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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Jan 02. 2023

허리, 땀, 눈물

내 피 땀 눈물 내 마지막 춤을
다 가져가 가
내 피 땀 눈물 내 차가운 숨을
다 가져가 가
내 피 땀 눈물
내 피 땀 눈물도
내 몸 마음 영혼도
너의 것인 걸 잘 알고 있어     

 위의 글은 바로 BTS의 노래, [피 땀 눈물]이다. 지구촌에서 유명한 가수 BTS이기에, 많은 분이 이 글을 보자마자 [피 땀 눈물]의 가사라는 걸 잘 아셨으리라. 찐 팬이라면, 글을 읽어 내려가며 노래를 흥얼흥얼 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노래를 매우 좋아한다. 왜냐고? 이 음악에 나의 상황이 잘 이입(?)되기 때문이다.   


 인턴 업무 중 하나가 바로 Stitch out, 즉 봉합사 제거다. 상처나 수술 부위가 잘 치유되도록 봉합사라는 특정 실을 이용하여 꿰맨다. 상처가 잘 회복되고, 더 이상 실이 필요 없어질 때 제거하는 과정을 봉합사 제거라고 칭한다. 

봉합사 제거 / 출처, 위키하우

 인턴 콜을 받고 가서 하게 되는 봉합사 제거 과정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단순히 보면, 잘 아문 상처에서 실만 빼내면 끝나는 거니깐. 하지만, 생각만큼 만만한 일은 아니더라. 딴딴하게 고정된 봉합사를 제거할 때 블레이드(칼날)를 이용해야 하는 만큼, 상처가 나지 않게 신경 써야 하기에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업무다.     


 Stitch out (봉합사 제거) 요청 중에, 목 부위에서 실밥을 뽑아내는 경우가 존재했다. 진행 과정은 이렇다. 먼저, 환자에게 봉합 위치와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도록 요청한다. 그래야 접근해야 할 부위가 잘 보이니까. 간호사 선생님의 스마트폰 플래시를 바탕으로 (그냥 하면 생각보다 잘 보이지 않더라. 30대인데 눈이 벌써 침침한 건가…….) 봉합사 제거 부위를 확인한다. 무균 장갑을 낀 양손에 핀셋과 블레이드(칼날)를 쥐고 난 뒤, 허리를 굽혀 해당 부위에 가까이 다가간다. 피부 표면에 깊숙이 매몰되어 있는 실을 핀셋으로 잡아당기면서, 동시에 블레이드(칼날)로 절단하고자 한다. 혹시나 칼날 때문에 추가적인 상처는 물론, 통증을 느끼는 경우를 대비해서, 매우 조심스럽게 자르고 또 자른다. 그렇게 해서 실이 끊어지면 빼낸다. 끝! 

 간단해 보이는 과정이긴 하나, 목의 표면에서 제거해야 하는 봉합사가 총 3개였기에, 세 차례 같은 루틴을 반복해야 했으니……. 오랜 시간 동안 진행하다 보면 내 신체에 하나둘 반응이 온다. 장시간 굽히고 있다 보니, 허리가 아픈 건 물론이다. 잠깐 펴주면 뚜두둑 소리가 날 정도니까. 옆에서 라이트를 켜주더라도, 어쩔 수 없다. 눈에도 따끔한 통증이 찾아오더라. 워낙에 단단하게 되어 있다 보니,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고, 이로 인한 긴장감 때문인지 눈물과 콧물이 나오는 건 물론이고, 등에서부터 온몸으로 땀이 차츰 젖어 들어간다. 그렇게 모든 걸 마무리했을 땐, 30분이란 시간이 흐른 무렵이다.      


 철저하게 진행한 덕분일까? 환자에게 주는 고통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업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그 과정 중에 상처나 출혈이 발생하는 것조차 회피했다. 이게 바로 베스트 인턴? 하지만, 베스트 인턴도 차마 피하지 못한 게 있으니. 그것은 바로 땀과 눈물, 그리고 허리 통증이다.


(왼쪽부터) 등땀, 눈침침, 허리통증 / 출처, 머슬앤피트니스, 하이닥, Pixabay

       

 알겠는가? BTS의 음악에 이입이 되는 특이한 이유(?)를.


 BTS가 [피 땀 눈물] 부를 때, 나는 [허리(통증) 땀 눈물]을 떠올린다.     

내 허리(통증) 땀 눈물

내 소중한 몸을

다 가져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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