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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Dec 20. 2023

지옥만이 지옥이 아니다. 이곳도 지옥이다.

 그날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출근길부터 교통체증으로 지각을 걱정해야 했고, 제시간에 맞춰서 도착한 회사에서 바쁘게 오전을 보낸 후, 잠시나마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하는 그런 날이었다.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며 동료와 대화를 나누며 여유 부리던 와중,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입구 3개가 열리며 괴물이 튀어나온다. 고릴라 같이 생겼으나 지성이 있어 보이는 그런 괴물이 한 사람을 무참히 폭행한다. 그리고 태워버린다. 산 채로 말이다. 그들은 지옥의 사자라고 불리는 존재였다.     


 “OOO, 당신은 몇 날 몇 시에 죽는다.”     


지옥의 사자, 출처 넷플릭스 [지옥]

 선고를 받으면,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초자연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지옥의 사자라고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인간의 시각으로 해석할 수 없는 괴물들이 나타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니깐. 

     

 그런데 이를 바탕으로 종교화시킨 이들이 있다. 바로 신흥 종교 ‘새진리회’다. 그들은 이 현상을 인간의 잘잘못으로 연결한다. 선고를 받은 이들은 죄악이 존재한다. 범죄를 저질렀기에 해당 일을 겪게 되는 거다. 그렇지 않은 이들은 선고받을 리가 없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새진리회, 출처 넷플릭스 [지옥]


 사회의 현상을 종교화하여, 자연재해로 인해 끌려가는 사람들만이 지옥을 겪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현실 역시 지옥이 되는 상황이 이루어지게 된다.      


 너희는 언제든지 끌려갈 수 있다. 정말 착하게 살았느냐? 잘못한 게 전혀 없느냐?     


 이게 바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다. 현재는 [지옥 2]가 촬영 중이라고 한다. 흥미롭게 봤던 드라마이기에 추천한다.     

 

넷플릭스 [지옥2]는 촬영 중이다, 출처 넷플릭스 [지옥1]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종교화로 끌어내며 현실마저도 지옥으로 만드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드라마다. 그런데, 우리들이 처한 현재 역시 넷플릭스 [지옥]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요즈음 많이 들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마약 때문이다.      


 펜타닐이란 약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다. 마약성 진통제로, 모르핀의 50-100배에 달하는 효과가 있는 약이다. 펜타닐에 중독되었다는 이야기를 뉴스로 접하는 분들도 많으실 거고, 실제로 의료 쇼핑으로 펜타닐 과다 복용 사례가 꽤 있다고 한다. 아직 의사 생활을 하며 본적은 없지만.      



 하지만 펜타닐은 필요한 약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자 결정한 호스피스 병동의 환자들에게 말이다. 생애 마지막에 가족들과 남은 시간을 아름답게 보내는 등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 중 통증 경감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약이든 잘 활용하면 좋은 약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마약이 될 수 있다는 거다. 프로포폴 역시 마찬가지다. 내시경 검사나 시술에 활용되는 약이다. 적절한 목적에 쓰이면 그냥 약이다. 하지만 수면을 위해 사용하기 시작하면 의존하게 되고 내성이 생기며 금단증상까지 생긴다면 그건 마약으로 보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마약으로 활용되고자 제조된 약들도 있으니, 모든 약이 양날의 칼이라는 식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그러면 마약은 보통 어떻게 시작하는 걸까? 이에 대해 책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에서 이렇게 말한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향정신성 약물을 처음 접한 후 자의로 약을 복용하다가 약이 마약이 되거나 처음부터 마약을 찾는다.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것처럼, 마약에 빠져드는 것이다.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46쪽     

대검찰정이 2023년에 발간한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2022년 기준 마약을 하게 되는 원인으로 중독과 기타를 제외하면 호기심과 유혹이 가장 많았다. 마약을 처음 하는 사람들은 중독되지 않았기에 대부분 호기심이나 유혹, 우연에 의해 마약을 하는 것이다. 예상외로 치료(3.5%)나 강압(0.1%) 때문에 마약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른 조사에서도 호기심이 66.7%, 다른 사람의 권유가 60.6%(복수 응답 포함)에 달했다. 처음 마약을 구하게 된 경로도 친구나 지인이 76.7%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83쪽     


 호기심, 외로움, 다른 사람의 권유 등으로 시작한 마약은 우리의 인생을 나락으로 빠트린다.     


 그런데 마약이 왜 그렇게 위험하다고 하는 걸까?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도파민을 과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약 자체가 도파민과 같은 역할을 하거나,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 시키거나, 이미 분비된 도파민이 계속 유지되도록 만들어, 쾌락을 지속해서 과도하게 느끼게 만든다. 이어서 두 번째는 마약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데, 이를 ‘조절 망상(Delusion of control)'이라고 한다. 마약의 투여량과 횟수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 없는 믿음이 더 강한 마약과 중독으로 이어지게 하는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한다. 즉, 마약은 시작해서도 안 된다.      



 슬프게도, 마약으로 경찰에게 체포되는 경우가 전체 체포되는 경우 중 4분의 1(26%)을 차지한다고 한다. 마약 자체가 범죄이니, 이걸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단, 주목해야 할 내용이 있다. 마약 사범들이 출소 후 취업이 되지 않을 시 먹고 살고자 선택할 방법이 ‘마약’이라는 사실이다. 마약을 팔아서라도 생계비를 마련하겠다! 교도소에 있는 마약 사범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7.5%(51명 중 14명)가 답한 내용이다. 우리가 바라는 감옥의 역할은 마약의 악순환이 끊어지는 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마약 중독과 범죄라는 뫼비우스의 띠에서 무한히 반복되는 것일 뿐이다.      



 끝없이 반복되는 마약의 지옥 속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걸 하나하나 잃게 된다. 건강, 재산, 친구, 가족 ……. 그렇게 하나씩 없어지고, 남는 게 없어지다가 결국 끝은 하나로 귀결된다.       



 감옥, 응급실, 약물 과용으로 인한 사망, 아니면 자살.     


 비참한 말로다.     


 끔찍한 결말로부터 나올 방법이 있긴 하다. 바로 치료다. 2~3주 정도의 입원 및 지속적인 외래를 바탕으로 한 전문적인 의학적 치료와 각종 재활 치료는 필수다. 그렇게 한다면 1년이 흐른 뒤, 그동안 손상되었던 뇌와 신경 손상 등이 회복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마약 하는 이들이 범죄자인 것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단지, 환자라는 개념까지 같이 접근해야 범죄자의 굴레 속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는 말이다.      



 위에서 말한 내용들은 책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에서 언급된 이야기들이다. 이 책은 정말 읽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모든 내용들이 하나하나 공부가 되는 알짜배기 내용들이었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을 꼽는다면 마약의 종류들과 각 특징들을 상세하게 알려준다는 거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42326879630?cat_id=50010760&frm=PBOKMOD&query=%EB%A7%88%EC%95%BD+%ED%95%98%EB%8A%94+%EB%A7%88%EC%9D%8C+%EB%A7%88%EC%95%BD+%ED%8C%8C%EB%8A%94+%EC%82%AC%ED%9A%8C&NaPm=ct%3Dlpt80wu0%7Cci%3De4564de983fbe5293ed8158d7deae1e8b9ff5e6e%7Ctr%3Dboknx%7Csn%3D95694%7Chk%3D1c7395fbe561f19121e80528447c3230a8af0e86     


 이게 더 마약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알아야 대처 가능하고, 지식이 있어야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알게 되지 않겠는가?     


 마약을 처음 하는 것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이다. 이 책을 쓴 이유도 바로 마약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다. 이 책에서는 그저 “나쁘니까 하지 마라”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약의 처음(호기심)부터 끝(감옥, 사망, 자살)까지를 가감 없이 설명해서 자연스레 마약의 위험성을 자각하도록 집필했다.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326-332쪽     


 책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의 저자 양성관 선생님의 집필 의도만 보더라도, 마약을 제대로 알아야 확실히 대처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게 괜한 말이 아니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명언을 마무리로 이 글을 끝내겠다. 부디 책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읽어보길 바란다. 


괴물과 싸울 때는 괴물과 닮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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