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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Nov 25. 2022

한국에 인스턴트 라멘 기술을 이전한 일본의 정경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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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미국의 잉여밀 소비를 위한 분식 장려 정책을 추진했지만, 인스턴트 라멘은 온전히 안도 모모후쿠 회장의 발명품이었다. 밀가루 국수를 튀겨서 인스턴트 음식으로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온전히 안도 모모후쿠의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었으니 인스턴트 라멘이 처음 나온 뒤로 안도 회장은 유사품을 때려잡는데 전력을 다했다.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중반의 일본은 완전히 무법지대나 가까웠기 때문에 닛신 식품의 치킨 라멘과 포장까지 똑같은 유사품이 수도 없었을 정도였다. 1962년에 유탕면에 대한 특허를 취득한 닛신 식품은 몇 년 동안 정말 시궁창 같은 특허 분쟁을 벌였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 딱 정리가 되었다.

안도 모모후쿠 회장을 이사장으로 추대해 1964년에 일본라면공업협회를 만들어 당시에 라멘을 만들던 회사를 모두 협회 구성원으로 받아 들인다. 안도 회장이 이사장이긴 하지만 협회 자체는 인스턴트 라멘 생산 기술을 일종의 공공재 같이 만들어 버린 것이다. 배후에 밀가루를 공급하는 미국과 일본에 분식을 장려하려는 일본 식량청의 입김이 컸을 거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이 '공공재'가 되어버린 '인스턴트 라멘 생산 기술'의 수혜를 처음으로 받은 외국회사가 대한민국의 삼양식품이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에 인스턴트 라멘 생산 설비와 기술을 선뜻 내어준 묘조식품의 미스테리에 대해서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묘조식품의 배후에 한국에서의 밀가루 소비를 늘리려는 미국의 강한 의도가 존재했다. 일본의 분식 장려 운동은 식량청을 통해서 진행되었는데, 묘조식품은 애초부터 식량청에서 밀가루를 공급받아 국수를 위탁생산 하기 위해 세운 회사였다. 일본의 관료이자 실업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손자인 시부사와 마사이치가 창업자 중에 한 명인 것도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전중윤 명예회장이 묘조식품을 만나 인스턴트 라면 설비와 생산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굉장히 고생한 것처럼 그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처음 부터 한국에 인스턴트 라면 생산 기술을 전수하도록 높은 곳에서 결정되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이 얼마나 돈을 갖다 바친다고 해도 당시 최신 기술이었던 인스턴트 라멘 제작 기술을 그렇게 쉽게 넘겨 줬을리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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