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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Oct 19. 2020

코로나로부터 빼앗긴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코가 눌러지면서 점점 아파옵니다. 귀, 눈 주위, 머리 등도 점점 조이는 느낌이 강하게 오고요. 심하게 조일 때는 두통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심한 두통 탓에 구역질하기도 합니다.

 옷 입고 나서 10분 만에 땀나기 시작했어요. 조금만 더 지나면 온몸에서 땀이 흘러넘칩니다. 속옷은 물론이고 모든 옷이 다 젖습니다. 옷 위에 또 다른 옷을 입은 상태에서 땀을 흘리니 몸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그만큼 땀을 흘리다보면 탈진하게 됩니다. 

 숨 쉬는 것도 점점 힘들어집니다. 숨을 쉴 때 제대로 쉬어지지 않습니다. 높은 고도의 산에 올라와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안경과 고글에 김이 서리면서 시야 확보도 잘 되지 않습니다. 장갑을 두 겹 이상 낀 탓에 감각도 조금씩 무뎌집니다. 나의 오감이 점점 가려지는 것만 같아요.      


 위에서 말한 증상들은 우주복처럼 생긴 방호복을 입고 난 후에 주로 발생합니다. 바이러스를 막아내고자 방호복과 마스크, 두꺼운 장갑, 고글 등을 순서대로 착용하면 온갖 불편함이 동시에 발생합니다. 이런 불편감은 방호복을 벗고 나서도 계속 유지됩니다. 마스크, 고글 자국이 얼굴에 좀 오래 남아 있는 건 그래도 괜찮은 편이예요. 코, 귀, 눈, 머리 주위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통증들이 퇴근하고 나서도 계속 남아있을 때도 있고요. 마스크를 벗었음에도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현상이 지속될 때도 있습니다.      

출처, Pixabay

 저는 대부분의 불편한 사항들은 거의 참아냈습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도 버틸 수 없는 것이 딱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생리현상입니다. COVID-19(코로나-19) 초창기, 의료용품이 상당히 부족할 땐 방호복을 아끼고자 최대한 벗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화장실 가기가 쉽지 않았죠. 선별진료소 근무 전엔 커피는 물론,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피했습니다.      


 선별진료소에 언제 환자가 방문할지 알 수 없었기에 누군가는 선별진료소를 지켜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때론 식사 시간을 챙기지 못하고 일하는 경우도 발생했죠. 하루의 첫 끼를 오후 3시에 먹을 때도 있었네요. 배고픈 것도 문제였지만, 불규칙한 생활 패턴으로 식사 시간이 꼬이다보니 소화불량 증상이 자주 나타났습니다.      


 첫 폭염주의보가 떴던 여름의 어느 날, 그 때 저는 선별진료소에 있었습니다. 여름이다 보니 에어컨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선별진료 근무를 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폭염주의보로 인한 뜨거운 열기가 컨테이너 박스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엄청나게 더웠습니다. 아주 뜨거운 찜질방에 있는 것 같았어요. 에어컨이 있는 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방호복을 입은 상태에서 일어나다 심하게 현기증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위로 인해 정신을 잃을 뻔했어요. 그 순간 ‘이러다 죽겠구나.’라는 생각까지 했었죠.     

출처, Pixabay

 코로나-19로 인해 육체적 피로와 함께 정신적 피로감도 쌓여 갔습니다.     


 코와 입을 통해서 검체 채취를 하는 코로나-19 선별 검사는 사실 많이 아픕니다. 저도 검사를 많이 받았기에 그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검체 채취 때마다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분을 보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파하는 환자 분을 어떻게든 달래가며 계속 검체 채취를 했었죠.

 아픔을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너도 한 번 당해봐라”라는 말을 하거나 온갖 욕을 뱉어내시는 분들을 만나면 정신적으로 지쳐버립니다. 압니다! 안 그래도 엄청 아픈데, 검사 결과까지 늦게 나온다고 하니 불안하고 짜증나시겠죠. 저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수많은 환자 분들의 불평불만을 듣다보면 저 역시 미칠 것만 같습니다. 동시에 억울함이 마음속에서 울컥 올라옵니다.


 저 역시 코로나-19 감염이 될까봐 늘 두렵습니다. 제가 감염된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저로 인해 가족이나 친구들이 피해를 볼까봐 걱정됩니다. 그랬기에 확진자 대상으로 검사 진행할 땐, 특히 더 방호복 착, 탈의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방호복을 입을 때나 입고 있는 동안엔 나의 신체를 절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탈의할 때도 순서를 지키면서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진행했죠. 그러다보니 정신적으로 피곤해지더군요.

 장애우를 상대로 검체 채취 하던 와중, 저를 도와주던 간호사 선생님의 방호복 하반신이 찢겨나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선생님은 바로 그 자리에서 벗어났습니다. 혹시나 하는 경우를 고려해 검사했지만, 다행히 결과는 문제없었습니다. 옆에서 그런 일을 목격하고 나니, 방호복과 관련된 모든 일들에 대해 정신적 에너지를 더 소비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Pixabay

 제일 큰 문제는 코로나와 관련된 이 모든 일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잠시 괜찮을 때도 있었지만, 늘 폭풍 전 고요함과 같았습니다. 폭풍이 언제 몰아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폭풍이 몰아칠 수 있었죠.

 한 번 폭풍이 몰아치면, 검사는 끝없이 반복되었습니다. 노래방, PC방, 헬스장, 목욕탕, 마트 등 수많은 사람들이 접촉하는 장소가 확진자 동선으로 밝혀질 때마다 수도 없이 검체 채취를 해나갔습니다. 새로운 동선과 함께 몰려드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힘이 빠졌습니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폭풍 속에서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란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암울해졌습니다. 검체 채취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런 한계들에 직면하다 보니, 그냥 이대로 주저앉고 싶었습니다.     


 퇴근하고 나서도 일 관련으로 계속 통화했습니다. 저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를 알았기에 언제 전화 오든 다 받았습니다. 계속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솔직히 폰을 끄고 싶었습니다. 잠시라도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란 걸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휴가 내고 쉬던 와중에도, 확진자 증가 소식을 듣자마자 복귀했습니다. 휴가는 제쳐두고 일을 할 수밖에 없을 만큼, 단 한 명의 힘이라도 필요한 위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한 끝없는 전쟁으로 몸과 마음 둘 다 지쳤습니다. 내 자신 안에 있는 에너지가 다 고갈되어 텅 비어버렸습니다.

출처, Pixabay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밤이 찾아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어둡고 고요한 밤이 매일 있다는 게 위안되었습니다. 그런 밤을 맞이할 때마다, 잠시 모든 걸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밤이 끝나는 순간이 두려웠습니다. 어떤 일이 또 발생할지, 몇 통의 재난문자가 올지, 확진자 수는 얼마나 증가할지……. 다음 날의 새로운 소식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침이 오지 않기만을 원했습니다. 이 밤이 지속되기만을 바랐을 뿐입니다.      


신종 바이러스 발생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싸움의 연속     

출처, Pixabay

 2019년 12월, COVID-19(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신종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온 나라로 전파되어, 전 세계의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국 역시 이 바이러스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매일의 새로운 소식은 우리를 암울하게 만듭니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불안함, 마냥 늘어만 가는 확진자들, 어떻게 할 수 없어서 떠나보내게 되는 수많은 사망자들, 감염력이 증가된 변종 코로나-19 발생, 기한 없는 백신의 개발…….  희망과 거리가 먼 소식들이 우리를 두려움 속에 빠트립니다. 소식을 듣는 것 자체가 이젠 지치고 힘들기까지 합니다.     


 웃음은 줄어들고 우울감만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의사들은 계속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방호복이란 방어수단 하나에만 의지한 채, 수많은 환자들을 지키기 위한 바이러스와의 기약 없는 싸움을 지속해야 합니다. 포기하는 순간, 정말 끝나 버리니까요.

 포기하면 절대 안 되지만, 기약 없는 싸움에 우린 한계에 직면하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의료 인력을 갈아 넣으며 어떻게든 지속해왔지만,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요즘은 차라리 지치지 않는 기계가 되고 싶어요. 돌리다가 고장이 나면 부품을 교체하면 되는 그런 기계가 되는 게 나아보이네요. 고쳐도 안 되면 바꿔도 되는 그런 기계가 이 상황에서적절한 해결책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은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일해야 합니다. 어떻게든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게 답이었습니다.      

출처, Pixabay

 바이러스와의 전쟁터 속엔, 의사만 있지 않습니다. 수많은 시민들도 함께 하고 있죠. 의사들이 지치고 힘든 만큼, 시민들도 많이 괴롭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카페에서 여유롭게 즐기던 커피 한 잔, 사람들과 술 한 잔 씩 하는 모임, 자기 관리를 위한 헬스장에서의 운동, 명절 때의 가족과의 만남 등 자유롭게 누렸던 그 모든 것들을 쉽게 할 수 없기에 그만큼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힘든데 취업은 더 어려워지고, 장사하시는 분들은 손님이 없어서 힘들며, 직장인들은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아 권고사직을 당해야 하는 경우가 코로나로 인해 발생하고 있습니다. 생계 자체에 위협이 되는 경우까지 직면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책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서 “코로나로 죽든지, 굶어죽든지”란 표현을 썼던 게 기억이 납니다. 이 말만큼 현재의 상황에 적합한 문장이 없네요. 그래서 더 씁쓸합니다.   

 자유와 생계에 문제가 생긴 현재, 우리는 수많은 부정적 감정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나도 확진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사회에 드리워졌습니다. 확진자로 밝혀진 사람들이 CCTV, 신용카드, GPS 등을 통해서 모든 게 탈탈 털리는 모습을 보이자, 필요한 일이란 걸 이해하면서도 불쾌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며 자유롭게 행동하다가 확진된 사람들을 보며, 분노가 폭발하기도 합니다. 자유를 억제하고 인내심을 가진 자신이 바보스럽게 여겨지기도 하죠. 백신과 같은 치료제가 없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 틈이 없이 소중한 사람을 보낼 때, 무력감이 온 몸을 휩싸기도 합니다.     


 단 하나의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싸움 뿐 아니라, 사회와 싸우기도, 서로 간에 다투기 하며, 스스로와 부딪히는 상황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부터 우리의 자유를 되찾는 그 순간까지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 많고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린 버티고 버텨서 여기까지 왔다는 겁니다. 힘든 서로에게 응원을 하며 우울한 감정을 극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기부를 통해 나 혼자가 아닌 모두 다 같이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자 했습니다. 불편하고 불쾌하지만 디지털 기술에 의한 감시체계를 우리는 받아들였습니다.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최대한 유지해내고 있습니다. 불편해도 장소를 가리지 앉고 철저하게 마스크를 착용해서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 모두가 노력했기에, 지금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Pixabay

 우리 모두의 노력이 결국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코로나-19로부터 우리의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스페인 독감, SARS, MERS 등 수많은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를 되찾아왔던 역사들이 그 확신을 뒷받침해주죠. 

 조금이라도 빨리 싸움을 끝내고, 우리의 자유를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유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웃으면서 나눌 미래가 빠른 시일 내에 왔으면 합니다. 그 날이 오기만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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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대유행병의 시대 / 마크 호닉스바움 / 커넥팅 / 2020
- 질병 X
- 에필로그     

2. 포스트 코로나 사회 / 김수련, 김도은, 박철현, 김민아, 심민영, 김창엽, 우석균, 백소영, 조한진희, 강성운, 정석찬, 박한선 / 글항아리 / 2020
- 우리에게 코로나19는 무엇인가?, 김창엽
- 어떤 하루, 김수련
- 2020년, 대구의 기억, 김동은
- 고립과 싸우는 우리 각자의 심리, 김민아
- 바이러스가 남긴 트라우마, 심민영
- ‘사회적인 것’으로서 코로나 : 과학과 정치 사이에서, 김창엽
- 불평등한 세계에서 팬데믹을 응시하다, 우석균     

3. 당신의 아픔이 낫길 바랍니다 / 양성우 / 허밍버드 / 2020
- 그 때 그 전염병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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