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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날 Oct 26. 2015

도쿄 거쳐 홋카이도 2014 7월 (8)

하코다테 온천에서 만난 최고의 우유

하코다테 역에 내리자마자 관광 안내소에 가서 노면전차 1일권을 구매합니다. 600엔이니까 오늘 본전을 뽑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본전을 뽑으려면 세 번은 타야 하는데 아마 세 번은 타겠죠. 그리고 정말 딱 세 번 탔습니다.

시내 관광을 위해 캐리어를 코인로커에 맡기는데, 코인로커 위치를 옮기면서 클로즈 시간이 2층 폐관 시간이 오후 10시로 바뀌었더군요.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캐리어를 갖고 다녀야 한다는 소린데......  

바로 눈 앞을 지나쳐가는 '하코다테 하이카라호', 1916년에 도입한 노면 전차의 복각판입니다. 운이 좋으면 탈 수 있죠.

전차를 타고 고료가쿠 성으로 향합니다. 사진은 철도 무스메라는 일본 캐릭터로 각 지역의 철도 관계자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 시리즈인데 하코다테 노면전차 차장을 모델로 한 캐릭터 입니다.

고료카쿠를 보러 갑니다. 그동안 고료카쿠 타워에 올라서 내려다 본 적은 있지만 고료카쿠에 가본 적은 없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벚꽃 피는 봄이나 단풍 드는 가을이 아니라면 딱히 볼게 없습니다. 겨울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고 보니 야외극을 하더군요.   

하코다테 시민이 주축인 야회극인데 올해도 25주년이라나 27주년이라나 역사가 꽤 됩니다. '아마 한국에 돌아가서 2천엔을 아끼겠다고 이걸 안 본걸 후회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후회하고 있습니다. 시간도 맞는데 볼 걸 그랬습니다.

막 리허설 중이었습니다. 미국 국기가 등장하는 것은 이 야외극의 레퍼토리 중의 하나가 에조 공화국과 히지카타 토시조의 최후에 대한 내용이기 떄문입니다. 여기 등장하진 않지만 프랑스 국기도 등장하는데 하코다테 전쟁에서 에조 공화국을 도운 외국을 뜻합니다. 특히 프랑스가 에조 공화국에 호의적이었죠.


고료카쿠는 밑에서 보면 별로 볼게 없는 것이 일본에서 거의 최초의 근대식 성곽이기 때문입니다. 돌벽을 높게 쌓은 옛날 성은 대포에 약하기 때문에 대포에 강항 흙벽을 넓게 쌓는데, 밑에서 실감이 안납니다.    

고료가쿠가 별모양인 것도 병력을 양쪽에서 공격하기 위해서인데, 고료카쿠 타워에 올라서 내려다보지 않으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성이 아니라 공원이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하코다테 봉행소가 복원되어 있어 둘러볼만 하긴 합니다.

메이지 유신하고 에조 공화국하고 하코다테 전쟁 하면 이야기 할 게 많긴 하지만 넘어가겠습니다. 여행기 하나 두개로 끝날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기서 다시 전철을 타고 서쪽 종점인 야치가시라로 이동합니다. 목적지는 야치가시라 시영온천.

하코다테에서 온천하면 노보리베츠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하코다테 시내에도 온천이 많습니다. 노면전차의 동쪽 종점인 유노카와도 온천가이지만 서쪽 종점인 야치가시라에도 하코다테를 대표하는 온천이 있습니다.

야치가시라 시영온천, 그런데 몇 년 전에 시영 온천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요금도 400엔이고 큰 차이는 없습니다. 제일 큰 차이는 간판에서 '시영'이라는 두 글자가 떨어져 나갔다는 정도?

가이드북에 따르면 460엔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400엔입니다. 자동판매기로 수건이나 세면도구등도 팔고 있습니다. 윗쪽에는 식당 식권입니다.

표를 뽑아 위로 올라가면 온천입니다. 사진은 여기까지.... 무척 큰 목욕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수질은 철분이 포함된 나트륨 온천으로 온도가 다른 3종류의 탕이 안쪽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손님이 없는 틈을 타서 살짝 찍은 노천 온천, 사진으로는 잘 알아보기 힘들지만 고료가쿠의 모양을 본딴 별모양입니다.

자전거의 피로를 풀고 나니 이제 저녁을 먹어야죠. 좀 멀리 움직일까 하다가 온천 안에서 식사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오 캔맥주 자판기! 온천 다음에 맥주 한 캔. 그래서 안주로 먹을 겸 새우튀김 소바를 주문합니다.

그런데 우유 자판기가 보이는게 아닙니까? 그것도 병우유.

그것도 그냥 병우유가 아니라 오누마 공원 내의 목장에서 나온 저지종 우유. 

맥주나 마시고 있을 때가 아니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우유를 뽑습니다. '특농 우유'라는 이름부터 가슴에 확 들어와 박힙니다.

뚜껑을 벗기는데 두툼한 크림층이 주욱하고 늘어납니다. 이정도는 되어야 홋카이도 우유라고 할 수있지요. 맛은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맥주 같은 것은 벌써 관심 밖으로 날아간지 오래입니다. 이번 홋카이도 여행 중에 마신 우유 중에 손꼽힐만한 맛입니다.

600엔짜리라 큰 기대는 안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푸짐합니다. 새우도 제대로 들어있고.

탱탱한 새우살 바깥 쪽에 소바 국물을 머금어 녹진녹진해진 튀김 옷이 온천 뒤라 노곤한 몸에 스며듭니다.

여기까지 와서 하나만 마시면 말도 안되죠, 커피 우유는 흰 우유 만큼 진하지는 않았지만 커피 맛이 깔끔했습니다.

기분 만은 밤 10시 쯤 될 것 같은데. 되도록 늦게 나왔는데도 오후 8시30분이었습니다.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이근처에는 편의점도 없으니 하코다테 역으로 돌아갑니다. 종점이고 이쪽으로 노선이 둘로 나뉘기 때문에 오후 늦게는 노면전차 숫자가 많지 않습니다.

편의점에서 빈둥거리는데 만나 '세이칸 푸링', 올해가 아오모리와 하코다테의 트윈씨티 25주년이라고 해서 두 지방을 대표하는 재료로 만든 메뉴를 대대적으로 밀고 있었습니다. 트윈시티는 좀더 직접적인 자매결연 같은 것일까요? 두 지방은 서로 상부상조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맛은 나쁘지 않은데, 푸딩보다는 사과를 넣은 요구르트 같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듭니다.


오후 10시 직전에 짐을 찾았는데, 오전 1시까지 할게 없더군요. 일단 하코다테 역 구내의 벤치에 누워서 눈을 붙이는데, 잠이 올리가 없지요. 하코다테에서 삿포로도 들어가는 하마나스의 문제가 이겁니다. 5시간이 채 안되니까 눈을 붙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가능하면 최대한 눈을 붙여둬야 하는데. 딱 적당한 곳이 없지만. 하코다테 역 앞에는 그 흔한 인터넷 카페 하나 없단 말이죠.


그러다 아까 빈둥거렸던 편의점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고 캐리어를 끌고 편의점으로 갑니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은 자정까지만 개방하더군요. 조금 실망했지만 자정까지 개방하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삿포로까지 가는 동안 마실 음료수와 리본 나폴린을 한 캔 삽니다. 리본 나폴린은 1911년에 태어난 나온지 100년도 넘은 스테디 셀러 음료수로 어찌된 일인지 자매품인 리본 시트론과는 달리 홋카이도에서만 팔리고 있는 상품입니다. 탄산이 좀 약한 환타 맛입니다.


자정까지 빈둥거리다가 다시 역으로 가서 눕는 둥 마는 둥 시간을 보내다 하마나스가 들어왔다는 방송에 열차를 타러 갑니다.

글레이가 소개하는 하코다테 관광 가이드북 '글레이 워커 하코다테' 글레이가 하코다테 관광에 끼친 영향이 장난이 아닙니다. 하세가와 스토어의 야키토리 벤토는 글레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하코다테를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을 정도니까요.

오전 1시 23분에 출발 예정이지만 시간을 맞추기 위해 하코다테에서 오래 정차하기 때문에 오전 1시 전에 열차가 들어옵니다.

하마나스는 일본에서도 거의 멸종 위기종인 야간열차다보니 이런 새벽에도 열차를 둘러싸고 사진을 찍는 철덕이 한 둘이 아닙니다.

잠이 잘 올까 싶어 나이트캡으로 산 효로요이 화이트 사와와 자리끼 겸으로 산 배맛 음료입니다. 하마나스는 리클라이닝 좌석과 일반 좌석이 있는데 이번에는 일반 좌석입니다. 일반 좌석은 앞쪽을 돌려서 다리를 뻗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좌석을 돌리는 방법이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좌석의 등받이를 앞으로 당기고 돌리면 돌아갑니다. 자기는 뒤로 젖혀지는 리클라이닝 좌석 쪽이 더 낫습니다.


허리춤에 수건을 쑤셔 넣으면서 어떻게든 최대한 발을 뻗으면서 눈을 붙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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