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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Oct 18. 2022

의료지원 갔다가, 사직 야구장 펀치왕이 되다.

 

 의료지원을 갔던 터라, 선수들이 이용하는 구단 내부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어느 날이다. 식당 한구석에서 선수들부터 직원들까지 옹기종기 모여서 무언가를 하더라! 궁금증을 참지 못했던 나는 그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곳에선 행사 하나가 진행 중이었다. 바로 손가락 펀치 기계로 점수 내기다. 잘하면 상품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상품보단 펀치 기계 그 자체에 호기심이 갔다.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야구장에서 직접 보면, 중간마다 이벤트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손가락 펀치 기계로 진행하는 행사였다. 그걸 지켜볼 때마다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매우 강렬했다.      

펀치 기계 / 출처, 네이버 쇼핑

 선수들과 직원들이 대부분 사라진 이후, 그곳으로 다시 향했다. 행사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양해를 구했다.      

 “혹시, 저 이거 한 번 해봐도 되나요?”

 “물론이죠! 선생님도 참여해서 좋은 점수 나오면 상품 드릴게요.”     


 에이, 뭘 받기야 하겠어? 그렇게 여기며 가운뎃손가락을 손바닥 안쪽으로 둥글게 구부렸고, 엄지손가락에 장전시켰다. 힘을 모으고 또 모았다. 손가락이 덜덜덜, 지진이 오듯 심각하게 떨릴 정도로 힘이 한 손가락에 오로지 집중되었다. 그러다, 엄지손가락을 땠다. 그때였다. 중지가 빛의 속도(?)로 펀치 기계를 향해 날아간 순간이.     

치기 일보 직전 / 출처, 네이버 쇼핑


 콰아아아아앙!!!!!     


 점수가 올라갔다. 계속 상승하더라.

 쭉쭉쭉쭉쭉! 

 쭉쭉쭉쭉쭉!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이건 아니고!     


 하여튼, 끊임없이 위로 향했다.

 500, 600, 700, 800을 넘어, 900을 뚫더니

 지금까지의 내 생에 받아보지 못한 점수를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999! 그렇다. 정말로! 999점이 나오고 말았다.    

 

 해보라고 권했던 직원은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 점수 받은 나도 흠칫했다. 


 이게 뭔 일이여? 

    

 참고로, 500점부터 980점까지는 과자를 행사 상품으로 줬다.

 그럼 999점은 뭘까? 

 999점은 최고의 점수이기에, 어마어마한 걸 전달해주더라.

 무려 고급 햄이다. 추석 선물 세트 크기로 말이다. 사이즈가 장난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걸 전달받으니 얼떨떨했다.

 이거 진짜로 받아도 되는 거 맞아?    

선물 세트 실화냐?

“오늘 하루는 직원이시니, 당연하죠! 편하게 가져가시면 됩니다.”

“참고로 직원 중에서 999점은 최초세요! 축하드려요!”     


이래서 평소에 착하게 살아야 하나 보다!

아닌가……. 만약을 대비(?)해서 헬스장에서 상체 운동, 가슴 운동, 하체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하는 건가!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일하러 왔다가, 나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며, 사직 야구장 펀치왕(?)에 등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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