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모님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철없던 나를 어른으로 키워낸 부모님의 능력에도 감탄을 했다. 그보다도 놀라운 점이 있다. 미래에 대해 예언 하는 건 거의 다 맞추시는 능력이다. 가만히 있으시다가 가끔 한 마디 씩 하신다.
“왠지 저 어머니 암일 거 같은데?”, “저 커플 조만간 헤어지겠는데?”, “저 남자, 기업 회장의 손자일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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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미래에 대해 예언을 하는데, 거의 백발백중이다. 다 맞춘다. 가끔은 ‘설마?’라고 의구심을 가졌던 부분까지 다 맞춰버린다. 부모님의 예언에 대해 치킨, 떡볶이 등 음식 내기를 걸 때도 있었다. 왠지 이 예언은 틀렸을 거란 나만의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 때 그 자신감을 믿지 말았어야 했다. 백 프로 적중률로 인해 나는 내기에서 늘 졌다.
여기까지 읽으면 우리 부모님이 유명한 예언가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또는 어디 다리 밑에서 돗자리 깔고 점 봐주는 소문난 점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오해하지 마라. 절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미래는 ‘드라마’의 미래를 말한다. 부모님의 드라마 관련 예측에 정말 소름 돋을 때도 있다. 때론 드라마의 그 다음 장면을 미래에서 미리 보고 온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그만큼 ‘드라마’에 관해서는 우리 부모님은 대단한(?) 미래 예측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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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한 번 씩 그런 적이 있지 않은가? 우리 부모님처럼 드라마 보다 보면 그 다음 장면이 예측 되던 순간들 말이다. 나도 가끔은 눈에 선하게 보일 때도 있다. 왠지 저 사람이 범인일 거 같고, 교통사고가 날 타이밍이며, 임신 이야기가 나올 것이 생생하게 상상이 간다.
물론 예측되지 않는 드라마들도 있다. 허무맹랑하고 당황스럽기까지 한 드라마들을 보고 소위 ‘막장 드라마’라고 부른다. 그런 드라마들은 뒷 장면을 상상할 수 없어, 입 벌리고 가만히 보게 된다. 얼마나 막장으로 흘러가는지 궁금해서 말이다.
글도 드라마와 비슷하다. 읽다보면 예측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로 인해 빠져들게 되는 그런 글이 있다. 반면에 읽다보면 금방 상상이 가는 글이 있다. 인터넷에서 자주 뻔한 글들을 마주하게 된다. 독자들은 보통 그런 글들을 끝까지 읽지 않고 넘어가 버린다. 인터넷에의 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시작부터 누구나 쓸 수 있을 것 같은 자기소개서도 있다. 이런 자기소개서는 면접관이 읽다보면 바로 포기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딱 봐도 대다수의 학생과 비슷하게 시작하는 레포트! 교수님은 보자마자 생각할 것이다. ‘이 친구는 A+은 못 주겠구나’ 이렇게 되면 좋은 성적 받기는 물 건너간 거라 보면 된다.
뻔하고 상투적인 글! 금방 예측이 되는 글! 누구나 쓸 수 있을 것 같은 글! 생각보다 주위에서 많이 마주치게 된다. 우리는 과연 이런 글들을 안 쓸까?
출처, 체인지 그라운드 인스타그램
나는 최대한 글을 색다르게 쓰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매주 한 권 읽고 서평 쓰는 씽큐베이션 2기, 잘 팔리는 글쓰기에서 쉽지 않음을 많이 느꼈다. 매주 새로운 주제로 글을 쓴다는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특히 글을 쓰기 위한 아이디어를 매주 생각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덕분에 매주 두통에 시달렸다. 타이레놀로 두통을 이겨내는 일이 이제 흔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계속 머리를 쥐어짰다. 뻔하지 않게 글 쓰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상투적인 글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색다른 글을 쓰는 방법이 있긴 할까? 답은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에 나와 있다.
뻔하고 상투적인 글을 쓰는 이유는 모르기 때문이다. 작가가 자신이 쓰고 있는 글의 세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다보니 주위에서 얼핏 들었던 것들을 떠올린다.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장면, 들어본 적이 있는 대사, 만난 적 있는 인물들 등 말이다. 이 내용들을 글에다 끼워 맞추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보기에는 멋져 보일 수 있지만, 실속은 전혀 없고 읽다가 말아 버리는 글이 탄생하게 된다.
결국 색다른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 쓸 글에 대해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제대로 알기 위해선 많이 조사해야 한다. 그래서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식을 얻어내는 연구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연구 조사는 크게 3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1. 기억을 떠올리자. 그리고 적어라.
회사, 대학원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를 쓰게 된다. 이 때 흔하게 마주하는 질문이 있다. ‘지원 동기와 그에 따른 활동을 적어보라.’ 이에 대해서 쓸 때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바로 기억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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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여기 지원 한 거지? 여기가 가장 연봉을 많이 줘서 지원 한 건가? 물론 그것도 맞겠지. 그렇지만 이런 건 자기소개서에 적으면 안되겠지. 그거 말고 다른 이유가 있을까? 내 전공하고 관련 있어서 지원한 걸까? 그래! 그럼 내가 왜 이 전공을 했지? 전공과 관련해서는 어떤 일을 했지?...’
기억을 떠올리면 이렇게 한도 끝도 없이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막연하게 생각만 하면 안 된다. 이를 종이 위에 써야 한다.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더라도 일단은 적어야 한다. 적을 때까진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종이 위에 쓰자. 그래야 색다른 글을 쓰기 위한 자료가 된다.
2. 무식하면 못 쓴다. 그러니 필요한 사실을 조사하자.
나는 역사라는 학문을 좋아했다. 대학교 때 서양 역사란 교양을 따로 들을 정도였다. 해당 교양에서 과제가 나온 적이 있다. 이 과제는 중간, 기말 고사만큼 중요해서 열심히 써야했다. 과제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우리 생각 속의 보편주의는 진정으로 옳은 보편주의일까?’ 이 때 유럽적 보편주의를 바탕으로 레포트를 쓰라고 교수님이 말했다.
출처, 네이버 웹툰 대학일기
순간 멍해졌다. 일단 보편주의라는 개념을 정확히 몰랐다. 유럽적 보편주의는 또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이게 옳은 것인지 아닌지 내 생각을 쓰라고 하니,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아예 글을 한 줄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지식 자체가 없으니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하고 정지해버렸다.
결국 사실 그 자체를 알기 위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가서 유럽적 보편주의, 일반적 보편주의에 대한 자료를 찾았다. 기사나 인터넷 자료를 통해서도 자료를 모았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공부하면서 나만의 지식으로 만들었다. 이 때 만든 지식 덕분에 레포트도 써서 제출할 수 있었다.
아무리 글을 잘 써도, 무식하면 글을 쓸 수 없다. 때론 지식을 모으기 위해 사실을 조사해야 한다.
3. 상상력도 글을 쓰기 위한 재료다.
해리포터에 대해서 아는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해리포터 이야기도 상상력에서 시작했다. 저자 조앤 K. 롤링은 기차 여행을 하던 중, 기차 고장으로 4시간을 기다리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롤링은 이 시간을 가만히 흘려보내지 않았다. 4시간 동안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 결과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어쩌다가 우연히 마법사 학교에 가게 된 소년”, 해리포터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출처, 네이버 영화
그녀는 상상만 하고 끝내지 않았다. 여기에 살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주인공의 성 ‘포터’는 어린 시절 절친했던 이웃집 친구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은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구성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차근차근 만들어 나갔다.
상상력도 글을 써내려가기 위한 자료로서 큰 도움이 된다. 단, 머릿속에서 사라지기 전에 바로 써 내려가야 한다.
기억, 사실, 상상력 등의 연구 조사를 활용하면 상투적인 글쓰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연구조사만 하면 되는 걸까?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는 색다른 글을 쓰기 위해 창의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창의성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나는 기존과 다른 새롭고 뛰어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선 창의성을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창의성이란 어떤 것을 포함시키고 어떤 것을 제외시킬지를 결정하는 창의적 선택을 의미한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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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다. 저자 조앤 K. 롤링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스토리를 체계적으로 계획했다. 5년 동안 총 일곱 권의 플롯을 구성한 후, 첫 번째 책을 썼다. 5년이란 시간은 해리포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연구조사의 기간이었던 셈이다. 이 시간동안 일곱 권에 대한 플롯만 준비한 것이 아니다. 각 장마다도 철저한 준비를 했다. 실제로 롤링이 가지고 있는 상자 더미에 제 1권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제1장 변종만 15종이 있었다고 한다. 그 중에 하나를 제1권의 제1장으로 선택한 것이다.
상투적인 글에서 색다르고 완성된 글로 나아가기 위해선 연구조사와 창의성 둘 다 필요하다. 해리포터를 쓴 조앤 K.롤링처럼 하나의 글에 대해서 다양한 가능성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살리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연구조사와 창의성을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최고의 글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뻔한 글에서 벗어나는 수준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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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은 글과 멀어질 수가 없다. 작가가 아니어도 말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레포트, 자기소개서, 직장 보고서 등을 써야 한다. 죽기 직전까지도 유서라는 글을 써야 한다. 글과 멀어질 수 없는 관계라면, 이왕이면 나만의 멋진 글을 써보도록 해보자.
언제까지 뻔하고 뻔한 글을 쓸 것인가?
참고자료 1.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로버트 맥키, 2002 2.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앨런 가넷,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