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4일 코로나19에 확진되었고, 이후 곧바로 직면하게 된 문제들이 꽤 있었다. 아픈 것도 당연한 거였다만, 일주일 동안 복용해야 할 약을 준비하는 게 우선이었다. 다음날인 25일에 병원 인턴 OT 참석 예정이었으나, 갈 수 없게 된 만큼 전화하여 상황 설명을 하는 것은 물론, 현 직장인 순천시 보건소에도 해당 내용을 말하는 일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당장에 해결해야 할 게 산더미라 두통이 극심하게 몰려왔지만, 그중에서도 매우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그 당시 가장 어려운 고민은 바로 생존과 직결되는 거였다. 일주일 치 식량 마련이다.
확진된 그 시점의 나는 공중보건의사였다. 37개월 복무 중, 거의 막바지에 이른 터라, 제대 준비 중이었다. 지내던 관사의 냉장고를 한 번 싹 다 정리해뒀다. 냉장고에 김치 하나만 남겨놓고……. 하필 햇반은 전날 다 먹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 말이 딱 들어맞아 버렸네.
거기다, 내가 지냈던 전라남도 순천시 상사면은 배달이란 단어와 거리가 먼 곳이었다. 무슨 헛소리냐고? 믿기지 않는다고? 그럴까 봐 증거를 준비했다. 순도 100%의 진실이다. 슬프게도 말이다. 치킨 한 번 먹으려면 시내까지 버스로 왕복 1시간이 걸린다. 그것도 미리 주문하고, 버스 타는 시간을 철저하게 계산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치킨의 민족에게 이게 말이 되는가! 일주일에 한 번은 먹어야 하는 치킨마저도 배달되지 않다니…….
하필이면, 부모님마저 동시에 확진되었다. 혹시 친구는 없냐고? 많지만, 내가 지내던 곳은 연고지로부터 차를 타고 2~3시간 와야 한다. 왕복으론 4~6시간인데, 어떻게 도움을 요청하겠는가? 차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서 말했다. “코로나로 죽든지, 굶어 죽든지.” 그 말 그 자체를 이해하고 말았다. 배달도 안 되는데, 냉장고 안에는 김치만? 심지어 도움 요청할 곳이 없다?
코로나로 죽기 전에, 굶어 죽게 생겼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만큼 생각해본 것도 오랜만일 거다. 그 끝에 굳게 결심했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겼다. 3년 동안 전라남도 순천에서 일하면서 친하게 지냈던 보건소, 보건지소 직원분들에게 조심스럽게 연락한 거다.
“선생님, 3년 만에 이런 부탁 처음으로 하네요. 제가 먹을 게 없어요. 저 좀 살려주세요.”
쪽팔림 따윈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일단 살아야 했으니깐.
그 말을 듣자마자 답은 곧바로 도착했다. 그날 저녁, 관사 앞으로 일주일 치 식량들이 도착했다.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되었기에, 직접 배달까지 해준 거다.
햇반부터 시작해서 라면, 딸기와 같은 과일, 반찬 가게에서 제일 잘 나가는 반찬들, 족발, 닭강정 등등……. 정말로 행복하더라!
3년 동안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셀 수 없을 정도로. 그 와중에도 “나름 잘 살았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도와줄 수 있는 이들이 곁에 있다는 게,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는 게 정말 소중하다는 걸 깨달은 날이다.
위기는 금방 마무리되었다. 다행히 굶어 죽지는 않게 되었다. 그보다도 다행인 건, 배도 부를 수 있었지만, 마음도 정말 든든해졌다는 거다. 하여튼, 덕분에 무사히 일주일을 요양할 수 있었다.
결심했다!
2022년은 좀 착하게 살도록 하자!
부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좀 더 잘 챙기자!
전화번호부를 뒤져 전화를 걸고 차로 공항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라. 데려다 주는 사람이 당신의 진정한 친구다. 나머지는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저 지인일뿐이다.
Go through your phone book, call people and ask them to drive you to the airport. The ones who will drive you are your true friends. The rest aren't bad people; they're just acquaintances.
제이 레노
Jay Le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