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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Sep 25. 2022

사직 인턴이 사직 야구장 의료지원을 간다고?

일과 덕질 사이 - 1

“우리 병원에서 보통 야구 의료 지원 나갑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제가 갑니다. 무조건 갑니다!”     


 정말 몰랐다. 내가 인턴으로 근무하게 된 이곳에서 야구 의료 지원을 나갈 줄이야! 지원 의사를 묻는 순간, 망설이지도 않고 바로 가겠다고 했다. 늘 생각이 많던 나로서는 엄청나게 빠른 반응이다. 왜냐고? 야구라고 하면 눈이 돌아가는 나에겐 의료 지원은 일이 아니었던 거다. 덕질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 중의 기회였는데, 이걸 마다할 리가?  


1.      


 롯데 자이언츠 측 요청으로 경기 2시간 전부터 야구장에 머물렀다. 매일 지나가면서 보기만 했던 사직 야구장의 중앙 게이트! 선수들이나 관계자만 지나가던 그곳으로 내가 들어갔을 땐, 의료지원이고 나발이고 설렘이 앞장섰다. 와! 내가 여기로 들어간다고?     

사직야구장 중앙게이트


2.      


 관중석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그라운드를 밟아볼 줄이야. 그곳에 내 발을 밟아본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행복했다.     

살면서 내가 그라운드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다고?

3.      


 2022년 6월 17일 금요일은 SSG와 롯데의 경기였다. SSG 선수들, 롯데 선수들의 연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더라. 이거야말로 야구를 좋아하는 자의 행복 아니겠는가?     


4.      


 늘 에너지 넘치는 롯데 자이언츠 응원단장님, 조지훈 단장님과 사진을 찍었다. 사회생활 하면서 E가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I의 기질이 강했다. 그렇다보니, 단장님께 말을 거는 데는 셀 수 없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 용기가 말로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한참 걸렸고!


 “사진 한 장 가능할까요?”


 그 말에 1도 망설이지 않고, 흔쾌히 응해주셨다. 순간, 반할 뻔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는 거 아는가? 우리 조지훈 단장님, 가까이서 보니깐 진짜 잘 생기셨다!   

조지훈 단장님, 잘생김의 비결이 뭡니까?

   

5.      


 선수들이 이용하는 구단 내부 식당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의료 지원 나왔다는 이유로 말이다. 저녁으로 먹은 콩국수! 이곳은 콩국수 맛집이다. 확실하다. 틀림없다. 점수를 매길 수 있다면 100점 만점에 10,000점을 줬을 거다! 이 맛을 다른 사람에게도 자랑하고 싶은데, 알릴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말하고 싶었다. 저랑 같이 콩국수집 하나 차리실래요?


6.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의무실을 방문했다. 그러다 일이 없을 땐, 의무실에서 나름 치열하게 응원했다. 타자들이 다음 순서를 기다리며 배트를 휘두를 때마다, 신나서 손을 흔들었다. 사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의무실 바깥의 창문이 선팅되어 있으리라 믿고 있던 탓이다. 내가 손 흔드는 게 보이지 않으리라! 그러다 갑자기 롯데 자이언츠의 전 타자, DJ 피터스 선수가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나를 보곤 씩 미소 지어주더라. 


 그 순간, 깨달았다. 

 아! 안쪽이 밖에서도 보이는구나


 부끄러웠지만, 피터스 님의 웃음을 볼 수 있었으니 그게 또 어딘가?

 그런데도 쪽팔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의무실에선 다~~~ 보입니다!


7.      


 이리저리 신경 쓰다 보니, 7회 초, 7회 말이었나? 녹초가 되었을 무렵이다. 갑자기 밖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들리더라. 여성분들의 목소리였다. 파스 뿌려달라거나 소독해달라고 의무실에 찾아왔던 사람들이 꽤 있었던 만큼, ‘또 누구 오시나 보다.’라고 여겼고,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고 먼저 나가서 환영했다. 그런데 나를 찾아온 손님이 아니네? 


 세상에서나 마상에나¨…….


 롯데 자이언츠 치어리더의 맏언니, 이단비 치어리더님이었다. 나를 보고 인사해주시더라. 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진짜 한순간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예쁠 수가 있냐? 빛난다는 게 뭔지 알겠더라. 내가 지쳤다는 사실조차 잠깐이나마 잊었다고나 할까?      


 단비 누님, 혹시 오늘부터 누님 팬 해도 괜찮을까요?     


8.      


 구단 내 식당에서 식사하다가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주신 선수가 있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마무리 투수, 김원중 선수였다. 그의 긴 머리를 보고, 언니라고 착각했던 때도 있었다는 건 비밀이다.  

 경기 끝나고, 흔쾌히 같이 사진을 찍어주던 스윗가이 김원중 언니를 잊지 못할 거 같다.     

롯데의 최강 마무리, 김원중 선수님

 언니! 머리 짧았던, 잘 생겼던 원중 형님 시절이 이젠 기억나지 않아요…….     


9.      


 “사인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의 말 한마디에, 네임 팬 잡고 바로 사인해주신 분이 계신다.

 그에겐 여러 가지 수식어가 있다.

 박수칠 때 떠나는 남자, 조선의 4번 타자, 쿨가이 (이건 내가 붙였다) 등등

 바로 이대호 선수다.     


 경기에서 진날임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던 사람의 부탁을 쿨하게 들어주셨던 이대호 선수님!

 덕분에, 부산 토박이 롯데 자이언츠 골수팬은 행복했습니다.

 이런 즐거움 때문에, 롯데 자이언츠를 배신할 수 없네요.     


 쿨가이 대호 형님, 정말 은퇴 하셔야 합니까?

 가지 마요. 제발. 

 엉엉엉엉엉엉…….     

대호 형님, 사랑합니다!


10.      


 사직야구장 중앙탁자석, 1루 응원석, 외야석 등등 다양한 곳에서 경기를 관람했지만, 의무실에서 선수들의 경기를 보게 된 건 처음이다. 이걸 말로 표현하는 게 가능할까 싶다. 굳이 표현하자면, 그 어떤 자리와도 비교할 수 없다는 거? 야구광에겐 최고의 자리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볼, 스트라이크 등 모든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동시에, 선수들 간의 치열한 경기가 확 와 닿았다. 위에서 보던 거랑 차원이 다르게 느껴지더라. 달리고 슬라이딩을 하는 등 온몸을 던져 경기하는 모습을 통해 나 역시 열정이 타올랐다. 한편으론 걱정도 앞섰다. 그날도 슬라이딩하다 다칠 뻔한 선수가 있었다. 열정적으로 야구에 진심을 표하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다. 단지, 다치지 말고, 오랫동안 야구장에서 볼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오래오래 말이다.     

일과 덕질 사이


11.      


 2022년 6월 17일 금요일 기준, 직관 전적 5전 5패, 나는 승리의 요정을 할 수 있을까?     


12.      


 2022년 9월 22일 기준, 지금의 나는 과연 승리의 요정일까? 한번 맞춰보시라!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나의 사랑은 변하지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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