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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Oct 12. 2015

도쿄 거쳐 홋카이도 2014 7월 (7)

오누마 공원을 자전거로 한 바퀴

자전거를 가져오지 못했지만 자전거 여행을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홋카이도에서 자전거를 탄 경험을 다 합치면 100km는 안 되도 몇 십 km는 가뿐합니다. 아니 100km도 넘을 것 같네요. 관광지로 유명한 곳에서는 쉽게 자전거를 빌릴 수 있습니다.

오누마 공원역에서 나오면 눈 앞에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프렌드리 베어'가 보입니다. 자전거 대여는 물론이고 카누, 낚시, 자연체험 같은 관광 상품을 취급 하는 가게입니다. 식당과 선물 가게, 깨끗한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으니 없는게 없습니다.


지도에 붙어있는 요금 안내가 중국어로 써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중국 관광객 비중이 큽니다. 중국 관광객 보다는 대만 관광객의 비중이 높지만요. 1시간에 500엔, 종일 1000엔이라 어느 쪽을 고를지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마운틴 바이크와 바구니가 달린 아줌마 자전거(마마챠리)가 있는데, 느긋하게 움직이려면 아줌마 자전거를 속도에 자신 있으면 마운틴 바이크입니다. 저는 마운틴 바이크를 골랐습니다. 자전거 대여해 주는 곳에서 보통 짐도 맡아주지요. 

자전거를 빌리면서 캐리어도 맡겼습니다.

자전거를 빌리자마자 점심을 먹으러 미리 알아둔 식당으로 향합니다. 오누마 공원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식당들이 모여있는데 이번에 찾아갈 WALD는 그런 식당가에서 조금 더 떨어져있습니다.

WALD는 독특한 모양의 롯지를 개조한 작은 식당입니다. 뒤에 장작이 가득 쌓여있는 것을 보니 홋카이도에 온 것을 실감합니다.


제철 플레이트로 유명한데, 7월이니 당연히 '여름의 플레이트'입니다. 피자도 유명한데 역시 혼자서 이것 저것 다 먹기에는 양이 많네요.


제일 유명한 제철 플레이트를 먹을 생각으로 왔지만, 다른 메뉴에도 눈이 가네요. 메뉴만 보면 이태리나 지중해의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반쯤 오픈키친인데 불을 쓰는 요리는 안쪽에서 하는 듯 합니다. 메뉴에 써있는 초리조와 주키니 피자를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여름의 플레이트에 딸려 나온 샐러드, 아삭아삭합니다. 샐러드지만 훈제 햄도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플레이트, 밥과 빵을 묻는데 빵을 선택했더니 3종류의 빵이 하나씩 나왔습니다. 메인은 닭고기 구이. 


부드럽고 탱탱해서 디종 머스터드를 바탕으로 한 소스와 잘 어울리는 맛이었습니다. 뒷쪽의 펜네 파스타는 오징어가 들어있는데 역시 하코다테라는 느낌입니다. 


빵을 선택한 것이 전혀 후회되지 않는데, 오른쪽의 주키니는 속을 채워 오븐에 구운 듯, 키슈 역시 만족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식후의 아이스 커피까지 마시면서 칼로리를 충전한 다음 자전거를 타고 오누마 호수를 한바퀴 돌기 위해 출발합니다.


오누마 호를 한 바퀴 도는 사이클링 코스는 14km로 70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14km인지는 모르겠지만 70분에 한 바퀴를 돌려면 정말 열심히 달려야 합니다. 호수 외곽이니까 평지일 것 같은데 의외로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호수가 보일 때도 참 좋지만, 호수가 보이지 않아도 나무가 우거져서 자전거로 달리면 가슴이 뻥 뚫립니다. 국립공원이라 길을 오가는 차도 많지 않아서 속도를 내기에도 좋습니다.


오누마 호수 한 켠의 캠핑장. 분위기 만점입니다. 이런 곳이라면 일주일이라도 머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텐트가 두어개 뿐이라 한적했는데 생각해보면 너구리의 북상에도 불구하고 텐트를 갖고 오셨다는 뜻이니...... 성수기에는 바글바글 할 것 같습니다.


호수 이쪽에서 보는 모습과 호수 저쪽에서 보는 풍광이 사뭇 다른 것이 시간을 좀 더 들여 둘러 보고 싶지만, 3시 23분 차를 놓치면 저녁도 여기서 먹어야 할 정도로 오누마 공원에서 하코다테로 가는 열차가 적습니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자전거 주륜장이 있어서 둘러보기도 편한데, 시간이 아슬아슬했습니다. 호수를 가로 질러 갈 순 없으니 호수를 그대로 한 바퀴 도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늦지 않게 반납할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시간을 보니 맥주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 여유가 생겼습니다.


마침 프렌들리 베어 구내에 위치한 식당이 오누마 맥주의 생맥주를 파는 유일한 곳이었습니다. 미리 찾아 뒀지요.
  

오누마 맥주는 당연히 오누마에서 만드는 지역 맥주로, 한 잔에 583엔이면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닙니다. 지역 맥주는 생산량이 적어서 일반 맥주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니까요.

독일 맥주 스타일로 생맥주로 파는 것은 알트(Alt)입니다. 퀼슈와 알트 두 종류가 있고 얼마 전 부터 인디언 페일 에일(IPA)를 만들기 시작해서 오누마 맥주에서 나오는 맥주는 세 종류입니다.


자전거로 호수를 한 바퀴 달린 직후에 한 잔의 맥주.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아주 몸에 스며듭니다.
    

일본 지역 맥주는 맛있는 맥주도 있고 그저 그런 경우도 있는데 오누마 맥주는 그 중에서 맛있는 맥주에 속합니다. 오누마 공원 부근이 아니어도 하코다테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맥주입니다.


맥주를 마시고 캐리어를 끌고서 오누마 공원으로 향하는데 포토존에 서있는 곰 박제들....... 프렌들리 베어라는 이름 치고는 별로 프렌드리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 너구리의 영향인지 날씨가 변화 무쌍합니다. 생각해보면 섬 날씨가 원래 변화 무쌍 했던 것 같습니다. 슈퍼 호쿠토를 타고 하코다테로 돌아갑니다.


3시 46분에 하코다테역에 도착, 오누마 공원에서 하코다테까지 얼마 떨어져 있지도 않은데 날씨가 바뀌어서 햇살이 따갑습니다. 이제 삿포로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다음 열차는 오전 1시 23분에 출발하는 하마나스입니다. 출발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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