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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Sep 26. 2019

4년 동안 왕복 2시간의 통학을 하면서 깨달은 사실

   

출처, Pixabay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고요한 아침 6시 반, 알람이 울린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일어난다. 그리고 곧 짜증이 난다.  조금 더 자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그러나 더 잘 수 없다. 이 시간에 일어나지 않으면 학교에 지각한다. 멍한 상태로 아침밥을 먹는다. 그리고 샤워를 한다. 샤워를 끝낸 후 빠르게 머리를 말린다. 스킨, 로션 등을 대충 바르고, 옷을 대충 주섬주섬 입은 상태로 뛰어나간다. 뛰지 않으면 버스에 앉을 수가 없을 만큼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등교 시간만 1시간이 걸린다. 1시간 동안 서 있을 수는 없다. 최대 속도로 뛰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뛰어가면 간신히 버스 안의 의자에 앉게 된다. 의자에 앉고 나면 한 1000번쯤은 떠올렸던 생각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미쳤다고 또 9시 수업을 수강신청해가지고... 왜 나는 고생하는 길을 자진해서 선택할까?”      
출처, Pixabay

 그렇다. 앞에 언급했던 바쁜 아침 생활은 10대 시절 고등학생 때 이야기가 아니다. 20대의 대학생 때 이야기다.      

 운이 좋아서 내가 평생 살던 지역의 대학교에 갈 수 있었다. 친한 친구들도 거의 지역에 남아있게 되어 외롭지 않았다. 집 밥을 먹으면서 생활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나름 괜찮은 대학생활이 될 거만 같았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우리 집에서 대학교까지 거리였다. 왕복 2시간이었다.      


출처, 카카오 맵

     

 왕복 2시간은 어떻게든 극복할 수 없는 문제였다. 20대 초반의 대학생에겐 차는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랬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지하철은 2개의 호선을 갈아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버스는 갈아타지 않아도 되지만 가는 길이 험악해서(?) 가끔 멀미가 났다. 어찌되었든 둘 다 왕복 2시간이었다. 하필이면 우리 집과 학교 사이에 산이 있었기에 지하철이나 버스가 다 산을 돌아가야 해서 이만큼 시간이 걸렸다.     

  

 왕복 2시간의 등하교 상황에 아침 9시 수업을 신청했으니, 늦잠을 자거나 버스나 지하철을 한 번 놓치는 순간 바로 지각 확정이었다. 지각을 피하기 위해선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나 스스로 고생길을 자처한 셈이다.  

   

출처, Pixabay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등하교 시간이 점점 익숙해졌다. 그런데 익숙해지면서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이 시간이 마냥 아깝다!” 등하교 시간이 1시간만 단축해도 얻게 되는 장점들이 자꾸 떠올렸다. 단축될 수 없는 상황에도 말이다.     


 ‘공부 1시간은 더 할 수 있을 텐데.’

 ‘헬스 1시간은 더 하면 살이 참 잘 빠질 것 같은데.’

 ‘잠을 1시간이라도 더 잘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만성피로에서 벗어날 거 같아.’     


 이런 망상과도 같은 장점들을 자꾸 떠올리다보면, 나의 생각들은 또 다른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산에 터널 좀 뚫지, 뚫렸으면 학교 편하게 다닐 텐데...’     
출처, Pixabay


 누구나 시간만 충분히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 번 쯤은 해 봤을 것이다. 영어 회화, 운동, 독서 등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유가 다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대학교 때 왕복 시간에 대해서 불평하면서 ‘시간만 있다면’ 타령을 정말 많이 했다. 천 번도 넘게 반복했던 것 같다.      


 글쓰기도 ‘시간만 충분하면 쉽게 할 건데’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때가 있었다. 아침에 막상 일어나보니 너무 정신이 없었다. 잠에서도 깨야 되고, 빨리 학교를 갈 준비를 해야 되었다. 그러면 점심 때 하겠다고 미루게 된다. 점심이 되면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밥을 먹는다거나 다른 할 일이 생겨서 못하게 되는 때가 많았다. 저녁으로 또 미룬다. 막상 저녁이 되면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결국 ‘에라이, 그냥 내일 하자’하고 미뤄버린다. 이렇게 계속 미루는 일이 반복이 된다. 결국 글쓰기를 안 하게 되었다.     


 왕복 2시간의 버스에서 불평불만과 망상에 잠겨 있다 어느 날 문뜩 깨달았다. ‘시간만 충분하면 쉽게 할 건데’는 생각은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서 내가 달라진 것은 무엇이냐? 전혀 없었다. 그게 현실이었고, 사실이었다.

    

 나는 정말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까? 엄밀히 생각해보면 하루에 빈 시간은 많았다. 대학교 다닐 땐 공강 시간도 있었다. 분명히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생각만 하고, 충분한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하루에 48시간이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러면 시간이 정말 충분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나는 글쓰기를 제대로 했을까? 아니라고 본다. 아마 그때 가서도 시간이 없다고 핑계 댔을 것 같다. 오히려 시간이 충분한 만큼 다른 일을 하고, 글쓰기를 할 시간은 없다고 말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답은 하나였다. 내가 마음먹고 지금부터 시간을 ‘충분히’ 만들어야 했다.       


출처, Pixabay

     

 시간을 여유롭게 만드는 방법은 틈새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었다. 나의 틈새 시간 중 가장 큰 왕복 통학 시간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환승을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대중교통 수단으로 지하철을 선택했다. 지하철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보겠다. 수업시간에 다루는 자료의 양이 100페이지라고 가정하자. 보통은 집중해서 1시간동안 공부하면 10~20페이지를 공부 할 수 있다. 지하철은 무엇을 보더라도 멀미가 잘 일어나지 않기에, 공부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다. 그래서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공부 양을 확 줄여버렸다. 1시간동안 편도로 이동할 때 5페이지라도 열심히 봤다. 공부의 양을 줄인 대신 5페이지에 대해선 최대한 집중해서 공부한 것이다. 왕복으로 따지면 10페이지를 공부할 수 있다. 10일 왕복 등교를 하면 100페이지 자료를 한 번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5시간을 아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거나 영어 공부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시간이 생겼다. 그 결과, 몸도 건강해지고, 영어 점수와 학점도 올라갔다. 그 이외에 다양한 활동들도 할 수 있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충분할 때 하겠다고 생각만 하면 결국 못한다. 하고자 한다면 지금부터 해야 한다. 근데 글쓰기는 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      


 제대로 글쓰기 방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도 국경과 언어의 장벽들을 넘어 수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그 기회들만 바라보고, 글을 무작정 쓰다보면 오히려 자기만의 습관에 갇혀, 발전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러면 이야기의 질은 낮아진다. 이야기의 질이 낮아지면 아무리 많은 기회가 있다고 해도, 그 어떤 기회도 잡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먼저 제대로 된 글쓰기 방법을 배워야 한다.      


출처, Pixabay

    

 글 쓰는 방법을 익히고자 한다면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를 추천하겠다. 글쓰기에 관해서는 숨겨진 보물과도 같은 책이다. 하버드, 예일 등 우리가 알만한 유명한 대학교에선 이 책을 교과서로 사용하고 있다. 정말 내용이 알차다. 씽큐베이션 2기 잘 팔리는 글쓰기에서 배운 내용들도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개념부터 이야기 구성 원칙들, 등장인물 등 좀 더 전문적인 내용들도 다양하게 담겨 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쉬운 책은 아니다. 상당히 두껍다. 600페이지가 넘는다. 내용들을 많이 다루다보니 집중력이 쉽게 깨지는 책이다. 사실 나도 읽다가 몇 번을 포기했다. 몇 번을 도전한 끝에야 겨우 한 번을 읽었다. 그만큼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경쟁력 없는 글을 쓰고 싶은가? 내 글이 그러지 않을 거란 보장은 있나? 경쟁력이 있는, 잘 팔리는 글을 쓰고 싶다면 기본 원칙들을 먼저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필수다. 그런 생각들로 인해서 나 역시 꾸역꾸역 책을 읽었다. 한 번 읽었지만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이 안에 담긴 내용들을 내 것으로 만들 때까지 몇 번이라도 도전하고자 한다. 글쓰기를 제대로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나처럼 도전하면 좋겠다.

         

출처, Pixabay

     

 왕복 통학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다. 버티고 버티다보니 어느새 4년이 지나고 대학교를 졸업했다. 4년 내내 왕복 2시간 통학은 솔직히 말하면 다시는 못할 것 같다. 대학교 졸업하고 4년 뒤, 우리 집과 학교 사이에 있는 산에 터널이 정말 생겼다. 궁금해서 터널을 이용해봤다. 왕복 30분 걸렸다. 솔직히 짜증은 났다. ‘왜 내가 다닐 때 안 뚫렸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이 터널이 있었다면 학교를 정말 편하게 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8년 전에 터널이 생기면서 아낄 수 있는 시간들을 내가 잘 활용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랬을 거라고 장담하진 못하겠다. 그 때 당시에 터널이 없었기에 내가 조금이라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본다.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정신승리다.)

    

 결국 마음먹기 달린 것이다. 내가 4년 동안 통학하면서 깨달은 사실이다.      


 늘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생각만 하지 말고 하도록 하자. 글쓰기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통해 방법을 익히고 나서 제대로 시간을 활용하자.      


참고 도서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로버트 맥키, 2002


네이버 블로그 : https://kc2495.blog.me/221659484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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