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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Jun 29. 2023

롯데가 롯데 해버렸네.

2023년 5월 27일 토요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롯데와 키움이 맞붙었다.

길고 길었던 경기가 어느덧 끝에 다다랐다. 

9회 말 투아웃. 아웃 카운트 하나만 더 잡으면 경기는 끝난다. 

롯데 자이언츠의 수비, 키움 히어로즈의 공격.

롯데는 믿음의 클로져 김원중 선수를, 키움은 신뢰의 타자 이정후 선수를 내놓은 상태다.

점수는 6:5에 주자는 1, 2루의 상황.

김원중의 공 하나로 롯데의 승리와 패배 중 하나가 결정된다.

이정후의 단 하나의 안타로 모든 게 정리될 수 있다.

승패 결정 여부가 금세 찾아왔다.

마무리 투수 김원중은 던졌다.

마지막 타자 이정후는 휘둘렀다.     


롯데의 김원중 VS 키움의 이정후 , 출처 스포츠조선, SPOTVNEWS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그날은 비가 왔다. 부산 촌놈에게 야구장 가는 날에 비가 온다? 보통은 야구를 볼 수 없는 걸로 인식되지만, 이곳은 서울이다. 그것도 고척 스카이돔에서 경기가 이루어진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왜냐고? 돔 구장이라 비가 오든 말든 야구를 할 수 있으니깐!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날, 5회까지 0:0의 치열한 접전이 이루어졌다.     


 롯데의 선발 투수 찰리 반즈는 2회까지만 해도 40개의 공을 던졌다. 오래 던져줘야 하는 선발 투수에 있어 좋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점점 페이스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것까지 각오하며 이 악물고 피칭했고, 3회 말엔 상대 타자 김휘집을 상대로 삼진을 잡아내기까지 한다.      


 좌익수 안권수의 완벽한 수비로 2루타가 될 만한 타격을 다 막아내며, 0:0의 상황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2번 타자 박승욱의 활약은 어마어마했다. 4회 말이다. 안타 성공. 2루로의 도루. 포수가 공 흘린 틈을 타 3루까지 진출. 완벽한 플레이를 보였지만, 아쉽게도 박승욱 이후 타자들의 아웃으로 점수를 낼 순 없었다.       


롯데의 자랑들, 찰리 반즈, 안권수, 박승욱 / 출처, MK 스포츠, OSEN


 어느덧 6회 초가 찾아왔다.     


 노진혁이 타격을 하였으나, 6회에 올라온 투수 김재웅이 날아오는 공을 잡고자 했다. 아웃 카운트 하나를 적립할 상황이라 여겼으나, 김재웅은 그 공을 놓치고 말았다. 그 틈을 타 1루로 진출한 노진혁. 다음 타석에 선 한동희의 안타로 원아웃 주자 1, 2루의 상황이 되었고, 이후 올라온 유강남이 타격했다. 아니! 이건 홈런인가? 아쉽게도, 관중석의 펜스를 맞고 떨어졌다. 그 사이, 노진혁이 홈으로 들어오며 0:0의 상황이 깨지고 말았다. 스코어는 1:0. 9번 타자 안권수의 땅볼이 2, 3루 사이로 날아가며 2타점 적시타 추가! 3:0. 키움 측은 상황을 전환하고자 투수 김동혁을 등판시켰다. 그러나 안권수의 2루 도루는 막아내지 못했다만 말이다. 1번 타자 김민석은 아웃당했으나, 4회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이던 2번 타자 박승욱이 3루 라인을 따른 안타에 성공하면서 1타점 추가와 함께 2루까지 나아간다. 4:0. 3번 타자 전준우의 투수를 맞춰버리는 안타로 수비수가 공을 잡지 못하며 5:0에 이르렀고, 안치홍의 추가 안타로 주자 1, 2루의 상황. 고승민 선수의 대타로 나온 윤동희의 추가 안타로 점수가 1점이 더 난다.     


 정리해 볼까?

 6회에만 8번의 안타가 나왔고, 6점이 나왔다.

 빅 이닝 그 자체였다. 

 스코어는 6:0.      



 경기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9회 말이 되었다.     


 이쯤 되니 집에 갈 생각만 가득했다. 뭐 사실상 이긴 게임 아닌가? 롯데 자이언츠도 그렇게 생각한 듯했다. 그동안 나오던 필승조가 아닌, 투수 진승현이 등판한 걸 보면 말이다. 의도는 충분히 잘 알았다. 수많은 투수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면서 키워나가야 우리 롯데도 정규 시즌 우승을 노려볼 수 있지 않겠는가? 특히나 확실히 이길 수 있는 경기에는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 주는 게 맞고. 그러나 이정후 안타, 김혜성 안타, 러셀은 삼진을 잡아서 1아웃 1, 2루나  다음 타자 송성문 포볼로 1아웃 만루의 엄청난 상황이 만들어지리란 예측은 할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      


 결국엔 투수 윤명준으로 교체되었다. 삼구삼진으로 2아웃까지 만들었으나, 키움 김동헌의 3루 간 안타로 6:2가 이루어지면서, 주자는 1, 2루로 불안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끝내, 믿음의 클로져 김원중이 올라오고 만 거다. 이제는 정말 끝내야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니깐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김원중의 초구가 타자 이형종을 맞춰버리는 사구의 상황이 나왔다. 이럴 때는 포볼과 마찬가지로 진루하게 된다. 결국 다시 만루의 상황.     


??????????????????

어????????????????

이건 진짜 아닌데???

분위기 이상한데????     


 그때의 관중석 분위기를 기억한다.

 우리가 이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이미 진 듯했다.

 반면에 키움 쪽은 역전승을 이룬 것만 같았고.     


 이후 타석에 들어선 임지열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밀어내기로 점수는 6:3.

 2아웃인데 만루에서 홈런 맞으면 말 그대로 역전이 될 수도 있는 긴급한 상황.

 그때, 타자 임병욱의 1, 2루 사이 안타로 6:5가 되고 말았다.     



 이게 실화냐?

 진짜냐고?

 2아웃에 이렇게까지 가는 게 말이 되냐고???     


 1, 2루 2아웃 상황에 타자 이정후가 나오면서, 이 글의 서론과 같은 광경이 펼쳐진 거다.

 두려웠다. 정말 무서웠다. 앞으로의 일을 알 수 없게 되어버렸으니까.

 그 순간, 김원중은 투구했고, 이정후는 타격했다.

 이후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과는 바로!     

 화장실이다.


 그 장면을 나는 결국엔 보지 못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화장실로 도망치고 말았다. 


화장실 / 출처, Pixabay


 다시 돌아가서, 이정후의 타격으로 공이 땅에 맞아서 튀어 올랐고, 투수 김원중의 손에 그대로 들어갔으며, 1루로 완벽한 송구가 이어지면서 경기는 그대로 종료. 


 6:0에서 6:5가 되면서 결국 마무리가 된 경기.     

 와……. 이겼는데 이긴 거 같지 않냐?      


 그날은 말 그대로 롯데다웠다.

 강한 공격력으로 유명했던 로이스터 시절의 롯데를 재현해 냈고,

 이전보다 강해진 건 사실이나, 여전히 흔들리는 불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자칫하면 다 이겨놓고 질 뻔했던 날이다.     


로이스터 형님... 그립습니다 / 출처, NEWSIS

   

 이전에 쓴 글이 있다.


http://brunch.co.kr/@kc2495/100


 제목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이다.

 그 글에서 나는 말했다. 끝날 때 끝난 게 있는 법이기도 하다고.

 그러나 마냥 그렇지 않다는 걸 직관에서 참교육 당해버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롯데가 롯데 하는 날엔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니까.     


출처, 롯데자이언츠 인스타그램

  

PS.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인 2023년 5월 28일 일요일. 키움과의 마지막 3연전의 날이다. 5:2로 리드하는 상황. 8회 말 만루에서 희생플라이로 1점 내줬고, 이후 안타로 다시 만루가 되었다. 그때, 타자 임지열의 만루 홈런이 결국엔 이루어지면서 7:5로 패배했다. 


 와……. 

 위닝시리즈(3연전 중 2연전 이기는 걸 의미)로 이겨서 기뻐야 하는데…….

 진짜 이게 실화가 되다니…….

 이런 말은 그렇긴 하지만…….

 직관에서 이런 패배를 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정말로…….     


출처, 네이버


2022년 직관 전적

1회차 - 5/17 화요일, VS 기아, 4:3 패

2회차 - 5/28 토요일, VS 키움, 6:3 패

3회차 - 6/8 수요일, VS 삼성, 4:2 패

2023년 직관 전적

1회차 - 4/1 토요일, VS 두산, 12:10 패

2회차 - 5/26 금요일, VS 키움, 2:0 승

3회차 - 5/27 토요일, VS 키움, 6:5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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