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아침 6시 반, 알람이 울린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일어난다. 그리고 곧 짜증이 난다. 조금 더 자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그러나 더 잘 수 없다. 이 시간에 일어나지 않으면 학교에 지각한다. 멍한 상태로 아침밥을 먹는다. 그리고 샤워를 한다. 샤워를 끝낸 후 빠르게 머리를 말린다. 스킨, 로션 등을 대충 바르고, 옷을 대충 주섬주섬 입은 상태로 뛰어나간다. 뛰지 않으면 버스에 앉을 수가 없을 만큼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등교 시간만 1시간이 걸린다. 1시간 동안 서 있을 수는 없다. 최대 속도로 뛰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뛰어가면 간신히 버스 안의 의자에 앉게 된다. 의자에 앉고 나면 한 1000번쯤은 떠올렸던 생각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미쳤다고 또 9시 수업을 수강신청해가지고... 왜 나는 고생하는 길을 자진해서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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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앞에 언급했던 바쁜 아침 생활은 10대 시절 고등학생 때 이야기가 아니다. 20대의 대학생 때 이야기다.
운이 좋아서 내가 평생 살던 지역의 대학교에 갈 수 있었다. 친한 친구들도 거의 지역에 남아있게 되어 외롭지 않았다. 집 밥을 먹으면서 생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나름 괜찮은 대학생활이 될 거만 같았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우리 집에서 대학교까지 거리였다. 왕복 2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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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2시간은 어떻게든 극복할 수 없는 문제였다. 20대 초반의 대학생에겐 차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랬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지하철은 2개의 호선을 갈아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버스는 갈아타지 않아도 되지만 가는 길이 험악해서(?) 가끔 멀미가 났다. 어찌되었든 둘 다 왕복 2시간이었다. 하필이면 우리 집과 학교 사이에 산이 있었기에 지하철이나 버스가 다 산을 돌아가야 해서 이만큼 시간이 걸렸다.
왕복 2시간의 등하교 상황에 아침 9시 수업을 신청했으니, 늦잠을 자거나 버스나 지하철을 한 번 놓치는 순간 바로 지각 확정이었다. 지각을 피하기 위해선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나 스스로 고생길을 자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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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등하교 시간이 점점 익숙해졌다. 그런데 익숙해지면서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이 시간이 마냥 아깝다!” 등하교 시간이 1시간만 단축해도 얻게 되는 장점들이 자꾸 떠올렸다. 단축될 수 없는 상황에도 말이다.
‘공부 1시간은 더 할 수 있을 텐데.’
‘헬스 1시간은 더 하면 살이 참 잘 빠질 것 같은데.’
‘잠을 1시간이라도 더 잘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만성피로에서 벗어날 거 같아.’
이런 망상과도 같은 장점들을 자꾸 떠올리다보면, 나의 생각들은 또 다른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산에 터널 좀 뚫지, 뚫렸으면 학교 편하게 다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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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시간만 충분히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 번 쯤은 해 봤을 것이다. 영어 회화, 운동, 독서 등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유가 다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학교 때 왕복 시간에 대해서 불평하면서 ‘시간만 있다면’ 타령을 정말 많이 했다. 천 번도 넘게 반복했던 것 같다.
글쓰기도 ‘시간만 충분하면 쉽게 할 건데’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때가 있었다. 아침에 막상 일어나보니 너무 정신이 없었다. 잠에서도 깨야 되고, 빨리 학교를 갈 준비를 해야 되었다. 그러면 점심 때 하겠다고 미루게 된다. 점심이 되면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밥을 먹는다거나 다른 할 일이 생겨서 못하게 되는 때가 많았다. 저녁으로 또 미룬다. 막상 저녁이 되면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결국 ‘에라이, 그냥 내일 하자’하고 미뤄버린다. 이렇게 계속 미루는 일이 반복이 된다. 결국 글쓰기를 안 하게 되었다.
왕복 2시간의 버스에서 불평불만과 망상에 잠겨 있다 어느 날 문뜩 깨달았다. ‘시간만 충분하면 쉽게 할 건데’는 생각은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서 내가 달라진 것은 무엇이냐? 전혀 없었다. 그게 현실이었고, 사실이었다.
나는 정말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까? 엄밀히 생각해보면 하루에 빈 시간은 많았다. 대학교 다닐 땐 공강 시간도 있었다. 분명히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생각만 하고, 충분한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하루에 48시간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러면 시간이 정말 충분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나는 글쓰기를 제대로 했을까? 아니라고 본다. 아마 그때 가서도 시간이 없다고 핑계 댔을 것 같다. 오히려 시간이 충분한 만큼 다른 일을 하고, 글쓰기를 할 시간은 없다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답은 하나였다. 내가 마음먹고 지금부터 시간을 ‘충분히’ 만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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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여유롭게 만드는 방법은 틈새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었다. 나의 틈새 시간 중 가장 큰 왕복 통학 시간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환승을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대중교통 수단으로 지하철을 선택했다. 지하철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보겠다. 수업시간에 다루는 자료의 양이 100페이지라고 가정하자. 보통은 집중해서 1시간동안 공부하면 10~20페이지를 공부 할 수 있다. 지하철은 무엇을 보더라도 멀미가 잘 일어나지 않기에, 공부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다. 그래서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공부 양을 확 줄여버렸다. 1시간동안 편도로 이동할 때 5페이지라도 열심히 봤다. 공부의 양을 줄인 대신 5페이지에 대해선 최대한 집중해서 공부한 것이다. 왕복으로 따지면 10페이지를 공부할 수 있다. 10일 왕복 등교를 하면 100페이지 자료를 한 번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5시간을 아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거나 영어 공부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시간이 생겼다. 그 결과, 몸도 건강해지고, 영어 점수와 학점도 올라갔다. 그 이외에 다양한 활동들도 할 수 있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충분할 때 하겠다고 생각만 하면 결국 못한다. 하고자 한다면 지금부터 해야 한다. 근데 글쓰기는 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제대로 글쓰기 방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도 국경과 언어의 장벽들을 넘어 수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그 기회들만 바라보고, 글을 무작정 쓰다보면 오히려 자기만의 습관에 갇혀, 발전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러면 이야기의 질은 낮아진다. 이야기의 질이 낮아지면 아무리 많은 기회가 있다고 해도, 그 어떤 기회도 잡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먼저 제대로 된 글쓰기 방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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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방법을 익히고자 한다면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를 추천하겠다. 글쓰기에 관해서는 숨겨진 보물과도 같은 책이다. 하버드, 예일 등 우리가 알만한 유명한 대학교에선 이 책을 교과서로 사용하고 있다. 정말 내용이 알차다. 씽큐베이션 2기 잘 팔리는 글쓰기에서 배운 내용들도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개념부터 이야기 구성 원칙들, 등장인물 등 좀 더 전문적인 내용들도 다양하게 담겨 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쉬운 책은 아니다. 상당히 두껍다. 600페이지가 넘는다. 내용들을 많이 다루다보니 집중력이 쉽게 깨지는 책이다. 사실 나도 읽다가 몇 번을 포기했다. 몇 번을 도전한 끝에야 겨우 한 번을 읽었다. 그만큼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경쟁력 없는 글을 쓰고 싶은가? 내 글이 그러지 않을 거란 보장은 있나? 경쟁력이 있는, 잘 팔리는 글을 쓰고 싶다면 기본 원칙들을 먼저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필수다. 그런 생각들로 인해서 나 역시 꾸역꾸역 책을 읽었다. 한 번 읽었지만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이 안에 담긴 내용들을 내 것으로 만들 때까지 몇 번이라도 도전하고자 한다. 글쓰기를 제대로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나처럼 도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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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통학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다. 버티고 버티다보니 어느새 4년이 지나고 대학교를 졸업했다. 4년 내내 왕복 2시간 통학은 솔직히 말하면 다시는 못할 것 같다. 대학교 졸업하고 4년 뒤, 우리 집과 학교 사이에 있는 산에 터널이 정말 생겼다. 궁금해서 터널을 이용해봤다. 왕복 30분 걸렸다. 솔직히 짜증은 났다. ‘왜 내가 다닐 때 안 뚫렸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이 터널이 있었다면 학교를 정말 편하게 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8년 전에 터널이 생기면서 아낄 수 있는 시간들을 내가 잘 활용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랬을 거라고 장담하진 못하겠다. 그 때 당시에 터널이 없었기에 내가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본다.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정신승리다.)
결국 마음먹기 달린 것이다. 내가 4년 동안 통학하면서 깨달은 사실이다.
늘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생각만 하지 말고 하도록 하자. 글쓰기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통해 방법을 익히고 나서 제대로 시간을 활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