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로글쓸러 Aug 23. 2023

당신들은 대놓고 욕먹으면 가만히 있을 건가요.

1.     


 2023년 8월 1일. 롯데 자이언츠가 NC 다이노스에게 역전패 당하며 4연패에 빠지고 말았던 때다.     

“야구나 잘해라! 씨발놈아”


 당일 경기가 끝나고 퇴근하면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던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 선수가 술에 취한 한 팬에게 들은 소리다.  이 이야기를 들은 전준우 선수는 해당 이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경호원들과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투수 김원중 선수의 만류 덕분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술에 취한 팬은 계속 해서 말을 한다.      

“어? 내가 욕했어? 니한테? 어?”

“내가 니한테 언제 욕했노? 전준우 사랑해했지.”

“내가 니한테 욕했나 임마? 어?”     


 결국 전준우 선수도 참지 못하고 말한다.     

 “아저씨 같은 사람이 있으니까, 팬들이 욕먹는 거야. 왜 욕을 하냐고 선수한테.”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600&key=20230803.22002000610

https://www.youtube.com/shorts/bb7JW20WHTA


2.      


 2018년, 개막전 7연패로 롯데 자이언츠의 분위기는 완전 바닥을 찍던 때였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나와 퇴근하던 와중이었다. 한 팬이 선수를 향해 박스를 던졌다. 날아가던 박스가 선수를 맞췄고, 곧이어 무엇인가 튀어나왔다.      


 바로 치킨이다.     


출처, Pixabay


 치킨을 맞은 선수는 바로 이대호 선수다. 치킨을 맞고 던진 쪽을 향해 쳐다보던 이대호 선수는 별다른 조치 없이 떠난다.      


https://www.youtube.com/shorts/PeExN9YlkoI     


3.      


 아주 어릴 때 갔던 야구장에서 술 먹고 고래고래 소리치던 아저씨 한 명이 기억난다.     


 아습아 제대로 안 하나~!
 아습아~~ 뭐하노?
   그것도 못 치나?     

 

 소주병 나발 불던 그.

 이런 사람 때문에 소주 반입 금지가 된 게 틀림없다.      


출처, Pixabay




 위의 이야기에서 욕하거나 치킨 던지거나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그 모든 분.

 참 대단한 이들이다.     


 의료 지원 나갔다가, 전준우 선수를 눈앞에서 목격했다.

 TV에서 보면 되게 날렵하게 보이던 전준우 선수.

 가까이서 보니깐 TV와는 전혀 달랐다. 

 역삼각형의, 딱 봐도 엄청나게 운동을 한 게 분명한 그런 몸을 지녔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육체를 가진 사람에게 한 대 맞으면 최소 전치 3주 나올 거 같았다.    

 

 이대호 선수는 말로 표현하는 게 의미가 있는가?

 키가 194cm이다. 눈앞에서 마주했을 때, 나보다 머리가 하나 더 있더라.

 이대호 선수가 편하게 말을 해줬지만, 그런데도 나는 저절로 쭈구리가 되더라.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아우라가 장난 아니었다.     


 손아섭 선수는 직접 본 적 없지만, 비슷하지 않겠는가?      


 이런 선수들을 대상으로 과감하게 대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박수 보낼 만하다.

 대단하지 않은가? 그 용기가 말이다. 그러다 한 대 맞으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럴 선수들이 아니라는 걸 알긴 하지만, 그걸 알고 그렇게 대하는 건 정말 비겁하지 않은가?      


 경기는 경기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선수들도 사람이다.     


 나도 공감한다. 롯데 자이언츠는 이상한 팀이다. 

 질 땐 23:0이란 말도 안 되는 경기력을 보여줄 때도 있다. KBO 40년 역사 최다점수 차다.

http://www.namd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89367     


 이상하게도 노히트 노런이란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달성하는 날도 있고.

출처, 롯데자이언츠 인스타그램

 이 팀은 도대체 뭘 하는 팀일까?     


 야구라는 분야로 대학교 전공을 선택했더라면, 논문 하나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팀이다. 그만큼 신비로운 구단이기에.     


 하여튼 그런 모습들을 마주하다 보면, 롯데 자이언츠를 사랑하는 이로서 다른 팬들의 마음을 십분 공감하지만,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      


 다시 말한다.

 선수들도 사람이다.

 경기는 경기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욕을 하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이미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리라 여긴다.

 그래서 어떻게든 이 상황을 이겨내려고 노력할 거라고 롯데 팬으로서 믿는다.     


출처, Pixabay

 생각보다 바쁜 생활 때문에 6월 초 이후로 약 두 달간 야구장을 못 갔다.

(정확히 말하면 최강야구 직관은 다녀왔다. 이 내용은 방송 이후 썰을 푸는 걸로!) 


 그때 하필 롯데가 탑데에서 꼴데로 전향하고 있네?  

   

 그러나 믿고 있다.

 올해 안 되면 어떤가?

 이런 게 뭐 한두 번도 아닌데.

 이젠 그러려니 한다.     


 내가 죽기 전에만 어떻게든 성과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것도 설마 큰 꿈인 걸까?     


출처, Pixabay


 내가 사랑하는 롯데 자이언츠.

 한편으론 밉고 증오하기도 하는 자이언츠.

 그런 롯데를 팬들이라도 아껴야지.

 갑갑한 건 갑갑한 거고.

 선수들 앞에서 그 감정을 해소하지 말자.

 그들을 깎아내리진 말자.

 롯데를 아끼는 수많은 이들을 대표해서 부탁한다.

 선수와 팬을 떠나,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배려다.

 우리라도 그들을 보듬어주고 아껴주자.     


 언젠가는 화려하게 빛나며 비상할 롯데 자이언츠 선수와 그들을 좋아하는 우리 자신들을 위해.     


롯데자이언츠, 출처 news1


매거진의 이전글 완벽하다. 완벽해. 완벽 그 잡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