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엔 문수 야구장이 있다. 이곳에서도 롯데 자이언츠의 정규 시즌 경기가 펼쳐지는데, 1년에 많으면 6번까지 진행한다. 2024년 7월 17일, 부산에서 울산 문수 야구장이란 먼 여정을 떠났다. 야구, 단 하나 때문에 말이다. 참고로, KBO 리그 43년 역사상 최초의 ‘폭염 취소’가 발생한 곳이 바로 여기 울산 문수 야구장이란 걸 기억해야 한다. 인조 잔디를 써서라나? 덕분에 열기가 머무는 시간이 상당히 길기 때문이란다. 장거리, 그리고 더위. 이 두 가지를 무릅쓰고 향했던, 2024년 7월 17일의 경기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6회까지 점수를 내지 못하던 롯데.
4회에 1아웃 1, 2루 상황에서 병살 플레이를 놓쳤고, 결국 2아웃 2, 3루에서 점수를 내주는 안타를 제공하고 만다. 스코어 0대 2.
7회 초, 2아웃 만루의 위기를 막아낸 자이언츠. 7회 말에 레이예스의 우중간 2루타를 시작으로, 전준우의 우익수 플라이 아웃, 정훈의 2루수 땅볼로, 끝내 0의 점수를 1로 바꾼다. 스코어 1대 2.
8회 말. 황성빈의 중견수 앞 안타, 상대팀의 와일드 피치, 윤동희의 우중간 안타로 황성빈은 3루를 거쳐 홈으로 들어온다. 결국 이루어 내고 만다. 스코어 2대 2. 동점!
9회 초, 1아웃 2, 3루의 상황. 유격수 땅볼과 스윙 삼진으로 막아낸다.
10회 초, 2아웃 만루. 루킹삼진으로 결국에 또 틀어막는다.
9회, 10회에 걸쳐 연이은 위기를 끝까지 막아낸다.
10회 말. 삼진, 플라이 아웃으로 이닝이 종료될 줄 알았지만, 볼넷이 쌓여 2아웃 만루 상황.
우리도 드디어 기회가 왔다. 이때 올라온 타자는 바로 4번 타자 빅터 레이예스.
두산의 투수 김명신이 공을 던졌다. 그 공을 걷어 올린 레이예스.
타구가 날아간다.
우익수 뒤!
담장!
담장!!!
넘어~~~ 갑니다!!!!
시즌 9호 홈런으로 6대 2로 경기 끝! 끝내기 홈런!!
뜨거운 여름밤. 인조 잔디 덕분에 배가 된 더위. 지루했던 초반의 경기들.
시작은 정말 망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동점을 해냈다. 9, 10회의 위기들을 깔끔하게 막았다.
그리고 2아웃 만루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더 멋졌다. 역전 만루 홈런. 단 한 방! 마무리는 너무나도 화려했다.
그때의 짜릿한 기억은 결국 2025년까지 이어지고 만다.
2025년 9월 23일.
약 1년 전의 좋은 기억 때문에, 문수 야구장에서의 롯데 자이언츠 경기를 꼭 보고 싶었다.
1시간 걸리는 거리 때문에, 1시간 조퇴를 쓰는 용기(?)까지 선보였고, 짜릿한 역전 만루 홈런을 한번 더 보고 싶단 마음으로 한참을 설렜다.
그날은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였다.
선취 득점의 시작은 NC 다이노스였다. 오영수의 우중간 안타. 박건우의 우익수 뒤 펜스를 때리는 2루타. 3회 초, 스코어 0대 1로 출발한다.
4회 말,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좌전 안타. 유격수를 뚫는 좌전 안타. 이 2번으로 자이언츠는 바로 동점을 이룬다. 스코어 1대 1.
6회 말, 오른쪽으로 밀어냈고...
우익수 뒤로...
담장!! 넘어갑니다!!!
윤동희의 솔로 홈런!
스코어 2대 1로 드디어 역전.
여기까진 그날의 즐거웠던 추억과도 같은 그림이었다.
잘 지켜내겠지? 자이언츠, 해낼 수 있겠지?
7회 초, 안타, 희생번트, 안타의 정석 플레이로 NC는 이 상황을 동점으로 만든다. 스코어 2대 2. 그래... 동점이면 이제 원점이지! 또 역전하면 되는 문제인걸?
8회 초, 볼넷과 안타로 노아웃 1, 2루의 위기 상황.
5번 타자, 천재환의 번트. 번트가 떴다. 이건 1아웃 1, 2루가 되거나, 병살도 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번트로 뜬 공을 잡으려는 포수와 타석에서 비키지 않은 타자가 부딪쳤다?
이건 원래라면 투수가 무조건 잡는 상황이다. 그리고 2아웃도 솔직히 쉬워 보였다.
어이가 없던 이 상황에서 심판의 판정은 다음과 같다.
수비 방해로 1아웃 인정.
나머진 1, 2루로의 귀루.
이건 진짜 아니다... 어이가 없었다... 이 하나가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인데...
1아웃 1, 2루.
서호철의 1루수 땅볼로 2아웃 2, 3루.
김휘집의 유격수 키를 넘기는 안타. 2, 3루 주자 홈으로 들어오며 스코어 2대 4.
황당하더라...
2아웃을 인정받았다면 점수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동점 상황이었다면, 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을 텐데.
이후 8회 말, 9회 말의 기회를 놓치며, 자이언츠의 패배로 끝난다.
7회 초의 기억이 너무나도 안 좋았던 탓일까?
8, 9회 말에 허무하게 끝난 자이언츠를 원망했던 걸까?
2025년 9월 25일, LG와의 문수 야구장 경기는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예매한 표를 그대로 놔뒀다. 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안 갔다.
그리고 다음날, 경기 스코어를 확인했다.
스코어 1대 11.
안 가길 잘했다고 여겼지만, 한편으론 안 가서 슬프더라.
솔직히 미련이 더 막심하게 몰려왔다.
이기든 지든 일단 야구장으로 향해야 직성이 풀리는 건데, 내가 왜 그랬을까?
야구를 보며, 처음으로 후회했다. 차라리, 처참하게 지는 것도 봐야 했는데...
시작은 미미할지 모른다.
끝 또한 허무하게 종료될지 모른다.
하지만 끝이 창대하게 마무리되는 그 순간을 위해,
언젠가는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빛날 단 한 순간을 위해,
나는 야구를 보고, 자이언츠를 응원한다.
2026년의 자이언츠는 조금 더 화려한 가을을 맞이하길 지금부터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