어졌다. 후라도는 1회에 롯데의 타자 김민석, 안권수를 상대로 삼진 2개를 잡아내고, 전준우를 땅볼로 아웃시켰다. 이에 맞서 3회 말까지 삼진 5개를 잡아낸 게 바로 롯데의 스트레일리였다.      

스트레일리 vs 후라도 (출처, 스포츠 조선, OSCEN)

 투수전으로 치열하게 유지되던 0:0의 상황은 5회 초에 깨져버린다. 노진혁의 2루타, 이후 한동희의 희생번트로 노진혁의 3루 이동, 박승욱의 안타로 노진혁이 홈으로 들어오면서 스코어는 1:0 된다. 


 5회 말 2아웃에 이지영, 김휘집에게 안타를 내주면서 위기가 형성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스트레일리 형님은 끝까지 0점으로 막아내면서 이닝을 종료한다.      


 이후에도 키움의 후라도는 삼진을 계속 잡아내어 6개의 삼진을 달성하고, 플라잉 아웃 등으로 롯데 타선을 묶어버리나, 우리의 형님 스트레일리도 6회 말까지 삼진 7개를 잡아낸다. 물론 포볼을 2번 내줬기에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오나 걱정하려던 찰나, 4번 타자 러셀을 삼진으로 8K(K는 스트라이크의 줄임말이다), 타자 이원석을 상대로 아웃 카운트를 얻어내면서 이닝을 깔끔히 정리해 낸다.      


 7회 초, 수비수가 못 잡아내는 아슬아슬한 2루타가 한동희의 타격에서 탄생했다. 포수 유강남의 담장 맞고 떨어지는 안타가 더해지면서, 한동희가 홈으로 들어가며 1점 추가로 냈다. 아쉬운 건, 1루에서 멈추지 않고 2루까지 가려던 유강남이 결국 아웃당하고 말았다는 거다만.     


 아냐……. 화낼 필요 없어! 점수 내면 된 거지!!!     


 8회 말, 불펜 투수 구승민의 등판!

 김준완 안타 이후 좌익수 안권수와 중견수 김민석의 활약으로 2아웃 잡아내고, 이후 볼이 한번 빠지기도 하고 포볼까지 내주며 1, 2루의 위기가 만들어지나, 이원석 삼진을 이루어 내며 8회 말을 무사히 넘긴다.     


 9회 말, 클로져 김원중 등판!!!

 볼넷을 딱 한 번 내줬을 뿐, 플라잉 아웃 2번과 내야 공을 잡아내면서 경기를 종료한다.      


 2020~2021년 KBO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해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대니얼 스티븐 스트레일리 형님, 2021시즌 이후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뛰다가 2022년 하반기에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온 우리들의 영웅, 최고의 1선발, 스트레일리 형.      

우리 형 스트레일리 형, 출처 NEWSIS

 형님이 나오는 순간마다, 그날의 경기는 그냥 이기리라는 직감이 들었다. 

 엄청난 기세가 형의 근처에서 뿜어진다고나 할까? 

 그게 단순히 TV로만 느껴지는 바라 여겼는데, 전혀 아니었다.

 의료지원 갔다가, 롯데 자이언츠 구내식당에서 마주한 스트레일리 형님의 포스는 장난 아니었다. Hello. HI. 그 말조차 던지기 어렵던 형의 아우라는 지금 떠올려 봐도, 무섭기 그지없다. 뭐 어떤가! 그만한 기세가 있어야, 최고의 투수가 되는 거 아니겠나?      

구단 식당에서 밥 먹고 있는 사람 사진 찍는 건 예의가 아니다. 그날의 느낌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그냥 멋진 형 사진 찾았다. 출처, 스포츠조선

 34살이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작년 하반기의 대다수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던 우리 형님.

 그런 형이 올해 개막전부터 컨디션 난조를 보였고, 최근까지도 그다지 좋지 않은 경기 운영을 보였다. 방출될까 봐 심히 걱정될 정도로.     


 하지만 오늘의 직관을 통해 그런 걱정은 다 부질없었음을 깨달았다. 

 스트레일리 형은 선발투수로서 6이닝을 잘 버텼고, 3번의 안타를 맞았을 뿐이며, 실점은 전혀 없었다. 삼진도 무려 8개를 잡아냈고.   

  

 이전에 중계방송에서 봤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위기의 만루 순간, 스트레일리 형은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투구를 쭉 보여주었다.

 결국 점수를 내주지 않고 완벽하게 막아내면서 포효하던 그 순간이 오늘 문뜩 떠오르더라.     

멋지게 막아내고 포효하는 우리들의 영웅 스트레일리 형님, 출처 OSEN

 마, 우리 형 돌아왔다아이가!

 이제 롯데는 포스트 시즌 확정이다. 

 가자, 가을야구!     



2022년 직관 전적

1회차 - 5/17 화요일, VS 기아, 4:3 패

2회차 - 5/28 토요일, VS 키움, 6:3 패

3회차 - 6/8 수요일, VS 삼성, 4:2 패

2023년 직관 전적

1회차 - 4/1 토요일, VS 두산, 12:10 패

2회차 - 5/26 금요일, VS 키움, 2:0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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