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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Sep 27. 2023

이제 그만둘까? 포기해야 할 때가 찾아온 걸까?

  위기가 찾아왔다. 지치고 만 거다. 열정이 거의 바닥 가까이에 다다랐다.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둘까? 포기해야 하나? 떠나야 할 때가 찾아온 건가?      


 나의 절친 G형 또한 나에게 말했다.  

 “이렇게 매번 지는데, 가는 게 맞냐?”     


 그렇다.     


 5/17 화요일, 기아와의 경기에서 9회 말을 지키지 못하고 4:3 패배했다. 오랜만에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아쉽게 졌기 때문에. 다음에는 이기리라! 그렇게 믿으며 야구장을 또다시 갔다. 5/28 토요일, 키움과의 동점 상황. 9회 말 노아웃 만루에서 1점 더 내지 못했고, 10회 초 이정후 선수에게 3점 홈런을 맞아 6:3으로 졌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쳐서 화가 났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했다. 승리를 볼 수 있으리란 근거도 없는 신뢰 때문에, 6월 8일 수요일, 삼성에 두드려 맞다가 기회가 찾아왔을 때, 돌부처 오승환에게 막혀 4:0으로 무너지는 걸 목격했다. 6월 11일 토요일엔 안타 딱 5개 치고, 점수 1점도 내지 못하며, 상대 투수에게 완봉승을 선사하는 패배를 겪었고, 6월 17일 금요일엔 시즌 내내 단 한 번도 1위를 내주지 않은 SSG 형님에게 따끔하게 혼나고 말았다. 6:2 패. SSG 맏형에게 덜 혼났다고 느낀 키움 둘째 형님이 6월 25일 토요일에 16안타 13점으로 롯데에 몽둥이찜질을 가하며 나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정리하면 이렇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마무리가 부족해서 지고, 역전당해서 지고, 역전의 기회를 놓쳐서 지고, 아예 방망이도 휘두르지 못해서 지고, 1위 형님에게 참교육 당하고, 그거로 모자라 상위권 형님에게 또 한번 제대로 혼나버린 거다.     



 젠장, 진 것도 가지각색으로 졌네. 야구장 계속 가다간 더 다양한 패배를 목격하겠어?     


 하여튼, 우리는 깨지고 또 깨졌다. 승리에 대한 욕구는 강했지만, 우리 눈앞에 주어진 건 패배뿐이었다. 야구장 표 끊고, 저녁으로 먹을 것들을 사며, 힐링하려고 시간 냈더니, 시간은 시간대로 써, 돈은 돈대로 소비해. 패배는 직관 여섯 번 연속 패배야!     


 이러니,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결심했다. 7번째 연속으로 패배하면, 올해는 야구장에 그만 오기로. 7번째 직관인 한화와의 경기를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      



1회 초     


한화의 공격! 

1번 타자 풀카운트 삼진 아웃! 

2번 타자 삼구 삼진!

3번 타자 플라잉 아웃

선발 투수 스파크맨이 깔끔하게 막아냈다. 

시작이 나쁘지 않다.     


스파크맨, 출처 OSCEN

   

1회 말     


롯데의 공격! 

1번 타자 3루수 땅볼. 

2번 타자 삼진.

3번 타자 삼진.

선발 투수가 잘 하면 뭐하나? 공격이 막혀서 점수 나올 틈이 없네.     


2회, 3회도 투수들의 분투로 무난히 흘러갔다.

그래, 점수를 내주지 않는 게 어디야?      


4회 초   

  

한화의 2번 타자 김태연이 처음으로 안타를 만들었다. 우측 안타로 1루 진출! 

3번 타자 정은원은 볼넷으로 1루로 진출!

4, 5번을 상대로 2아웃 잡아냈지만, 6번 타자 하주석의 우측 안타로 2아웃 만루가 되었고,

7번 타자 박상언의 우측 플라잉 아웃으로 이닝 마무리!

DJ 피터스,  출처 롯데자이언츠

하려고 했으나, 롯데 중견수 피터스가 공을 놓치면서 3명 다 홈으로 들어왔다.

스코어는 3:0!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공을 놓치는 걸 목격하자 허무함에 빠졌다.

야구의 신이 나에게 더 이상 야구를 허락하지 않으려나 보다.     


4회 말     


1아웃 상황, 3번 타자 이대호가 사구로 1루 진출, 

4번의 정훈이 중견수 방향으로의 안타를,

5번 한동희 역시 사구를 얻어내며 1아웃 만루의 상황이 된다.

반격의 기회가 곧바로 찾아온 거다.

이대호 (MK 스포츠), 정훈 (NEWS1), 한동희 (NEWSIS)

그 중요한 순간에, 6번 타자 고승민의 병살타.

고승민, 출처 OSEN

1점도 내지 못하고, 한 번에 아웃카운트 2개를 추가하면서, 이닝 마무리.

허무함을 넘어, 우울함이 바닥 아래까지 달려간다.

마음 같아선 지금이라도 경기장에서 나가고 싶다.

오늘이 정말로 올해의 마지막 직관이 되리란 예감이 들더라.     


5회 말     


이학주 볼넷!

안중열 볼넷!

1번 타자 안치홍의 우익수와 중견수 사이의 깔끔한 안타!

노아웃 만루가 찾아왔다.

제발 기회가 왔을 때 잡자. 제발. 나 야구장 계속 오고 싶단 말이야.     

2번 타자 전준우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우익수에게 잡히는 플라잉 아웃이다.

이런 젠장...

안치홍 (스포츠조선), 전준우 (OSEN)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우익수 키를 넘겼다. 2루타다. 

전준우의 1,600안타 달성과 동시에 주자가 2명이 들어오면서 3:2가 되었다.

이후 한화 쪽에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며 정훈과 승부 보기로 한다. 다시 만루!     

새로 올라온 한화의 투수 김정수를 상대로 정훈이 날카로운 눈을 발휘한다. 스트라이크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가만히 있었고, 결국 볼넷을 얻어내며 밀어내기 1점을 추가로 얻는다. 스코어는 3:3 동점.

롯데의 한동희가 올라왔다. 날아오는 공을 향해 배트를 휘둘렀다. 공이 날아갔다. 저 멀리 포물선으로 날아가다가 떨어졌다. 어디로? 우측 담장으로! 아웃이 아니다. 안타다!  우측 담장을 때리는 안타로 한동희는 2루수로 가고, 주자 3명이 들어오며, 스코어는 6:3! 역전이다. 

정훈 (스포츠조선), 한동희 (스포츠한국)


6회 초     


한화는 경기를 포기했을까? 절대 아니다.

4번 타자 김인환은 우익수, 중견수 사이로 안타를 쳤고,

5번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서 병살을 노려볼 수도 있었으나,   

6번 타자 하주석의 깔끔한 안타... 아니.... 담장을 맞추는 2루타...도 아닌

하주석, 출처 스포츠동아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이 탄생하며, 경기는 6:5. 위기가 점점 다가오기 시작한다.     


7회 초     


나균안이 등판했다.

공이 정말 깔끔한 나균안. 2022년의 그는 몰랐을거다.

2023년의 그에겐 별명이 붙을 거라고.

나균안, 출처 롯데자이언츠

균안신.

그 덕분에, 2023년 롯데는 탑데라는 별명을 잠시나마 지녔었다.

2023년 기준, 2년 차 투수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지 겨우 2년 만에 공을 그렇게 잘 던지는 걸까?     


하여튼 그건 미래의 이야기고! 

다시 돌아가면, 9번 타자 박정현을 플라잉 아웃으로 잡을 거 같았는데...

2루수, 중견수가 놓치면서 안타가 되었다.

그다음으로 나온, 1번 타자 터크먼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터크먼, 출처 엑스포츠뉴스

딱!     


깔끔하고도 청아한 쇄 소리가 사직야구장을 흔들었다.

소리만을 남기며 저 멀리 날아간 공은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2점 홈런이다.

7:6으로 역전을 당하게 된다.

이게 야구냐? 

실화냐? 실화냐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 잡았다.

마음 같아선 뜯어버리고 싶었는데, 그건 손해지.

탈모 되면 머리 심는 데만 몇 백만 원이 드는데... 

탈모를 떠올리니, 이성이 간신히 돌아왔다.


7회 말     


한화의 투수 강재민이 등판했다.

그를 상대로 전준우의 배트 끝에 맞은 안타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면서 노아웃 1루가 된다.

4번 타자 이대호가 아웃이 되면서, 병살의 위기가 또 찾아오고 말았다. 두근두근.

심장이 쿵쾅쿵쾅 크게 뛰더라. 제발. 병살은 안 된다!

정훈 차례다. 배트를 휘둘렀다. 공이 날아가지 않고, 일직선으로 빠르게 바닥을 굴러갔다.

너무 빠른 나머지, 2루수와 유격수가 잡지 못했다. 와우! 그 와중에 전준우는 전력 질주로 3루 도착!

그다음 타자는 한동희! 그 역시 배트를 휘둘렀다. 믿을 수 없겠지만, 정훈과 똑같은 안타가 만들어졌다. 유격수와 2루수가 못 잡는 멋진 안타 덕분에, 전준우가 들어오면서 7:7 동점. 그리고 원아웃 1, 2루가 되었다. 

이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고승민 1루 진출하며 1아웃 만루.

7번 타자 피터스가 방망이를 휘둘렀고, 이번에도 빠르게 굴러가는 공이다. 위험했다. 자칫 잘못하면 또 병살이다. 그런데, 1루수와 2루수가 공을 잡지 못했기에, 우익수 앞에 공이 도착했다! 그 사이에 1, 2, 3루 주자가 다 홈으로 들어오면서 피터스는 2루로 진출했다. 이름 하여 우측 2루타인 셈이다. 


DJ 피터스, 출처 롯데자이언츠

역전에 재역전에 역전!     


설마 또 재역전을 ?     


8회 말에 필승조 구승민 등판으로 플라잉 아웃, 삼진, 플라잉 아웃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다.

9회 말, 우리의 수문장 김원중 등판으로 완벽하게 막아낼 줄 알았으나, 2루타 딱 한 번 내주고 9번 타자의 일직선 타구를 3루수가 곧바로 잡아냈다. 1번 타자 터크맨 삼진, 2번 타자 김태연 역시 삼진으로 4일 연속 세이브 달성하며 경기를 마무리한다.

    

구승민과 김원중, YONHAP NEWS

참고로 74일 만에 4연승 달성을 해냈다. 정말 이기기도 참 힘들다.     


드디어 직관에서 이겼다!

올해의 승리를, 직관으로 드디어 봤다.

그것도 전반기 마무리 때.  

   

2022년 전반기 야구 직관은 말 그대로 주식으로 따지면 망침 그 자체다. 마치 뭐랄까. 하향된 가치주라 여기고, 사놓으면 언젠가는 오를 수 있다고 믿으며 매수했는데, 상장폐지 직전까지 갔다고 할까? 그러다 드디어 빨간색 곡선이 터지면서 바닥에서 조금 올라온 거다. 아주 미세하게. 간신히. 망하지 않은 걸 목격한 셈이다. 어찌 되었든 손해란 말이지. 젠장.



단 한 번의 승리였을 뿐인데, 도파민이 폭풍우처럼 몰려왔다. 행복 그 자체. 젠장, 항상 가을야구 가는 팀들은 모르겠지. 그동안 세로토닌만 줄기차게 맛보던 나의 마음을. 그렇기에 도파민 딱 한 번 맛봤을 뿐인데도 천국 같았던 간절한 내 팬심을 말이다.     


G형과 나는 결심했다. 그래 우리 6번 패배하고 1번 이겼잖아? 앞으로 나머지 경기 다 이기면 되는 거야! 가자고! 이거야말로 도박하는 사람들이 “이 한 번으로 원금 회복!”하는 소리랑 다를 바가 무엇이냐? 그래... 나는 도박은 아니야... 야구를 볼 뿐이야... 야구에서 좀 근거 없는 믿음 가지면 어떤데? 죽어? 인생 망쳐? 솔직히 말하면 죽거나 인생 망치진 않는데 정신이 안 좋아지는 건 맞는 듯하다. 



하여튼 처음으로 승리를 목격하며 하반기도 야구장을 가기로 결심한다.

이게 얼마나 멍청한 선택인지도 모르는 채.     


2022년 직관 전적          

1회차 - 5/17 화요일, VS 기아, 4:3 패          

2회차 - 5/28 토요일, VS 키움, 6:3 패          

3회차 - 6/8 수요일, VS 삼성, 4:2 패          

4회차 - 6/11 토요일, VS KT, 4:0 패          

5회차 - 6/17 금요일, VS SSG, 6:2 패     

6회차 - 6/25 토요일, VS 키움, 13:5 패     

7회차 - 7/14일 목요일, VS 한화, 10:7 승     

2023년 직관 전적          

1회차 - 4/1 토요일, VS 두산, 12:10 패          

2회차 - 5/26 금요일, VS 키움, 2:0 승          

3회차 - 5/27 토요일, VS 키움, 6:5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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