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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글쓸러 Mar 24. 2023

아니, 이걸 이렇게 한다고?

 2022년 5월, 벌써 1년 전의 일이네. 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거 같은데, 뜨거운 날씨가 곧바로 찾아왔던 시기였어. 덥고도 더운 태양 그 자체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였지. 어디서? 바로 사직 야구장에서! 그날은 5월 28일 토요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대결이었어.     



 1회 말부터 롯데 자이언츠는 엄청난 공격력을 선보였어. [황보르기니]라는 별명을 가진 롯데의 황성빈! 그가 안타를 쳐서 1루로 나갔고, 도루를 추가로 성공하며 2루까지 진출했어. 이 와중에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는 1루 쪽 파울라인과 평행하게 날아가는 안타를 쳐냈고, 2022년 롯데 자이언츠 캡틴 전준우는 3루 방향으로 나아가는 안타를 멋지게 성공시켰지. 거기다 포수 지시완까지 시원하게 안타를 해냈네? 그들의 화끈하다 못해 화상을 입을 것만 같은 무자비한 공격이 합쳐지면서 1회 말에 무려 3점을 득점해버렸어.     

(왼쪽) 롯데 이대호 / 출처, mydaily  (오른쪽) 롯데 황선빈 / 출처, OSEN
(왼쪽) 롯데 전준우 / 출처, 스포츠투데이 / (오른쪽) 롯데 지시완 / 출처, 스포츠서울

 대량 득점으로 기세가 살아난 덕분일까? 수비까지 완벽했지. 3회까지는.     


 4회 초, 키움의 공격이 시작되었어. 롯데의 선발투수 스파크맨이 이정후, 김혜성을 상대로 볼넷을 거저 줘버렸네……? 볼이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지 못한 것을 뜻하고, 그런 볼이 4개나 생기면 1루로 진출할 수 있게 되어 버려. 그러니깐, 볼넷이 생각보다 큰 의미겠지? 점수를 쉽게 줄 가능성이 커지니깐 말이야. 하여튼, 볼넷을 두 번 연속 내주면서 1, 2루가 든든하게(?) 차 있는데, 거기다 연속으로 안타까지 맞으니 만루가 되고, 눈 깜짝할 사이에 키움에 2점을 기증하더라고…….     


 거기다 5회에 연속된 안타와 희생 플라이 등으로 추가로 1점을 더 주고 말았어.     


 그래, 점수 줄 수 있어. 근데 말이야.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어. 바로, 롯데 타선이었어.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를 정도로 뜨거웠던 햇빛보다도 더 열정적인 공격을 보여주던 1회 이후론 타선이 얼어버렸더라. 마치 급속 냉각이라도 한 듯. 삼진에 병살 등등으로 말이지. 뭐랄까. 여름에 동상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걱정까지 할 정도로, 롯데의 공격은 매우 고요했어. 좀 더 격렬하게 표현하자면, 뭐랄까. 태양 앞에 있다가 갑자기 남극으로 순간 이동한 기분이랄까?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어떻게든 현 상황을 버텼다는 거야. 롯데 이학주의 송구와 안치홍의 캐치로 1루에서 멋진 아웃을 보여주기도 하고, 거기다 김민수의 호수비까지 더해졌으며, 선발 투수 스파크맨 이후로 나온 투수 구승민의 호투로 9회 초까지 3:3으로 경기를 이어 나갔어. 여기까진 나름 흥미진진했지.     



 결국 9회 말이 찾아왔어. 여기서 1점을 낸다? 그럼, 롯데의 승리야. 바로 역전승이지. 그런 기대감과 함께 경기를 보기 시작했어. 이대호는 볼넷으로 1루로 나갔고, 피터스가 안타를 쳤으며, 고승민 역시 볼넷을 얻어내며, 아웃카운트 하나도 없이 1루, 2루, 3루를 가득 채웠어. 노아웃 만루. 정말 꿈과 같은 상황이지. 근데 말이야. 안중열의 병살타로 한순간에 투아웃……. 이학주 삼진……. 꿈은 꿈에서 결국 멈춰버렸어. 한순간에 기세가 확 꺾여버렸어. 선수들도, 응원하는 이들도.     

 

번개가 찾아온 거 같은 충격... 그게 바로 9회 말...

 9회 말에서 받은 충격으로 몽롱해진 정신 상태로 맞이한 10회에서 안타로 1루를 내줬어. 거기다 폭투로 1루 선수가 2루까지 진출해버리네? 투수가 던진 공을 포수가 잡지 못해 공이 흘러가는 상황을 폭투라고 해. 이땐, 1루에서 2루로, 2루에서 3루로, 3루에서 홈으로 뛸 기회가 생기거든. 그런 기회를 상대팀에게 내준 거야. 거기서 끝났으면 다행이지. 볼넷으로 1, 2루를 주고 말았어. 이전 회에서 롯데가 마주했던 상황과 비슷했던 거야. 롯데, 키움 두 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이 찾아왔어. 막아내느냐, 점수를 내느냐! 그때 타석으로 나온 선수는 누구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아들인 [바람의 손자] 이정후! 대대로 탄탄한 야구 명가의 저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더라. 어떻게? 바로 홈런으로……. 이정후의 우중간 홈런으로 3점을 내주면서 경기는 6:3으로 끝나고 말았어.       

[바람의 아들] 이종범(오른쪽)과 [바람의 손자] 이정후(왼쪽) / 출처, OSEN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   


 1회까지 행복함이 가득하다가, 이후로 심폐소생술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이 멈춰버린 타선 때문에 기분은 하향곡선으로 바닥을 찍어버렸어. 그러다 9회 만루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기분이 위로 향할 거 같았지만, 곧바로 아래로 향했어. 기대한 만큼 실망도 매우 크더라. 바닥보다 더한 바닥이 있다는 걸 9회로 인해 깨달았지. 바닥을 뚫고 내려가고 또 아래로 빠져들어 갔어. 그러다 안타, 볼넷, 폭투, 홈런 등 종류별로 다 나온 10회 마지막……. 내 생각엔 그때쯤 지구 중심에 들어갈 만큼 깊고도 깊게 나락으로 빠져들어 간 듯 해.     

주식은 바닥이 정해져있지 않다...야구도 그렇다...


 아니, 이길 수 있는 경기였잖아. 이렇게 진다고? 이걸 해낸다고……?     

 하……. 다시는 오지 말까?     

 아니야, 그래도 9회 말까지 동점으로 갔잖아? 해낼 수 있어. 있다고! 이기는 거 볼 수 있을 거란 말이야!     


 그 헛된 믿음으로 인해, 나의 직관은 2번째에서 멈추지 않았다.     

 주식도 그렇다. 내려갈 때 팔면 안 되고, 올라갈 때 사면 안 되는데…….

 나의 직관도 주식과 같았다. 그렇게 패배할 때 계속 갔으면 안 되던 거였는데 말이다.     


2022년 직관 전적

1회차 - 5/17 화요일, VS 기아, 4:3 패 

2회차 - 5/28 토요일, VS 키움, 6:3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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