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설마 봄뿐인 건 아니지?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     

영화 [타짜]의 고니

 뭔 헛소리야? 어디서 [타짜] N 회독 본 소리 하고 있어!     

 근데, 생각해보면 그게 맞긴 해. 손이 떨리는 속도가 동공의 지진보다 빠르긴 하거든. 왜냐고? 걱정이 한가득하기 때문이야. 무슨 일이냐고? 2023년 3월 30일 기준, 올해 KBO 야구의 시범경기 결과를 보고 말았거든.     

시범경기결과_출처, KBO

     

 앞에 달린 숫자 9를 보면 떨려와. 작년엔 8이었는데, 올해 시범경기 순위가 더 하락했네? 허허허.     

 그런데 말이야. 마냥 비판하긴 좀 그래.      

 일단, 시범경기 자체를 난 챙겨보지도 않았어. 경기 내용을 정확하게 모르기에 뭐라고 하긴 그렇잖아. 새로운 직장에 적응한다고 야구 볼 여력이 없었는데, 순위를 보니 경기 보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나 할까? 

     

 책 [야구가 뭐라고]에서 말하더라. 보통 시범경기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야. 최선을 다해서 120%, 200%, 300%의 실력을 보여주게 되면, 분석 당해서 정규시즌에 크게 당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새로 준비한 구질을 이리저리 시험해보거나, 평소 안타나 홈런을 잘 맞는지를 연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바로 시범경기 때라고 해. 뭘 던져야 잘 맞을지 도전하다가 홈런 맞는 사태를 정규 시즌에서 겪게 된다면 매우, 매우, 매우 곤란하겠지?

 실제로 이번 WBC (World Baseball Classic)에서 엄청난 실력을 선보였던 오타니 쇼헤이도 2018년 시범경기에선 마이너리그 수준이라고 비난받았지만, 그해 4월에 신인상을 받았다고 하니, 틀린 말이 아닌 걸 증명한 거겠지?      

오타니 쇼헤이

 결국은 시범 경기 성적이 정규리그로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거야. 

 그런데! 

 그런데……. 

 정. 말. 로. 

 그럴까?      

 그래서 준비해봤어. KBO (Korea Baseball Organization) 사이트에 있는 자료인데, 부산의 명문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최근 20년간의 시범경기 성적이야.

시범경기 연도별 정리_출처, KBO

 그러면 여기다가, 최근 정규 리그 성적까지 표시해볼까?      

정규, 시범 연도별 정리_출처, KBO

  

 흠……. 뭐랄까……. 책 [야구가 뭐라고]에서 언급한 내용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닌데……. 이 찝찝한 기분은 뭐지? 분명히 어느 정도는 맞긴 한데, 시범 경기를 못 했을 땐, 정규 시즌도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때였어. 무서운 댓글 하나를 마주하고 말았던 때가.   

  

  

 예외가 없다는 말엔 동의하긴 힘들긴 하나, 그런데도 마냥 부정할 수 없는 말 같아 싸늘했어.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히는 거 같았고. 눈이 떨리는 속도보다 손이 덜덜 떨리는 게 빛의 속도보다 빠르며, 엄청나게 걱정이 몰려오긴 하지만! 그래도 시작조차 아직 하지 않았잖아? 일단 뚜껑을 열어보긴 해야지!    

 

 이번 시범경기에서 에너지를 아꼈으니, 정규 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가을야구로 갈지.

 아니면, 시범경기 못한 것 때문에 기가 죽어서, 못하게 될지.

 결과를 알고자 한다면 과정부터 일단 보긴 해야겠지?

 부디, 올해도 설마 봄에만 잘하는 건 아니었으면 해. 제발.          

참고 자료.

1) 야구가 뭐라고 / 한겨레출판 / 2019 / 김양희 / 시범경기의 ‘진짜 목적’, 64-67쪽

2) KBO : https://www.koreabaseball.com/Default.as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