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많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운다. 나만 보면 운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는데, 웃는 모습은커녕 울기만 하니 솔직히 슬프다.
최근에 들어서 더 슬프다. 나만 보면 우는 아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내가 보건소에서 예방 접종을 담당하면서 우는 아이가 더 늘어났다. 나만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주사 안 맞을 거야’라고 크게 외치며 운다. 내가 주사를 잘 주게 생겼나보다. 요새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물론 나의 의도가 없었음에도.
아이 울리기 전문가(?)인 내가 본의 아니게 아이를 작정하고 울린 적이 있다.
3년 전이다. 병원에서 소아과 실습을 돌 때였다. 실습 중 하나로 교수님 뒤에서 진료 참관이 있었다. 진료 참관을 하면서 수업시간에 배웠던 지식을 실제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보람된 시간이었다. 수많은 아이들을 보며 소아에 대해 배워가던 중 한 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왔다.
출처, Pixabay
아이가 병원을 찾아온 이유는 장난감을 삼켰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오리 장난감의 오리발 한 쪽을 삼켰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 이후 아이의 변을 체크해보았지만, 오리발 한 쪽이 나오지 않아 걱정이 돼서 찾아왔다고 한다. 교수님은 위의 특정부위에 잔류했을 가능성도 고려하시면서 아이를 위한 진단계획을 세웠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는 교수님의 진단에 도움을 드리고자 해당 오리 장난감의 남은 오리발 한 쪽을 가져오셨다. 직접 꺼내서 크기를 비교하며 교수님과 어머니는 진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어머니는 잠시 오리발 한 쪽을 진료실 탁자에 올려두고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사이, 일이 발생했다. 그 잠깐 사이, 아이의 손은 이미 하나 남은 오리발로 향했다. 오리발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 입에 넣으려고 했다. 입에 거의 도달했다. 나는 입에 거의 도달한 그 순간을 목격했다. 머리로 생각을 거치지 않고 그냥 바로 입으로 한 마디를 크게 던졌다.
출처, Pixabay
야!!!!!!!!!!!!!!!!!!!!!!!!!!!!
아이는 울면서 쥐었던 오리발 한 쪽을 놓았다. 일은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그런데 나만 말한 것이 아니었다. 진료실에 있던 어머니, 교수님 등 다 같이 동시에 크게 “야!!!”를 외친 것이다. 크게 소리치고 난 직후에 머릿속으로 ‘아, 교수님한테 혼나겠지?’라고 생각했으나, 교수님과 어머니의 외침을 듣고 나서 마음을 놓았다.
이 경험을 통해서 나는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결코 방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더 구체적으로 가지게 되었다. 특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는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소아 예방접종 업무를 할 때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 집중한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의 힘이다. 난 이 일을 단순히 아이를 어쩔 수 없이 울렸던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환자를 돌볼 때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는 교훈으로 계속 떠올린다. 물론 의사는 환자를 돌볼 때 늘 집중을 해서 신중하게 진료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스토리 덕분에 한 의학도가 의사가 되어서도 소아에 대해서는 정신을 더욱 집중하고 진료할 수 있게 되었다. 3년 전에 발생한 일임에도 지금도 기억을 하는 것은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 겪은 스토리라 나한테 더 크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이야기가 교과서에 나오는 사실과 수치에 비해 다른 사람에게 더 와 닿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왜 그럴까? 답은 [최고의 설득]에 나와 있다.
2015년 겨울 미국에서 홍역 사태가 크게 발생했다. 백신을 접종하기만 하면 됬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과학적 자료와 사실을 보라”라며 백신 접종을 권유했다. 접종은커녕 백신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왜 그럴까? 한 연예인이 자신의 이야기로 대중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백신이 자폐증과 연관이 있다는 논문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한 연예인이 공개적으로 홍역 백신 때문에 아들이 자폐증에 걸렸다고 호소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게는 우리 아들이 과학적 증거입니다.”
출처, 뉴스 라포르시안
사실과 수치가 의료 관련 논쟁에서 필수적이다. 실제로 많은 의료 전문가들이 데이터를 통해 주장을 펼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이는 행동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행동을 바꾸려면 어떻게 설득해야할까? 이 때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와 비유를 이용하면 잘 모르는 정보를 이해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행동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사실과 수치를 주장하는 것보다 거짓말이라도 이야기를 통한 연예인의 주장이 더 대중에게 영향을 끼친 것이다.
[최고의 설득]은 이 이외에도 스토리에 힘을 실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언급한다.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프리 등의 인물들이나 스타벅스, 셰이크 색 버거 등의 단체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방법을 자세하게 제시한다. 한 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책도 어렵지 않다. 금방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