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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Sep 06. 2023

야구장 홈그라운드로 뛰어나가고 말았다.


 2022년 6월 17일 금요일. 나에게 있어 최고의 날 중 하나다.


 롯데 자이언츠의 골수팬으로서 중앙 게이트를 통해 야구장에 들어갈 수 있었던 날이다. 

 응원단석에서만 마주하던 조지훈 단장님과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구단 내부 식당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땐 지인들에게 이 맛을 알려줄 수 없어서 아쉽더라.

 스윗하던 김원중 선수와 사진을 찍고, 쿨하게 사인해주던 이대호 선수 덕분에 그날은 내내 도파민이 분비되었다. 정말로 행복했다.     


 https://brunch.co.kr/@kc2495/66     


 그러나, 그날의 여러 가지 일 중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 여겨지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     


 3회 말.       


 막강한 SSG와의 싸움에서 2:1로 1점 차 승부를 벌일 때, 이호연 선수가 투수의 공을 쳐 냈다. 이후 빠르게 달리고 달리던 이호연 선수는 3루에 도착했다. 2루타에 멈출 뻔했던 안타를 3루타로 만드는 기적을 선보인 것이다. 이후 이대호 선수의 희생플라이로 1점 추가되면서 동점이 되어,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호연 선수, 출처 중부일보

 그렇게 생각하려던 찰나, 중견수의 바운드 없는 일직선의 레이저 송구가 홈으로 향했고, 그로 인해 이호연 선수의 태그아웃이 이루어졌다. 메이저리그에서나 나올법한 모습을 목격한 거다. 동시에, 2:2가 아닌 2:1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고. 하지만 이 일이 그냥 생긴 건 아니었다.     


전속력으로 달려오다 어떻게든 점수를 내고자 슬라이딩하는 이호연 선수.

홈으로 온 송구를 잡자마자 태그아웃하고자 이호연 선수를 향해 팔을 뻗는 SSG의 포수 이재원 선수.


이호연 선수, 출처, 일간스포츠

3루에서 홈으로 돌격하는 이호연 선수, 홈에서 3루로 방어하는 이재원 선수.

양쪽으로 강하게 가던 힘들이 맞부딪혔다. 

어디서? 

바로 이호연 선수의 머리에서.

부딪치자마자, 이호연 선수는 머리를 부여잡고 그라운드에 누워버렸다.     


그 모습을 목격하자마자, 나는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망설일 틈조차 없이.     


야구 보던 아버지가 전화하셨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000년 4월 18일, 잠실야구장에서 발생한 일이다. 2루에 있던 롯데 자이언츠의 임수혁 선수가 쓰러졌다. 심정지였다. 지병이었던 부정맥이 원인이었다. 쓰러진 직후, 맥박과 호흡을 확인하고 둘 다 없을 시 심폐소생술을 진행해야 했다.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이어가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당시, 경기장 내 의료진이나 앰뷸런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늦게나마 병원 이송 후에 맥박과 호흡을 되살렸으나, 이미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는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없었다. 만일이라는 가정이지만, 제대로 된 응급처치가 이루어졌더라면, 야구 선수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임수혁 선수를 우리는 마주했을지도 모른다. 10년이란 긴 투병 생활 대신.     


임수혁 선수, 출처 osen

 

 이후, KBO엔 의료 지원이 도입되었다. 경기장 내 의료진을 의무적으로 배치하게 되었다. 더불어 앰뷸런스 배치 의무화도 시행되어, 언제든지 응급환자를 빠르게 이송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아직 갈 길이 매우 멀다.      


 2022년 10월 8일,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선수가 은퇴했다. 이대호 선수에게 있어, 그날은 프로선수로서 마지막 경기였다. 하필이면 그날 롯데 자이언츠 포수 정보근 선수가 타석에서 선발 선수의 공에 머리를 맞는 불운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곧바로 앰뷸런스가 들어왔으나, 정보근 선수를 앰뷸런스에 넣기까지 시간이 엄청나게 소비됐다. 머리 부상인 만큼 제대로 된 처치가 필요하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꽤 걸리는 건 당연하지만, 멀리서 봐도 의료진과 구단 측 간에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 보였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닌 건 확실하다. 이송 과정을 쭉 지켜보던 많은 팬이 갑갑한 나머지, 계속 야유를 보냈으니깐.     


대타자 정보근 선수 정월대보근 정보근 선수 롯데의 희망 정보근 선수, 출처, 경향신문


 2023년 6월 12일, 성남시 탄천 야구장에서 고교 주말리그 도중 부상을 입은 선수가 생겼다. 수비 도중에 발생한 충돌 사고로 치아 5개의 부러짐과 함께 얼굴 쪽 골절이 일곱 개가 발생한 것이다. 곧바로 응급처치가 이루어져야 했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대기하던 응급차가 있었으나 의료진이 없어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고, 그 상태로 20분 동안 경기장에 방치되었다.      


고교야구, 출처, 미디어인경북


 참고로 말하자면,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장엔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전문 의료진이 1명 이상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배포한 스포츠 행사 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말이다.      


 의료지원이란 건 꼭 필요한 일이다. 임수혁 선수를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나, 고교 야구 선수는 앞으로의 한국 야구를 책임질 이들이다. 이런 이들에게 부상이란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엄청난 일이다. 특히, 부상 이후의 대처가 미숙하거나 늦게 이루어진다면, 그들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심각하게는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그건 그 누구도 바라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또한 의료지원이 나왔을 때, 의료지원 나온 쪽과 구단 측과 한 번쯤은 손발을 사전에 맞춰봐야 한다. 의료지원 나온 쪽이 알아서 다 대처할 것이라 믿는 게 아니라. 누군가 부상을 입었다고 가정하고, 의료진은 어떻게 움직이고, 구단 측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최소한 그날 경기 전 10~30분 정도의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전 준비가 이루어졌더라면, 2022년 10월 8일 경기에서 정보근 선수를 이송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좀 더 빨랐을 것이고, 롯데 자이언츠의 초고속 대처에 시민들 역시 놀라움을 표했을 거며, 이대호 선수의 은퇴식이 한층 더 빛났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건 다 만약이란 생각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이렇게 말은 했다만, KBO뿐 아니라 다른 구단들에서도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삼성 라이온즈는 홈경기 때 상주할 수 있는 필드 닥터를 구하고자 대한스포츠의학회에 공지를 냈다. 경기마다 바뀌는 의료지원의 형태를 벗어나, 구단과 손발을 맞춰서 효율적으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한 거다. 선수들에 대한 의학적인 측면에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야구 경기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출처, 대한스포츠의학회


 2022년 6월 17일 금요일. 사직야구장 그라운드로 급하게 뛰쳐나갔으나, 다행히 이호연 선수에게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다음날 경기에서도 안타를 치는 걸 보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렇게 열심히 뛰고 치던 이호연 선수는 아쉽게도 롯데 자이언츠에서 KT 위즈로 이적했다. KT 위즈에선 뛰어난 활약을 많이 선보이길 바란다.     


 https://www.yna.co.kr/view/AKR20230519142200007

KT 가서도 늘 화이팅입니다. 이호연 선수, 출처, 연합뉴스


 여담이지만, 또 지고 말았다.

 2022년 5번째 직관마저도 6:2로 졌다. 

 올해, 나는 직관에서 승리를 볼 수 있긴 한 걸까?     

  

슬프다 슬퍼, 출처, 디즈니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2022년 직관 전적          

1회차 - 5/17 화요일, VS 기아, 4:3 패          

2회차 - 5/28 토요일, VS 키움, 6:3 패          

3회차 - 6/8 수요일, VS 삼성, 4:2 패          

4회차 - 6/11 토요일, VS KT, 4:0 패          

5회차 - 6/17 금요일, VS SSG, 6:2 패     

2023년 직관 전적          

1회차 - 4/1 토요일, VS 두산, 12:10 패          

2회차 - 5/26 금요일, VS 키움, 2:0 승          

3회차 - 5/27 토요일, VS 키움, 6:5 승         


참고자료

1) https://namu.wiki/w/%EC%9E%84%EC%88%98%ED%98%81

2)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613500027

3)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613500027

4) https://sports.news.nate.com/view/20221008n11927

5) https://www.yna.co.kr/view/PYH20220818233200051

6) https://www.sportsseoul.com/news/read/1323356?ref=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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