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은 영화가 아니다. 필라델피아 켄싱턴 에비뉴 거리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좀비처럼 보이나, 진짜 사람이다. 정확히 펜타닐 중독자들이다. 펜타닐을 과복용하면, 주먹을 꽉 쥐게 되고, 턱 역시 꽉 깨물게 되며, 상지는 굽히게 되고, 하체 고관절은 피게 되는 등 전체적으로 근육 강직이 벌어지며, 옆에서 보면 마치 좀비와 같은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펜타닐의 무서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면, 아래의 유튜브 [닥터프렌즈] 영상을 추천하겠다.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 에비뉴 거리의 일은 급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이는 이전부터 예고되었던 일이다.
1996년, 제약회사 퍼듀 파마(Purdue Pharma)가 출시한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에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약물 용량을 8배나 늘려도 약의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지 않는다. 동시에, 완만하게 오래 유지된다. 이게 바로 제약회사 퍼듀 파마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실제론 다 거짓말이었지만. 그들은 계획적으로 이 모든 걸 준비했다.
논문에서 그래프를 표기할 때 눈금 단위는 0, 10, 20, 30 등이다. 하지만 이들은 1, 10, 100으로 바꿔 그래프 자체를 속였다. 보통의 마약성 진통제 용량을 10mg으로 권유를 한다면, 옥시콘틴 복용 용량을 40mg으로 권장하여 과다 복용 -> 내성 -> 과다복용의 늪에 빠트린다. 그리고 그들이 주장한 “1% 이하의 매우 희박한 중독 가능성”이란 의학 논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제약회사의 거짓말로 인해 수많은 중독자가 발생하게 된 거다.
FDA에 의해 통과된 옥시코돈. FDA라는 이름을 믿었던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약을 권유하면서 옥시코돈의 늪에 많은 이들이 빠져들게 된 이유도 있다. 퍼듀 파마의 사기 행각을 깨닫게 된 이후, 의사들은 옥시콘틴 처방을 중단했다. 맞는 처사다. 그동안은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젠 옳지 않을 일이란 걸 알았으니, 하지 않는다는 게 맞지 않겠는가? 단지, 중독자들의 금단 증상까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지만.
옥시콘틴을 원하나 처방받을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결국 음지로 모였다. 마약성 진통제 가격은 무려 10배 이상 상승하였고, 이 가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이들은 옥시콘틴 대신 다른 걸 선택하게 되었다. 효과는 물론이며, 가격도 좋고, 구하기도 쉬운 헤로인이란 더 무서운 약을 말이다.
이후, 훨씬 더 강력하면서도 헤로인보다 가격이 싼 마약이 멕시코의 여러 카르텔을 통해 만들어졌으니!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펜타닐이다.
위의 내용을 책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에서 이렇게 요약했다.
돈에 눈이 멀어 타락한 제약회사가 1995년 미국 땅에 옥시콘틴을 퍼뜨렸다. 1996년에 시작되어 2010~2011년에 정점을 찍은 옥시콘틴에 중독된 사람들이 헤로인으로 갈아탔다. 2010년에 시작해 2015~2016년에 정점을 찍은 헤로인의 2차 파동이었다. 때를 놓치지 않고 멕시코 카르텔은 펜타닐을 자체 생산했다. 이렇게 옥시콘틴과 헤로인에 이어 펜타닐의 3차 파동이 2013년에 시작되었고, 이후 사망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는 7분에 한 명씩 펜타닐로 사망하고 있다. 더 끔찍한 것은 이 파동이 아직 정점을 지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 제약회사의 탐욕이 결국 펜타닐이라는 지옥을 불러왔다. 죽지 않아야 할 수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이했고,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죽어나갈 것이다.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276-278쪽
제약 회사의 욕심이 미국에 재앙을 불러왔다. 하지만 이게 미국만의 문제일까?
콜롬비아는 다른 농사보다도 코카 재배를 통해 이득을 많이 보게 된다. 거기다, 어릴 때부터 성장하며 쭉 바라보게 되는 게 카르텔이다. 한국에서는 변호사, 의사 등을 보고 자라는 것과는 전혀 딴 판이다. 거기다, 공부하지 않아도 되고, 특별히 시간 투자할 필요도 없다. 마약 관련 사업은 그 누구나 도전할 수 있기에, 콜롬비아에선 많은 이들이 마약에 뛰어든다.
사업을 뛰어넘어 왕이 되고자 했던 이들이 있다. 에스코바르와 쿤사다. 돈을 뿌리며 좋은 이미지를 형성해 나가며, 이면으론 수많은 이들을 마약 중독에 빠뜨렸다. 그렇게 사람의 목숨으로 장난질 치며, 에스코바르는 정식 군대를 갖추는 데에 이르고, 쿤사는 미얀마 북부 국경지대에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게 된다.
우리의 옆 동네, 북한은 개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지녀야 할 진통제가 바로 마약이다. 그리고 돈을 벌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역시 필로폰, 즉 마약이고.
그럼, 한국은? 한국은 괜찮은 걸까?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31108_0002512864&cID=10601&pID=10600
대치동 마약 음료 사건. 이거 하나로도 충분하리라 여긴다. 대한민국이 마약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마약으로부터의 위험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의학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답은 바로 치료다.
마약 투약자가 다시 마약을 하지 않게 하려면 처벌보다 치료가 효과적이다. 앞서 말했지만, 헤로인 중독자의 경우 감옥에서 나온 지 3개월 안에 4명 중 3명이 다시 헤로인을 한다.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 2명 중 2명은 약을 끊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죄수를 1년간 수감하는 데만 3만 9,158달러(5,090만 원)가 든다. 한국의 경우에도 재소자 1인당 연가 수용비가 2023년 현재 3,100만 원에 달한다. 수감 비용 외에 마약 관련 범죄로 인한 피해는 측정조차 불가능하다. 하지만 마약중독자를 1년 동안 치료하는 데는 1년에 1만 8,000달러(2,300만 원) 밖에 들지 않는다. 수감 비용의 절반에 불과하다. 더구나 치료비가 미국의 반의반도 안 하는 한국에서는 치료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그렇기에 마약중독자는 감옥에 가둘 것이 아니라 환자로 간주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329쪽
하지만 답을 알고 있는 것과 현실은 또 다른 문제다.
정부는 전국 21개의 의료기관을 ‘마약류 중독자 치료 병원’으로 지정하고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치료비의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약물중독자는 마약류 관리법과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규정’에 따라 최대 1년간 전액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2017년에 확보한 예산은 겨우 1억 2,700만 원에 불과했고 그것도 그 중 5,000만 원이 홍보비로 사용되어 실제 치료 지원액은 7,700만 원으로 생색내기에 불과했다. 그렇게 정부는 허울뿐인 지정 병원 수만 유지했을 뿐 사실상 치료보호제도를 유명무실화했다. 4년이 지난 2021년에도 전체 지원 예산이 고작 2억 800만 원에 불과했다. 입원 환자 한 명을 치료하는 데 월 200만 원 정도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열 명도 치료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마저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다수의 지정병원들은 경영난에 마약중독자 치료를 중단하고 말았다.
정부의 방치 속에 치료보호기관 지정 병상 수는 2017년 330개에서 2021년 292개로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의사 수도 170명에서 132명으로 감소했다. 21개의 지정 병원 중 2022년 현재 실질적으로 마약 치료를 하고 있는 병원은 인천참사랑병원과 국립부곡병원 단 두 곳뿐이다. 14개 지정 병원에서는 아예 마약 환자를 받지 않았다.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320-321쪽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 에비뉴 거리에서 벌어지는 ‘좀비’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 문제다. 거기서 한국을 제외할 순 없다. 그렇기에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를 위협하는 마약으로부터. 마약을 팔지 않는 사회, 마약을 하지 않는 마음을 갖추는 그날을 위해 책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를 추천한다.
마약은 판도라의 상자다. “절대 열지 말라”라는 말이 오히려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상자 속에는 온갖 고통과 죄악이 담겨 있을 뿐이다. “지식이 있는 사람은 무엇이든 깨달을 수 있지만 지혜가 있는 사람은 시도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책이 마약에 대한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눈앞에 천사의 탈을 쓴 악마가 나타나 우리를 유혹할 때 흔들리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당신의 선택은 당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킨다. 우리는 바꿀 수 있다.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3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